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여러 모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속되는 불경기에 연일 36도 이상 지속되는 폭염 여파가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더욱 가볍게 만들려는 모양새다. 더위에 민감한 작물을 중심으로 가격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라, 2주 앞으로 다가온 추석 물가에 대한 소비자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에 추석 이후부터이지만,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의해 미리부터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분위기이다. 올해 5만원 미만의 선물 세트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이유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상품의 크기가 작고 품질 역시 크게 좋지 않은 데다 가격까지 전반적으로 상승해 마트 측의 걱정이 크다”면서 “올해 5만원 미만 제품의 비중을 늘렸고 사전 판매에서도 작년보다 오른 수치를 기록했지만, 객단가가 평균적으로 낮아져 추석 대목 매출이 전반적으로 오를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재래시장에서 과일을 판매하는 상인 역시 “김영란법까지 시행된다고 하면서 가격이 조금만 비싸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다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올해 추석선물은 합리적인 가격대에 알찬 구성의 선물 세트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더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기존보다 양을 줄인 실속형 상품들을 대거 준비한 모습이다. 주로 고가의 제품 구비가 많았던 백화점도 김영란법을 의식해 5만원 미만의 저렴한 제품을 예년보다 늘렸다.

온라인 마켓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위해 1만원 이하, 1~3만원, 3~5만원, 5만원 이상 등 가격대별로 선택할 수 있는 카테고리를 기획한 것이 눈에 띈다. 기존에는 명절 선물로 한우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좋은 품질에 보다 저렴한 가격의 수입육도 선물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한우보다 가격대가 경제적인 사골이나 꼬리, 떡갈비 등의 상품에 대한 판매가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측된다. 홍삼이나 꿀, 건강즙 등 5만원 이하의 선물 세트가 보다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며, 1만원대의 건강즙들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5만원’이라는 키워드에 맞추면서도 ‘나름의 전략’을 통해 올해 추석 대목 잡기에 나섰다.

백화점, 1인 가구 겨냥 실속‧미니 제품 ‘김영란법 대처’

백화점 업계가 추석 선물 세트 본 판매에 돌입한 가운데 ‘작은 사치’를 중요시하는 1인 가구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소포장 혹은 간편식이나 디저트 선물 세트를 내놓고 있다. 아울러 지속되는 불경기에 김영란법 등 여러 이슈가 겹쳐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5만원 이하의 선물 세트 구성비를 늘렸다.

롯데백화점은 명절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들의 양극화 트렌드와 저가 선물 세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실속형 선물 세트의 물량을 늘렸다. 우선 10만원 이하 중저가 선물 세트의 물량을 전년보다 25% 이상 확대했으며 특히 건과, 와인 등 5만원 이하 선물 세트의 물량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렸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8월 2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사전 예약 판매에서 5만원 이하 선물 세트 구성비가 90% 이상인 가공식품·생활필수품의 매출은 55.2%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매출 구성비 역시 지난해 17%에서 올해에는 23%로 늘었다.

반면 프리미엄 선물 세트도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은 한우, 청과, 와인 등 상품군별로 최고급 상품으로 구성한 ‘프레스티지 L’ 선물 세트의 물량을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한 5만 세트를 준비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추석에는 실속 선물 세트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늘렸다”면서 “반대로 프리미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남아있기 때문에 올해는 선물 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의 양극화 트렌드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5만원 이하 선물 세트를 지난해 추석보다 60% 더 준비했다. 올해 처음으로 5만원 이하 알뜰 사과·배 세트(4만9800원)를 내놨다. 8만~20만원 선이었던 곶감도 5만원에 맞춰 알뜰 세트(36개입)로 나온다. 추석 선물 세트로는 보기 드문 불로초 밀감 세트(5만원), 제스프리 골드키위 세트(5만원)도 있다.

용량을 기존보다 줄인 점도 눈에 띈다. 추석 선물로 ‘3마리 굴비’나 ‘용량을 마음대로 선택하는 한우, 과일’ 등 1인 가구에 맞춘 소포장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굴비세트의 경우 10미, 20미를 한 세트로 구성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이번 추석에는 영광 법성포에서 생산된 최상급 특대 사이즈 봄조기만 엄선해 단 3마리만 넣은 ‘다미원 프리미엄 봄굴비(40만원)’를 내놓았다. 또 원하는 부위, 등급, 중량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한우 맞춤 선물도 수요가 많아 물량은 늘렸다. 청과 장르에서도 고객이 원하는 과일과 수량을 마음대로 담을 수 있는 ‘청과 바구니’ 선물도 새롭게 등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김선진 상무는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혼자서 먹기에 부담이 없는 다양한 소포장 선물들을 대거 선보인 것”이라며 “올해는 미니포장 선물과 함께 혼자 조리해 먹기 쉬운 다양한 선물들로 하반기 백화점 매출의 변곡점이 될 올 추석 선물 수요를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백화점 역시 5만원 이하의 추석선물 세트 품목을 대폭 강화했다. 설 선물 세트 대비 56가지 품목을 늘려 총 478개의 품목으로 확대했으며, 전체 추석 선물 세트 비중에서 15% 이상 늘렸다. 특히 이번 선물 세트에서는 벽제갈비 오세요, 팥고당, 르타오, 위고에빅토르, 삼진어묵, 담미, 르브아, 호원당 등 백화점 식품관에 입점된 총 8개의 맛집들이 선보인 5만원 미만의 추석 선물 세트가 눈에 띈다.

주요 품목으로는 ‘10초에 하나씩 팔리는 치즈케이크’로 불리는 ‘르타오’의 치즈케이크가 추선선물 세트로 준비됐으며, 갤러리아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팥고당 특선 세트’(3만3000원), 3대째 이어온 부산의 명물 삼진어묵에서 선보이는 ‘삼진어묵 일품 세트’(2만5000원), 베이커리 르브아에서 선보이는 ‘르브아 한가위 세트 1호’(5만2000원),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인 위고에빅토르에서 선보이는 ‘위고에빅토르 휘낭시에세트’ (2만6300원) 등을 선보이고 있다.

더불어 명품관 식품관인 고메이494의 인기 맛집 ‘벽제갈비 오세요’에서는 가정간편식으로 ‘든든한 싱글 세트’(3만9000원)과 ‘건강한 싱글 세트’(4만9000원) 등을 선보인다.

갤러리아백화점 F&B전략팀 관계자는 “바쁜 현대인을 위해 집에서 끓이기 힘든 설렁탕을 비롯해 우거지탕, 육개장 그리고 김치찌개로 구성된 세트”라며 “탕 한 팩으로 푸짐하고 따뜻한 집밥 한 끼 또는 양이 적은 고객은 두 번에 나눠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세트로 1~2인 가구를 겨냥한 추석 선물 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아이디어 이색 상품으로 ‘합리적’ 트렌드 선도

대형마트는 5만원 미만의 제품 구성비를 늘리는 한편, 이색아이디어 상품으로 트렌디한 제품들을 선보여 주목된다. 실용적이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트렌드 선물을 접목해 다양한 패키지를 내놓아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마트는 실용적인 컬래버레이션 선물 세트와 고급스러운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마련했다. 지난해 추석 행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일반 세트의 매출은 4.3% 감소한 반면 실용·프리미엄 선물 세트의 매출이 9.2%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20종이던 컬래버레이션 세트를 올해 38종으로 늘렸고, 농수축산 주력 세트 수는 지난해 97개에서 올해 70개로 줄였다. 대신 프리미엄 선물 세트인 피코크 세트 수를 지난해 7개에서 올해 41개로 확대 판매한다.

컬래버레이션 세트는 한우와 명이나물, 와인과 로브스터·치즈 등 서로 잘 어울리는 음식들을 하나의 세트에 갖춘 맞춤형 조합으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피코크 세트 패키지는 기존 검은색 1가지 색상에서 축산 검정, 과일 회색, 수산 푸른색으로 적용해 상품별 이미지를 반영했다. 진품명품 세트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반영한 패키지를 신규로 선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30%가량이었던 이들 트렌드 선물 세트 매출 비중이 올해 추석엔 50% 선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올해는 트렌드를 반영한 실용적인 컬래버레이션 선물 세트와 프리미엄 피코크 선물 세트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등 이마트만의 선물 세트를 더욱 확대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고객들이 함께 찾는 품목을 하나로 묶어 구성한 ‘컬래버레이션 세트’와 가격은 낮추고 실용성은 높인 ‘실속형 세트’ 등을 주력으로 추석 선물로 내세울 예정이다. ‘컬래버레이션 세트’ 중에서는 최상급 한우와 스테이크 소스·천일염, 와인, 백화고 등을 함께 묶은 ‘쿠킹컬렉션 한우 세트’가 가장 눈에 띈다. 이 제품은 한우의 안심과 채끝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T본스테이크’와 저온에서 3~4주 동안 건식으로 숙성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등 두 종류가 있으며, 구이용 스테이크 소스와 천일염, 혹은 백화고, 와인 등을 선택해 선물 세트를 구성할 수 있다.

과일과 차(茶)를 한 상품으로 묶은 ‘차를 담은 사과·배(사과 4入, 배 5入, 액상차)’ 세트도 마련했다. 기존에는 과일 세트가 과일로만 구성되었다면, ‘차를 담은 사과·배’ 세트에는 과일을 차로도 즐길 수 있도록 유자차와 한라봉차를 함께 넣었다.

가격은 낮추고, 실용성은 높인 다양한 실속형 선물 세트도 준비했다. 이번 추석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민어 굴비 세트’는 최근 참조기 가격 상승으로 일반 굴비 세트 가격이 오르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준비했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인지 실용적인 선물을 찾는 고객들이 크게 증가했다”며, “이런 추세에 맞춰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세트’와 중저가의 ‘실속형 세트’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유통업계에서 ‘가성비’ 좋은 상품의 인기가 높아지는 트렌드를 반영, 이번 추석 사전예약 선물 세트는 240여 종의 실속 있는 선물 세트를 엄선했다. 5만원 미만의 제품군을 늘렸으면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이색 선물 세트도 마련해 여러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특징적으로 냉장 정육 세트 ‘화식한우’(불고기 1㎏+국거리 1㎏/19만원)를 1000세트 한정으로 선보인다. ‘끓인 여물을 먹인 소’를 뜻하는 화식(火食)한우는 생산하는 농가가 많지 않아 희소성이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게 마트 측의 설명이다.

 

온라인 마켓, 효도라디오에서 아이들 장난감까지 ‘다양한 구색으로 승부’

온라인 마켓은 오프라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배송 경쟁력을 내세워 추석 선물 아이템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여러 제품을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을 이용해 어른들을 위한 효도 제품에서 아이들을 위한 제품은 물론 1만원~3만원대의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 아울러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없지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품질 보증 제도를 도입하는 등 추석 대목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옥션은 추석을 맞아 어르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효도제품을 내놨다. 우선 ‘효도라디오’는 적적할 수 있는 부모님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노벨뷰의 NS-755는 슈퍼발란스 터보우퍼 사운드로 고음질을 자랑한다. 휴대가 편한 작은 사이즈는 물론 대화면 LCD 화면을 탑재해 부모님들도 편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부모님 세대가 반색하는 선물 아이템 중 하나로 ‘안마기’를 꼽을 수 있다. 메디하임 안마기는 작은 쿠션형 제품으로 간단하게 어깨, 목, 허리 등의 뭉침을 풀어준다. 가정에서는 물론 차량에서도 간단하게 사용이 가능해 유용한 제품이다. 통풍이 잘되는 메쉬 소재에, 4개의 온열 지압 롤러방식으로 뭉친 부분을 시원하게 마사지해줘 추천할 만하다.

옥션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고가의 선물보다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선물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해 중량을 낮춘 실속형 제품이 인기이고, 부모님을 위한 ‘효도’ 선물 아이템도 선보였다”면서 “특히 추석을 맞아 1만원에서 5만원 이상 등 원하는 가격대별 구성은 물론 매일 10%할인 쿠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G마켓 역시 올해는 합리적인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가성비가 우수한 선물 세트 수요 증가를 예상했다. 이에 1~2만원대의 가성비 높은 선물 세트를 대량으로 준비했으며, 저가 선물이 대세인 상황에서 프리미엄 선물 세트를 찾는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색상품으로는 아이들을 겨냥해 ‘토이스테이트 CAT 미니머신 5팩’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덤프트럭, 포크레인, 휠로더, 불도저, 백호로더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중장비 5대를 한손에 잡히는 작은 사이즈로 제작됐다. 실내 또는 모래에서 가지고 놀기에 좋아 아이들을 위한 이색 추석 선물이 될 수 있으며, 가격은 8900원이다.

11번가 추석기획전으로 ‘11Star Gift’를 마련했다. 11번가 MD들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직접 공수한 ‘11Star Gift’를 필두로 9월 7일까지 500여개 품목의 추석선물 세트를 판매한다. ‘유기농 농산물’, ‘친환경 특산물’, ‘냉장육’, ‘전통식품’ 등 농‧축‧수산물로 구성된 ‘11Star Gift’관 상품은 11번가 MD가 자신 있게 품질 보증을 하는 상품으로 구성돼 있다. 아울러 생산자 실명제, 산지직송, 품질보장, 품질 불만족 시 무료반품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기획전에서는 산지와 생산자를 소개하는 ‘실명제 상품’을 대거 배치, 11번가 추석선물 판매 활성화의 첨병 역할을 하도록 했다. ‘제주 홍근화님의 유기농 더치커피 세트’는 3만5900원, 빠르게 공수되는 ‘상주 60일 자연건조 프리미엄 곶감’은 2만9900원이다.

SK플래닛 11번가 조원호 마트 유닛장은 “이번 추석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면서도 품질과 가격을 동시 비교해 꼼꼼히 따지는 ‘스마트 쇼핑족’을 겨냥해 검증과 보증의 절차를 대폭 강화한 ‘추석선물 품질 인증제’를 처음 실시하게 됐다”면서 “11번가는 거품 섞인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걷어내고 고객에게 명백한 가치와 신뢰를 제고할 수 있는 상품 판매를 통해 이번 추석 고객 만족도 향상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11번가는 제조사와 사전 기획을 통해 ‘단독상품’이나 ‘특별가’를 구성해 상품의 차별화를 더했다. 11번가 단독 최저가로 구성된 동원F&B ‘단 85호’는 20% 할인된 2만16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카페베네 리뉴얼 머그컵이 포함된 단독세트 ‘마노 스틱 원두커피 세트’는 1만2900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김영란법 등의 이슈로 인해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업계 우려가 많다”면서 “백화점은 기존보다 5만원 미만의 저가 제품 비중을 늘렸고, 마트는 실속 있는 가격에 트렌디한 실속형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 마켓은 다양한 구색의 상품을 갖추는 등 다양한 추석 전략으로 소비심리 진작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