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김영란법 적용을 앞둔 유통업계가 여러모로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 분야는 바로 농축수산업계다. 법의 실제 적용은 추석 이후지만, 이미 많은 유통업체들은 마치 ‘예행연습’을 하듯 선물 세트의 단가를 낮추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납품 가격을 한꺼번에 낮출 수도 없는 농축수산업계는 가장 난감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전까지 5~6만원 선에서 판매되던 과일 선물 세트는 김영란법의 제한에서 자유로운 3~4만원대에서 구성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국내산 과일이 아닌 수입산 과일로 대체되고 있다. 인기 선물 품목이었던 ‘한우’나 ‘인삼’, ‘송이버섯’ 선물 세트는 중저가 품목들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한 대형 유통업체는 한우 세트의 대체 상품으로 ‘호주산 갈비 세트’를 ‘5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내놓기도 했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실제 법이 적용되기도 전부터 마치 법이 이미 적용되고 것처럼 한우의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축산농가의 수입은 명절 기간에 발생하는데, 수요가 줄어들다 보니 유통업체들도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고 그에 따라 농가의 수익을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의 조사에 따르면 선물 수요가 감소할 때 한우 농가의 경우 약 4100억원의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비단 한우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국내산 과일, 생선 등의 품목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에 각 지역별 지자체들은 ‘5만원대’에 맞춘 국내산 농축수산물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김·미역·소금 등의 판매 홍보를 강화함과 동시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택배비, 물류비 등을 지원해줄 것을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충청북도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충청북도는 지난 8월 25일 도내 농업인 단체와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농림축산물 지원협의체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했다. 지원협의체는 법 시행으로 인한 농축산 농가의 어려움과 농림축산물 유통 실태 등을 점검,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시적 방책일 뿐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농축수산업계는 ‘김영란법’의 가액상한 품목에서 우리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것 혹은 현재의 ‘5만원’ 제한을 상한하는 방안 등을 꾸준히 건의하고 있으나,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는 법의 내용이 확정된 이상, 현실적으로 그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장기적 경기 침체로 국내 소비가 줄어들면서 업계의 상황도 좋지 않은 마당에 김영란법 적용은 우리 농축수산업계에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정책의 의도는 공감하지만, 피해가 확실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 농축수산업계의 상황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