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5대 신성장동력(제약·바이오, 글로벌 LNG, 반도체 소재, 반도체 모듈, ICT)을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매출액 16조7000억원, 영업이익 2조690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세부내역을 보면 제약·바이오 분야가 영업이익 기준 9000억원으로 가장 높으며 글로벌 LNG가 8400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아울러 반도체 소재 5000억원, 반도체 모듈 2000억원, ICT 25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 출처: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믹리뷰>는 지난 3월 14일 ‘SK, 사라진 사업지주 프리미엄 어떻게 되찾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SK C&C와 SK(합병 전 지주회사)의 합병 이후 출범한 SK(합병 법인)의 주가가 합병 전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SK C&C의 사업지주사 프리미엄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시장에서는 합병 후 SK를 사업지주사보다는 순수지주사 형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국내 지주사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저평가’를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후 SK의 주가 추이를 보면 현재 주가 수준은 당시보다 10% 하락해 ‘지주사 프리미엄’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렇다면 지주사 프리미엄은 어디에 숨어(Hidden)있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순수지주사의 주가는 실적보다는 자산가치에 연동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적이 자산 가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상장사의 경우 시장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타깝게도 SK의 5대 신성장동력 중 영업이익 전망이 가장 낮은 ICT만 SK의 자체 사업이고 나머지 4개 사업은 비상장 자회사의 사업이다. 그만큼 미래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SK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회사들의 실적이 상승하고 자산가치가 상장하는 데 SK 주가가 제자리에 머무를 이유는 없다. 그렇다면 결국 SK의 주가는 5대 성장동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SK E&S, SMP 쇼크 LNG로 이겨낼까

올해 2분기 SK의 연결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7% 하락한 21조1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7% 오른 1조68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상회한 1조1000억원을 기록한 덕분이다.

반면, SK가 100% 지분율을 보유한(사실상 자체사업) SK E&S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6.3% 급락한 9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유가 및 계통한계가격(SMP) 하락 등 비우호적 영업환경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선적으로 SK주가의 하방경직 여부는 실적충격이 가장 컸던 SK E&S의 향후 전망이다. 5대 성장동력 중 하나인 LNG 사업이 SK E&S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이를 더욱 부각시킨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SK E&S의 LNG 사업은 내년 장문발전소와 위례발전소의 신규 가동 시 판매량 증가가 기대된다. 현재 운영 중인 광영 및 하남 발전소의 발전 규모는 1500MW 수준이지만 장문 및 위혜 발전소의 발전 규모는 2300M로, 총 발전 매출은 2.5배 증가해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61% 늘어난 149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 LNG 직도입 물량 증가로 원가절감이 이뤄지며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부터는 호주 고곤LNG, 2019년 말부터 미국 프리포트LNG에서 천연가스를 직도입할 계획이다. 고곤LNG와 연평균 80만톤, 프리포트LNG와 연평균 220만톤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보령LNG 터미널이 준공되면 다른 LNG열병합발전소보다 낮은 비용으로 LNG를 조달 할 수 있으며 이는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SK E&S는 LNG 액화 플랜트를 제외한 LNG 가스전 개발에서 선적, 저장시설, 수입기지, 플랜트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LNG 조달 측면에서는 2012년 호주의 Barossa-Caldita, 2014년 북미 오클라호마의 우드포드 셰일 가스전에 투자했으며 GS에너지와 보령 LNG 터미널에도 직접 투자했다.

아울러 중국 사업의 성과도 기대된다.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하에 천연가스 보일러 전환 수요와 가정용 천연가스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며 천연가스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SK는 지난해부터 중국 내 도시가스 공급률 1위 회사인 차이나가스홀딩스, 중국 3대 전력 기업인 화디엔과 중국 내 터미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각종 가스전에서 확보한 천연가스를 한국과 중국에 각각 200만톤씩 공급할 계획이다. 장기적 측면에서 SK E&S의 실적은 긍정적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실적 부진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약·바이오 ICT, 서서히 드러나는 실체

5대 신성장 동력 중 가장 큰 영업이익이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는 순항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3월 자체 개발한 뇌전증 신약(YKP3089)이 임상 2상을 종료했고 미국 식약처(FDA)와 임삼 3상 진행 및 신약 승인요건과 관련한 협의를 완료했다. 이밖에도 SK바이오팜은 15건의 FDA 임상을 보유 중이며 중추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기대된다.

원료 의약품 및 의약품 중간체 제조·판매(CMS: CMO의 일종) 사업을 영위하는 SK바이오텍은 작년 매출 757억원, 영업이익 2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오는 2017년에는 증설 설비가 가동돼 1300억원대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텍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이 높은 이유는 저가 복제약이 아닌 특허권을 가진 글로벌 제약사의 원료 의약품을 제조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5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기록한 만큼 하반기 매출성장과 함께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도 기대된다. 한편, SK바이오텍의 영업이익률은 26%로 미국과 유럽 주요 회사의 영업이익률 평균인 15%를 상회하고 있다.

SK는 지난 3월 26일 SK바이오팜의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의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 거래로 기존 ‘SK→SK바이오팜→SK바이오텍’의 지배구조에서 ‘SK→SK바이오팜, SK바이오텍’의 구조로 변하게 됐다. 이는 SK바이오텍의 실적과 자산가치가 SK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할 수 있는 만큼 SK바이오텍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또 SK바이오텍이 SK의 자회사로 편입된 만큼 SK바이오텍의 해외 CMO기업 인수합병(M&A) 시 자금부담도 덜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현행법상 손자회사가 자회사(지주사의 증손회사) 지분 취득 시 100%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 단위: % [출처:한화투자증권]

사실 실질적으로 SK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문은 SK의 자체사업인 ICT이다. 이 부문에 있어 SK의 향후 성장동력은 클라우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로지스틱스, 인공지능 등 4개 분야다. SK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오는 2020년 매출액 6000억원, 영업이익 6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IBM SoftLayer의 국내 독점공급권과 올해 4월 Alicloud 글로벌 사업 공급권을 확보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SK 클라우드 포털과 판교 클라우드 센터 역시 올해 6~7월 연이어 오픈하면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 분야는 작년 5월 홍하이그룹과 합작, 홍콩에 FSK홀딩스를 설립하고 홍콩의 스마트센서 사물인터넷(IoT) 통신부품 제조기업인 다이와소시에트홀딩스를 인수했다. SK는 2020년까지 매출액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 로지스틱스 분야에서는 M&A를 통해 2020년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11번가 물류 BPO 사업을 추진 중이며 향후 그룹 물류에 적용해 경쟁력을 증진시킬 전망이다. AI 분야는 IBM 왓슨(Watson) 국내 독점 사용권 확보로 관련 지식을 축적하고 향후 무인 콜센터, 쇼핑 추천 등 다양한 방면에 AI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처럼 SK의 ‘히든 밸류’는 ‘미래’라는 이름 안에 감춰져 있다. 숨겨진 SK의 밸류에이션이 언제 드러날지 그 시점은 알 수 없다. 다만,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것은 숨겨진 SK의 가치를 조금씩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