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간절하게 말합니다. 저희 이렇게 가다가는 다 죽습니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가 온 몸을 사정없이 때리는 것 같습니다. 서울지역 최고 낮기온 37도를 찍은 22일 낮. 인터뷰 장소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던 저는 뜨겁게 타오르는 휴대폰을 들고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의 장탄식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전화 너머 울리는 김 회장의 목소리는 22년만에 찾아왔다는 최강의 무더위보다 더 뜨겁더군요.

김 회장의 목소리는 격앙되어 있었습니다. 카카오가 대리운전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업계의 그릇된 관행이 고쳐질 것으로 예상해 환영했지만, 이제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특히 22일 발표된 새로운 요금 체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해 보였습니다. 이용자가 직접 대리운전비용을 입력하는 방식입니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용자 입장에서 평소 대리운전 이용 경험과 기존의 앱미터기 예상 요금 등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라 생각하는 요금을 직접 설정할 수 있고, 기사회원은 이용자가 제시한 요금을 보고 호출 수락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 회장은 통화 말미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을 국정감사에 불러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출처=카카오

합리적 요금 설정 가능 vs 업계 파탄날 것
우선 전제할 점은, 김종용 회장이 이끄는 사단법인 대리기사협회가 전국 대리운전기사들의 생각을 100%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과거에 김 회장을 통해 직접 확인받은 내용이며, 실제 업계를 취재한 결과 사실이라는 점도 밝힙니다. 결론적으로 김 회장의 생각과 주장은 전국 대리운전기사들의 바라는 점은 아닐 수 있으나, 일정정도 반영의 척도가 된다는 점이라는 것 미리 알려둡니다.

자, 새로운 요금 제도 개편에 집중해 보겠습니다. 뭣이 문제일까요? 카카오는 요금 직접 입력 방식이 합리적인 대리운전비용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봅니다. 실제로 카카오는 "카카오대리운전은 거리와 시간을 기준으로 요금을 정산하지만 그 외 변수가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도착지에 따라 기사들이 선호하는 지역이 존재하며 이에 따라 가격이 조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제가 화곡에서 술을 마시고 종로로 간다고 하면 일반적 대리운전가격이 2만 원으로 책정되나, 술자리 핫 플레이스인 종로로 가기 때문에 기사 입장에서는 1만5000원을 받더라도 저를 원한다는 뜻입니다. 시간과 거리로만 비용을 계산할 수 없는 '애매함'이 있다는 뜻이에요.

역으로 제가 종로에서 술을 마시고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대리운전을 불렀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럴 경우 기사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꺼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시간과 거리로 나오는 금액인 3만 원이 아니라 4만 원을 부른다면? 조건을 맞출 수 있는 기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카카오가 말하는 이용자 요금 직접 입력의 핵심입니다. 지금은 금지됐으나 택시 합승을 생각하면 편합니다. "따블! 따따블!"

하지만 김 회장의 생각은 다릅니다. 이용자가 일방적으로 요금을 확정하면 기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요금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모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되면 금액 결정권은 온전히 이용자의 것이 되며, 요금은 점점 내려가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누구 말이 맞을까요? 왜 하나의 현상을 두고 각자가 극단의 시나리오를 내세우는 것일까요? 결정적 차이는 수요와 공급에 대한 상반된 인식입니다.

카카오의 주장처럼 유연한 요금 체계가 되려면 요금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사가 우위에 있고, 김 회장의 비관론이 성립되려면 반대의 상황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숫자의 차이로도 설명할 수 있어 보입니다. 카카오의 주장은 기사들이 적어 이용자를 선택하는 수준이 되어야 하며, 김 회장의 주장은 그 반대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러한 판단도 100% 합리적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수요와 공급의 현실적 문제가 극단의 시각을 잘 설명한다는 겁니다.

숫자를 살피겠습니다. 현재 전국의 대리운전기사는 총 8만7000 명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시장 규모는 2조 원이며 여기에서 3800개의 업체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대형 사업자나 획일화된 조직은 없으나 대리운전업체들은 '연합'을 중심으로 일종의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도 밝힙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업계는 정해진 '파이'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쏠립니다. 이용자의 숫자를 정확하게 집계할 수 없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을 명확하게 밝힐 방법은 없어도, 권역별로 활동하는 업체의 숫자는 우리의 짐작을 뛰어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대리운전시장에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는 없기 때문에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라고 설명합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곧 '아쉬운 사람이 기사'라는 말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됩니다. 물론 이러한 논리도 100%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답할 수 없는 요소가 있지만, 그래도 주도권의 향배만 냉정하게 따지면 김 회장의 시나리오가 더 현실성있다는 말입니다.

▲ 출처=카카오

하지만 카카오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유연한 요금제 도입의 측면에서, 또 이용자 입장에서 요금 직접 입력은 크게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들의 경우에도 위에 설명한 것처럼 '스마트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르면 기사 입장에서 이번 요금제도 개편이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궁극적으로 생태계 모두가 환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현재 카카오드라이버는 출시 후 약 2달만에 가입자 100만명, 기사회원수 11만명, 누적 호출 수 270만건 등을 기록했습니다. 기사회원이 11만에 달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카카오를 선택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죠. 심지어 카카오는 '콜' 문제로 기존 업계의 견제가 들어오자 기사 회원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으며 그 외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 모두를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는 평가입니다.

결론적으로 황희 정승 문제 해결법 외에는 아직 뚜렷한 결론이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카카오 말도 맞고 김 회장 말도 많다"

▲ 출처=카카오

더 신경쓰이는 지점은....
이번 논란도 제법 묵직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더 심각한 문제들이 여럿 보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O2O로 진격하는 카카오의 행보에 있어 아주 중요한 현안들입니다.

일단 카카오드라이버 서비스는 시장에 훌륭하게 안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에서 보여준 생태계 객체와의 협력을 통해 나름의 상승기류를 타고 있어요. 비록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는 어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일단 서비스 확장에서는 합격점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를 두고 벌어지는 일각의 파열음은 세밀하게 풀어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카카오 O2O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리스크가 보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일부 대리운전기사들의 반발입니다. 카카오는 택시에서만 대승적인 화합을 끌어냈을 뿐, 대리운전 및 홈클린 등에서는 일부 잡음을 노출한 바 있습니다. 이는 추후 '새로운 영역'으로 진격할 카카오 O2O 전략에 있어 '불필요한 전력의 소모'가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카카오드라이버의 요금 직접 입력 소식이 알려진 22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리운전자의 처우 개선과 대리운전업의 서비스 향상을 위한 대리운전업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대리운전 논란과 일정정도 독립된 사안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상생을 바탕으로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순간입니다.

카카오대리운전에서 본격적으로 촉발된 골목상권 분쟁도 있습니다. 하지만 카카오가 특정 업계에 진출하는 것을 모두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것 자체는 오히려 장려해야할 지점이라고 보여집니다. 물론 O2O의 방향성을 타고 상생의 분위기를 더욱 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이 역시 카카오의 몫입니다.

오히려 카카오드라이버 논란의 경우 일부 업체의 조직적, 불법적 침해행위를 적극적으로 걷어내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대리운전업계의 불법적인 카카오 기사 견제를 두고 카카오는 "8월 초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고 기사들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제3자가 카카오에 원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는 대목도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드라이버의 경우를 포함해 기타 다른 O2O 전반에 거쳐 보이는 제3자의 희망을 말하는 겁니다. 이제 사람들은 플랫폼 사업자에 불과한 카카오가 모든 업계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물론 카카오가 비슷한 아젠다를 들고 나와 여론전을 벌인 지점도 있지만, 카카오가 목표로 한 공익적 목표와 제3자의 목표는 지향점은 같아도 그 수준에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실제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창출해야 하는 고민도 가지고 있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IT여담은 취재과정에서 알게된 소소한 현실, 그리고 생각을 모으고 정리하는 자유로운 코너입니다. 기사로 쓰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한번은 곰곰히 생각해 볼 문제를 편안하게 풀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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