재생에너지 새 소식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들어봤음직한 이야기가 최근에 하나 있었다. 5월 무렵 ‘포르투갈이 사나흘 간 재생에너지만으로 100% 발전을 했다’하여 국내외 인터넷 매체에서 크게 바람이 분 적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독일도 재생에너지 발전 백분위가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상당히 올라갔다는 소식도 또한 나왔다. 그래서 일각에서 ‘저 봐라, 우리나라는 이미 뒤처졌다(특히, 태양광에서). 이제 큰일 날 거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로 가야 한다. 그리고 석유는 종말이 올 것이고 재생에너지와 함께 배터리 전기차로 곧 다 바뀔 것이다’라는 호들갑에 전국이 들썩였었다.

그런데 말이다. 포르투갈이 100% 재생에너지로 사나흘 간 연속 발전했다는 걸 받아 쓴 국내 인터넷 매체들은 많았으나 포르투갈 발전수급 구조의 원데이터를 찾아 확인해볼 생각들은 안 한 듯하다. 포르투갈이 2015년 발전수급 구조와 비교하면 수력 발전이 2배 가까이 늘었고, 풍력 발전이 8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도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화력발전이 여전히 포함되어 있어 100% 재생에너지 발전이라 하기엔 무리라는 이야기도 있다(만일, 포르투갈이 수력 발전량의 절반을 수출하지 않았다면 발표와 같이 100% 재생에너지 발전이란 주장이 맞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포르투갈이 재생에너지 발전에 한 발짝 더 전진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원래 포르투갈 말고 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국가는 과연 있기나 할까? 노르웨이는 IEA 2013년 기준으로 수력 발전이 96.2% 정도 차지하고 있고 아이슬란드가 수력 발전이 71%, 지열 발전 등이 29% 정도로 사실상 재생에너지만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노르웨이는 배터리 전기차의 천국이라 불리고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에너지로 배터리 전기차를 굴리는 나라인 상황이다. 소위, 전문성 없이 미래 예측으로 먹고 사는 이들이 아주 자주 들먹이는 예이다. 그럼 이 시점에, 북유럽 쪽 국가들 말고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과연 있을까 하는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만 하더라도 수력 발전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아프리카의 콩고, 우간다, 잠비아 등도 발전수급 구조에서 수력 발전에 90% 이상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 해서 재생에너지 쪽 투자가 급증한다고 주장하는 선진국들에 빗댈 수는 없다. 그냥 자연환경과 기후가 딱 그 모양이다.

재생에너지는 각 국가가 처한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얻어지는 고유한 특성으로 ‘자연환경과 기후 그 자체’의 소산이다. 다시 말해, 각 나라의 기후를 이용한 발전을 바로 재생에너지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리한 곳도 있고 불리한 곳도 있다. 역설적으로 사람 살기 좋은 자연환경과 기후는 재생에너지 발전에 외려 불리하다. 노르웨이, 콩고, 우간다, 잠비아, 브라질은 수력이 유리하고, 아이슬란드는 수력과 지열이, 포르투갈은 수력과 풍력이 유리하다. 태양광 같은 경우는 에너지 변환 장치가 반도체 소자이기 때문에 뜨거운 사막 같은 곳이 외려 가장 좋은 환경이 아니지만 적어도 일조시간과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역이어야 한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다고 어릴 때부터 배운 우리나라의 기후는 그래서 재생에너지 쪽과는 그다지 궁합이 좋지 않다. 다만, 우리 기후 기준으로 ‘폭염’이 잦아지고 비도 잘 안 오면서 몇 년 전보다는 태양광 발전에 좀 더 나은 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배터리 전기차와 재생에너지가 환상적인 궁합을 가진 듯 팔고 다니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에 집중하다 보면 배터리 전기차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배터리 전기차 보급이 정말 중요하며 시대적 사명이라 본다면 우리나라 기후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외려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배터리 전기차와 찰떡궁합이 아닐 수 없다. 모든 걸 가질 순 없으니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기로 배터리 전기차를 충전한다는 건 우리나라 상황에선 약장수들이 파는 만병통치약의 효능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