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정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시 세대간 내력벽 철거를 당분간 불허한다는 소식을 내놓은 후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수도권에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곳은 총 47개 단지, 2만9947가구에 이른다. 특히 1990년대 준공한 분당 등 1기 신도시와 서울 강남권 일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포진해 있다.

당초 정부도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한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에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는 안전성 등에 대한 연구용역에 착수해 올해 1월 내력벽 최대 20%를 철거할 수 있게 허용하는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후 4월에는 내력벽 철거 기준 등을 담은 안전진단기준안도 마련했으나 결국 지난 9일 국토부는 ‘내력벽 철거 여부 재검토’ 발표에서 이를 보류한다면서 추가 시험 등 검토를 거친 후 오는 2019년 3월 이후에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내력벽이란 기둥과 함께 건물의 무게를 지탱하도록 설계된 벽으로, 철거를 통해 다양한 평면으로 변경이 가능해 리모델링 사업의 주요 쟁점이 돼왔다.

발표 이후 현재까지 리모델링 추진단지들은 여전히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집값 하락과 그간 소요된 사업 추진 비용 등으로 대규모 소송사태까지 예견된다. 전학수 서울 대치2단지 조합장은 지난 2008년부터 설계비 등 조합이 사업에 쓴 매몰비용 60억원을 돌려받기 위해 정부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 국토부교통부 장관, 국무총리 등에 이미 (항의 내용을 담은) 공문 보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치2단지는 지난 4월 대림산업ㆍ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을 리모델링사업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범수도권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전 조합장은 담당기관 공무원의 전문성 부재를 일관성 없는 정책의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내력벽 철거가 안전성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업계의 주장에도 정부 입장에서는 안전성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재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 중인 노후 아파트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하면서, 무분별한 재건축이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 리모델링 사업의 경우 공사기간도 2~3년으로 재건축보다 짧고 공사비용도 15~20%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재건축 시의 의무 사항인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건립 등으로 단지에 따라서는 리모델링이 사업성이 더 높은 경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정광량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내력벽 철거 시에 수반되는 보강 공사는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경제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지금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강남과 분당의 단지들의 경우 지가, 전체 공사비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단지들 각각의 특성을 배제하고 일률적으로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