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 출처 = 현대자동차

국내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동차·IT 업체들이 올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은 임시운행 규정이 까다로워 개발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차의 부상

25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자율주행자동차 법제도 현안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기술은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IT 업체들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각국에서는 서둘러 자율주행자동차 관련법을 제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부문에서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기술수준이 다소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관련법 제정도 2011년 시작한 미국에 비해 5년가량 늦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2013년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스마트카 부문에서 유럽이 세계 최고 기술수준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이와 비슷한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유럽의 83.8% 수준으로 조사됐다. 약 1.4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율주행차 지원 방안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미국은 2011년 6월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2016년 6월 기준 7개 주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운행 관련법이 제정돼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5년 5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2016년 2월부터 임시운행을 허가했다. 정부의 계획대로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임시운행 제도 마련과 인프라 구축뿐 아니라 사고 시 법적 책임 문제, 보험 문제, 보안 문제 등을 해결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

관련 법제도의 현안은 아직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율주행자동차 관련법은 기본적으로 자동차 관련 안전규제와 제도의 국제적 조화가 요구된다. 국내 도로교통법 및 상위 규범인 제네바 국제협약에 따르면 무인 상태로 운행하거나 손을 떼고 운전하는 등의 자율주행은 현행법상 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관련 국제기준(Regulation)을 제정하는 UN/ECE/WP29와 자동차의 도로운행 규약을 제정하는 UN/ECE/WP1에 회원국으로 참가해 관련 기준 제·개정 논의에 참여 중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에 있어 가장 논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교통사고와 관련한 민·형사상 책임 소재 문제와 이에 따른 보험 문제가 있다. 지난 2월부터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이 허용되면서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운행되기 시작했지만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 자율주행 기술 단계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이 외에 자율주행자동차 운행기록 및 커넥티드 환경에서 활용되는 데이터의 보안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자율주행자동차를 포함해 IoT(사물인터넷), 드론 등은 보안사고 발생 시 피해 규모가 기존 산업에 비해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자율주행자동차는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킹에 대한 대비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

“산·학·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앞당기고 이를 자동차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산·학·연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실증단지를 조기 구축해 기술개발을 촉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법상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책임 문제는 제조사, 보험업계, 소비자, 정부 등의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운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의 정의부터 실제 법령 정비까지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임시운행 규제 완화와 자율주행자동차 실증단지 등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 출처 = 한국경제연구원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에 앞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임시운행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미시간 주의 경우 임시운행뿐 아니라 소비자를 대상으로 무인자동차를 판매할 근거법안도 마련 중이다.

구조 및 기능과 탑승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현재의 임시운행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형태의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통해 자율주행자동차를 포함한 신기술.신서비스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의 신청을 받아 전략산업을 두 개씩 지정, 이를 육성하기 위해 업종·입지 등 핵심규제를 풀어주고 필요한 재정·세제·금융·입지·인력을 지원하는 제도다.

자율주행자동차 실증단지 확충도 절실하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시험을 위해 실제 주행환경과 동일한 실증단지(Test-bed)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앤아버캠퍼스 이동성변환센터(MTC, Mobility Transformation Center)는 지난해 실제 도시와 유사한 환경의 자율주행자동차 전용 시험장인 ‘M-city’를 개관한 바 있다.

사고책임의 입법공백에도 대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 허가 시 기존 자동차보험을 활용해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으나, 자율주행 시스템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보험을 통해 책임관계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 자료사진 / 출처 = BMW코리아

한국경제연구원 강소라 연구원은 “자율주행자동차 임시운행 규정을 완화하고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통과시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연구를 지원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형식의 자동차도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해야 한다”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임시운행 규정은 사전시험주행, 각종 장치 탑재, 운전자 탑승 의무 등 요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의 안정성만 확보하면 자유롭게 차량을 테스트할 수 있도록 임시운행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뿐 아니라 기존 자동차와 다른 형식의 새로운 운송수단도 시험一연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