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주들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시점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은행주들의 시장평가는 적어도 자산 가치, 즉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은행주들은 금융위기 이후 평가절하된 것일까.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주 하락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훼손 가능성을 반영한 것으로부터 기인한다. ROE는 ‘자기자본 대비 얼마를 벌어들이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이 높게 발생하며 이는 다시 기업의 자본을 늘리는 역할을 하며 주주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순손실이 발생하면 자본을 갉아먹게 된다.

▲ 은행주 ROE-PBR 추이 [출처:메리츠종금증권]

하지만 낮은 수준의 ROE라도 마이너스가 아니라면 기업의 절대적 자산 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자본 대비 수익률이 낮아진다면 투자시장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저성장 시대에도 불구하고 고성장하는 기업들은 언제든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 초 이후 국내 은행주들의 흐름은 예상을 깨고 상당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예대마진 축소로 우울했던 실적전망을 과감히 내던졌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은행주 ROE와 PBR 추이를 보면 은행주들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두 지표 간 갭 차가 큰 폭으로 벌어져있던 탓에 은행주들의 주가가 빠르게 상승할 수 있었던 것이며 추가적으로도 상승여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여전히 ROE다. 두 지표의 갭 차이를 줄이는 것은 결국 향후 은행주들의 실적이 받쳐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은행주들의 ROE는 왜 낮은지, 향후 은행들이 자기자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우선 은행주들의 ROE가 낮은 이유는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던 이자이익 중심의 단순한 수익구조 때문이다. 이러한 수익구조는 금리가 낮아지는 국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 수수료 기반의 수익원 창출, 해외진출을 통한 사업영역 확장 등 다방면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이 분야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국내 은행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비이자수익 추구와 함께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이를 전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으나 국내 은행들의 자본규모는 선진은행 대비 현저히 낮아 해외진출을 통한 경쟁력 확보 가능성도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결국 낮아진 금리 수준에서 어떻게 이익을 확보할 것인가, 즉 ROE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 긍정적이라면 향후 은행주들의 주가는 저평가를 탈피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011년부터 추세적으로 이어진 순이자마진(NIM) 하락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 기간 동안 NIM은 1%포인트 하락해 2016년 3월 현재 1.5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 수익 확보와 함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며 NIM 하락에 대비하는 모습이지만 이는 단기간에 은행의 수익성을 늘릴 수 없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질문해야 한다. ‘국내 은행들의 ROE 하락은 멈출 것인가’라고 말이다. 쉽게 말해, 이익 개선을 기대하기보다는 수익성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이 3~6개월 지속된다는 점에서 지난 6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3분기 NIM을 부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하 시 NIM이 약화되는 것은 운용금리가 먼저 하락하고 조달금리가 뒤늦게 하락하는 시차현상이 주된 원인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투자처 부재로 저금리 수신예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은행의 조달 금리를 선제적으로 줄이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NIM의 급격한 하락세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 가계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 여신을 중심으로 분기 2% 이상의 높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문제는 하반기 가계대출 규제 강화, 구조조정에 따른 중소기업 대출 수요 약화, 은행권의 대기업 여신 감축 기조 등이다.

그렇다면 은행이 ROE 유지 혹은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대손비용을 얼마나 줄이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 고정이하여신-NPL 갭 추이 [출처:메리츠종금증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여신 관리 강화 정책으로 고정이하여신과 무수익여신(NPL)의 차이는 위기 전과 비교해 확대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건전성 분류를 실시하며 충당금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NPL보다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를 나타낸다. 그만큼 시중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나 다만, 두 지표의 갭이 지난 2013년 2분기 이후 축소되고 있음이 눈에 띈다.

국내 주요 민감업종의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은행주들에 대한 긴장은 풀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주들의 밸류에이션은 분명 저평가됐다고 볼 수 있으나 주가는 ‘성장’을 따라가는 경향이 높다. 대손비용 관리 등을 통해 ROE를 방어할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은행주들의 상승탄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은행주들을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는 배당수익률로 모아진다. 투자자가 국내 은행주에 투자 시 그 시기를 막론하고 상승과 하락이 제한된 국면이라면 실질적으로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단기성 매매에 따른 차익 혹은 배당이다.

▲ 국내 은행주 예상배당수이률 (출처:메리츠종금증권]

국내 은행들의 올해 예상배당수익률은 3.2%로 이는 현재 기준금리인 1.25%의 약 2.5배 수준으로 상당히 매력적이다. 또 코스피 평균 배당수익률인 1.7% 대비 약 2배 높다. 단순 계산으로 은행주들의 배당수익률이 3.2%에서 코스피 평균인 1.7%에 도달하려면 주가는 약 2배로 상승해야 한다. 하지만 ROE가 낮은 상태에서 이러한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은행주 간 높은 동행성을 감안하면 종목 간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을 전망이나 NIM 하방경직 등으로 ROE의 점진적 개선이 이뤄진다면 이후에는 결국 자본력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성장을 이룬 만큼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자회사 간 시너지 창출이 현실화될 경우 업계 선두 자리를 빠르게 차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업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