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부동산 개발업체인 디벨로퍼의 성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다. 한 나라의 도시경관이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고, 디벨로퍼들은 단순 시세차익보다는 땅 위에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것에 중점을 둬 부동산에 필수적인 존재들이다.

이러한 디벨로퍼의 성장을 도와주는 곳이 있다. 일본 최대 부동산개발회사 모리빌딩 도시기획 주식회사이다. 박희윤 한국지사장을 만나 진정한 도시재생 및 디벨로퍼 성장 필요성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디벨로퍼야말로 도시재생의 주체

“어린 시절 정들었던 동네가 개발되면서 다 무너졌어요. 한번 사라지면 옛 모습은 돌이킬 수도 없게 되죠. 집 주변 재래시장도 있었는데 시장이 망가질 때 마음 속 의문이 들었죠. 무너지는 게 정말 맞는 것인지를.” 박희윤 모리빌딩 도시기획 한국지사장은 무분별한 개발사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사실 천편일률적인 성냥갑 아파트가 대부분인 한국의 도시경관을 떠올리면 일반인들도 ‘도시재생’이 왜 국가적인 사업이 됐는가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겠다. 개발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 역시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재생이란 물리적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역사, 문화, 예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입해 도시를 부흥시키는 방법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는 10년 넘게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의 대표 도시재생 성공사례인 롯본기힐즈, 미드타운에 대해 공부했고, 일본 와세다대학교 도시개발 및 도시재생 분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일본의 디벨로퍼와 도시재생 사례를 보면서 국내 디벨로퍼에 대해 다소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한국의 디벨로퍼는 기획부터 관리·운영단계까지 해본 경험이 없어요. 일부 기업이 디벨로퍼라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는 아닙니다.”

그가 정의하는 디벨로퍼는 지역을 개발하되 보유와 운영을 책임지고 주변 지역과 상생하는 사업모델을 가졌다. 단순 이익을 넘어 지역개발의 큰 그림을 그린다. 박 지사장은 “디벨로퍼 성장이 한국 부동산 시장에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아울러 도시재생을 진행하려면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 하는데 디벨로퍼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일본 롯본기힐즈는 만성 교통정체, 공단주택 노후화, 주민 노령화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현재는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업들을 갖추고 문화시설, 호텔, 복합영화상영관, 이벤트공간, 주거, 쇼핑공간 등도 생겨나 사람들이 자주 찾는 굴지의 명소가 됐다. 이를 볼 때 지역 전체에 대한 물리적인 정비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 단체의 협력, 공공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활력 있는 공간으로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 지사장은 “도시를 잘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도시와 연결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시가지와의 조화라든지 지역주민과의 융합이 필요하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은 단일 사례로 좋게 평가받지만 지역주민을 자연스럽게 흡수하지 못하고 홀로 우뚝 솟은 느낌을 준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도시재생 현장전문가들이 없음을 지적하고 시간과 품이 오랜 시간이 들더라도 민간기업이나 디벨로퍼의 우수 기획을 선정해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일본을 알아야 국내 부동산 시장 성패 보인다

도시재생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투자시장도 일본을 알아야 한다고 박 지사장은 말한다. “제주도 부동산 투기바람이 10년 전 일본의 오키나와 붐과 비슷합니다. 일본의 소득, 인구추이,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한국이 10년 격차로 따라가고 있어요.”

그는 “국내 상업시설 투자도 일본의 소비자 인식변화를 파악해야 유리하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일본의 고도경제 성장기에는 소비자들이 가전제품을 사들이고 이후 자동차에 관심을 두더니 버블경제시기에는 명품 소비시장이 확대됐다. 한국의 소비패턴도 10년 후 이와 비슷했다. 90년대 이후부터 일본은 삶의 질을 중요시했는데 이후 한국에서도 웰빙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이어 해외여행이 잦아진 일본 소비자들은 전 세계를 돌면서 기념품 등 물건을 사며 이제는 본인의 ‘선택’을 중요시 여기고 심플라이프를 추구했다. 간편하면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유니클로, 무지 등의 브랜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에는 국내도 일본처럼 특정 아이템에 관한 모든 브랜드를 갖춰 놓은 편집숍이나 쇼핑부터 먹고 즐기는 카페까지 제공되는 라이프스타일숍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열풍이 불었던 것으로 개인의 ‘선택’을 중요시 하는 이런 유형의 숍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다양하게 만족시켜 준다. 그러나 그는 “국내 편집숍, 라이프스타일숍은 아직 소비층이 넓지 않고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심플하고 ‘선택'을 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40~50대는 제대로 된 가치를 살려고 하는 사람이 드물고 이런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 20대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하지만 이러한 시장은 어떤 전략을 짜느냐에 따라 성장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어 박 지사장은 주거문화도 일본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봤다. 작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혼술’(혼자 먹는 술), ‘혼밥’(혼자 먹는 밥)문화가 일본에는 이미 10년 전부터 겪고 있었던 문제라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일본이 혼자에 익숙한 문화에서 다시 사람들이 붐비는 셰어하우스를 선택하고 있다”라며 “다만 일본의 셰어하우스가 한국 셰어하우스와 다른 점은 완벽하게 사생활이 보호되면서 커뮤니티를 동시에 즐긴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최근 호반건설, 대림산업,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유수 건설사가 일본의 디벨로퍼 같이 상업시설을 직접 운영하거나 그 모습을 쫓아가려고 한다”라며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한국이 하루빨리 디벨로퍼의 부재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