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여부가 비밀회의에서도 일단락되지 못했다. 24일로 예정됐던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 여부가 오는 11월 23일로 60일 미뤄졌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24일 열린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2차 회의'에서 구글이 지난 6월 신청한 ‘한국 지도 정밀 데이터 해외 반출’에 대해 추가 심의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1조(처리기한의 연장 등)를 적용해 직권으로 구글이 신청한 지도정보 국외반출 요청 건에 대해 처리시한을 60일 연장했다.

2차 협의체에는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 외교통상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자치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가 참여했다. 7개 부처는 구글의 반출 신청을 결정하고 다음날인 25일 통보할 계획이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구글 측에서도 정부 쪽 의견을 청취하고 신청인의 입장을 피력하기 위한 협의를 요청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회의 과정에서 초반에는 ‘불허’ 쪽으로 기울었으나 ‘허가하자’는 의견이 나오며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구글이 요구하는 5000대 1 초정밀 지도 데이터에는 관공서와 주요 시설을 비롯해 좁은 골목길까지 표기되며 이를 국외로 반출하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건은 9년간 끈질기게 이어져왔다. 구글은 클라우드 시스템 상 지도 데이터가 국외 서버에 분산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구글은 지난 2007년 한국에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으며, 2007년 구글은 한국판 지도 서비스를 시작해 기본적인 기능만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2014년 6월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법령이 개정되자 다시 신청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그 후 2016년 6월 다시 국토지리정보원에 정밀 지도 데이터에 대한 '국외반출 허가신청서'를 제출했다. 

▲ 구글 지도. 출처=구글

한편 구글 지도의 글로벌 서비스에는 2009년에는 3D 보기 기능, 음성 안내, GPS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 등이 추가됐다. 2010년에는 자전거 도로 데이터를, 2011년에는 건물 내부 위치 및 길 찾기 서비스를 차례로 도입했다. 구글 지도가 발전해 새로운 기능들이 계속 도입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구글의 답답함도 일부 여기에 있다.  

구글 지도를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 보면 정부는 크게 ‘국가 안보’와 ‘세금’을 근거로 국내 상세 지도 해외 반출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구글이 이미 서비스하고 있는 위성지도와 데이터 지도가 합쳐져 ‘정확한 지도 데이터’가 유출될 것을 우려한다. 또한 데이터 반출이 허용된다 해도 주요 보안시설을 가려줄 것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분단국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밀지도 반출 시 테러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2일 개최된 1차 회의에서 정부는 국내 군사, 안보시설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반대했다. 국토지리정보원 측은 "1차 회의 때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었는데, 신산업 육성 등을 이유로 반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인 곳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그 후 2차 회의일인 24일 드디어 결정될 거라 예상했으나 다시 11월까지 표류하게 된 셈이다. 

정부로서는 세금 문제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구축하지 않는 이유가 고정사업장 구축하지 않음으로써 조세회피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곧 국내 업체들을 역차별하는 격이라는 의견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국제적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일명 구글세를 도입하려는 ‘벱스(BEPS) 프로젝트’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광고수입 등으로 한국에서 얻어가는 수입이 있으므로 법인세법 내 근거조항을 마련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포켓몬Go. 출처=픽사베이

구글에 대한 신뢰도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지난 8월 8일 구글과 국내 지도 업계 관계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공간 정보 국외 반출이 공간 정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토론회에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구글의 권범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는 ‘구글이 스트리트뷰를 무단으로 수집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구글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먼저 공개했고 개인정보를 실수로 수집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권 매니저의 발언에 대해 구글이 2012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제출한 자료에서 ‘의도적으로 무단 정보 수집’을 했다는 내용이 대비되며 권 매니저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반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자는 구글은 안보에 있어 실질적인 효력이 없고, 국내 지도 기반 사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이유를 들어 허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지도를 통해 자동차와 자전거 길 찾기, 내비게이션 등을 제공할 수 있으며 세계를 흔들어 논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 등 신기술을 보급하는데 지도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들어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허용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시기적으로 우연히 ‘포켓몬Go’가 인기를 끌며 구글 지도 반출 여부가 구글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구글 지도 반출 허용 유보에 대해 “산업에 미치는 현상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결정을 연장했다"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협의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국익’에 중점을 두고 얘기했으며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결정하자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후 있을 3차 관계기관 협의체 회의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