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업계 역시 ‘5만원 경제’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에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될 경우 ‘선물 경제’의 지형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업체별 온도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전통 가전사의 경우 5만원 경제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명절 가전 선물의 경우 자녀의 부모에게 주는 ‘효도 선물’ 수요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간혹 대외적인 선물로 소형 가전을 주기도 하지만 가전 자체가 워낙 고가이다 보니 김영란법으로 뒤바뀔 시장 판도에 직접 대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론 5만원 미만 선물 수요가 살아나면서 뛰어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로 무장한 IT 제품을 비롯해 간편하고 실속 있는 모바일 쿠폰 등이 선물 경제의 중심을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효도 가전’ 수요↑… 김영란법 대응은 “글쎄”

회사원 A 씨는 이번 추석 부모님댁에 김치냉장고를 선물할 예정이다. 유난히 더웠던 여름에 에어컨을 교체해드리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효도 선물’을 준비하려는 생각이다. 때마침 A 씨는 김치냉장고 신제품 출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명절 때는 보통 효도 가전 수요가 증가한다. 가전사와 유통업체들은 명절맞이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품목으로는 안마의자·김치냉장고·TV 등이 인기를 끈다. “명절 부모님댁 제품 교체 수요로 판매량이 20%가량 증가합니다. 벽걸이 드럼세탁기라든지 다목적 김치냉장고처럼 나이 든 부모가 사용하기 편리한 효도 가전이 특히 인기가 많습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 출처=동부대우전자

다만 명절 선물로 가전을 택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부모 선물 수요가 늘어나기는 하지만 ‘대목’이라고 여길 만큼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명절과 가전은 사실 큰 연관성이 없습니다. 가전 시장은 오히려 계절적인 요인에 더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롯데하이마트는 추석 프로모션을 준비 중이지만 매주 진행하는 판촉 행사에 연결을 짓는 차원이지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 역시 명절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지만 매월 있는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계획 중이다.

명절 가전 수요의 큰 특징은 효도 가전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대외적인 선물로 전기밥솥, 로봇청소기, 착즙기 등이 오가는 사례도 있기는 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며, 최근 명절 선물 트렌드에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가전업계가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피해는 입진 않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가전은 소형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워낙 고가이니 가전사 입장에서 ‘5만원 경제’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영란법 대응 움직임을 보이는 가전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5만원 이하 가전이라고 해봤자 탁상용 선풍기 같은 것이 있기는 한데, 명절 선물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반론도 있기는 하다. 잔치팬, 믹서기, 무선주전자 등 주방가전은 5만원 경제가 열려도 추석 선물로 경쟁력이 있다고 신일산업 관계자는 전했다.

▲ 출처=삼성전자

가성비 갖춘 스마트 선물이 뜬다?

5만원 미만 선물 수요 급증으로 가성비로 무장한 IT 제품을 찾는 이들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속 있고 스마트한 이미지의 IT 제품 선물은 젊은 감각을 전하는 데 제격이라는 평가다. 우선 삼성전자는 캐릭터를 절묘하게 활용한 제품이 시선을 끈다. ‘어벤저스 캡틴아메리카 무선 충전기’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무선 충전할 수 있는 패드다. 어벤저스에 등장하는 캡틴아메리카가 사용하는 방패 모양을 응용해 디자인한 제품이다. 가격은 3~4만원대다. ‘멸종동물 보조배터리’도 있다. 본체에 귀여운 멸종위기 동물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다. 용량은 8400mAh이며 3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 출처=삼성전자

음향 기기도 5만원 미만 선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블루투스 이어셋 ‘톤플러스’ 시리즈는 넥밴드 타입 디자인으로 실용성을 갖춰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선물용으로도 손색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모델에 따라 10만원을 넘기도 하지만 4만원대에 구입 가능한 모델도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의 경우도 김영란법에 위배되지 않는 제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JBL·소니·브리츠·로지텍·아이리버·캔스톤 등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다양하다. 카카오프렌즈 IP(지적재산권) 활용한 블루투스 스피커도 3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 출처=캔스톤

마우스처럼 업무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컴퓨터 주변기기도 실용성이 뛰어난 선물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무선 마우스 ‘아크터치’는 신개념 플렉시블 디자인을 채용한 제품으로 4만원대에 구입 가능하다. 스위스 브랜드인 로지텍도 5만원 미만 각양각색의 마우스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한편 MS의 ‘무선 디스플레이 어댑터’와 같은 제품도 실용적인 스마트 선물로 제격이다.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의 화면을 TV와 같은 큰 화면에 그대로 미러링해 크게 보며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품이다.

▲ 출처=마이크로소프트
▲ 출처=카카오 선물하기 캡처

한편 모바일 상품권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선물하기’, SK플래닛의 ‘기프티콘’, KT엠하우스의 ‘기프티쇼’ 등이 국내 대표적인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다. 상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선물을 발송할 수 있는 편의성 덕택에 이번 추석에도 많은 이용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선물하기의 경우 지난해 추석 전체 판매량이 평상시 대비 300%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상품권, 건강&신선식품, 생활선물세트류, 화장품세트 등이 명절 주요 인기 상품”이라며 “올해는 명절 베스트 상품군과 더불어 선물하기 ‘옐로우기프트’ 선물세트와 트랜디한 상품군까지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고 전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정부 주도로 모바일 상품권 ‘거절하기’ 기능 도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협의 단계인 까닭에 추석 선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구글플레이, 모바일 게임, 통신사 데이터 쿠폰 등도 추석 선물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