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설은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은 대마도다.

먼저 율도국이라는 이름의 기원을 찾아보자. 율도국을 사전에서 찾으면 흔히 ‘율도국(栗島國)’이라고 밤 율 자를 써 넣은 것으로 검색된다. 그러나 <홍길동전>은 원래 한글소설이다. 작가인 허균이 한글로 쓴 율도국을 후대 사람들이 율도국(栗島國)이라고 한자로 표현했을 뿐이다. 하지만 율도국이 대마도라는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면 나라 이름에서 아주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된다.

일본인들은 ‘대마도(對馬島)’를 ‘대마(對馬)’라는 두 글자만 써놓고 ‘쓰시마(つしま)’라고 읽는다. 실제로 섬 이름을 그렇게 지칭한다. 그러나 ‘대마’라고 쓴 것을 일본어 어법에 맞게 읽기 위해서는 ‘쓰이마’ 혹은 ‘다이마’라고 읽어야지, ‘쓰시마’라고 읽을 근거는 일본어 어디에도 없다. 더더욱 대마도라고 쓴다면 섬 도(島) 자는 일본어 훈독으로 섬이라는 의미의 ‘시마(しま)’이니 ‘다이마시마’라고 읽거나 섬 도 자를 음독으로 도우(とう)라고 발음하니까 ‘다이마도우’, 혹은 ‘쓰이마시마’나 ‘쓰이마도우’라고 읽어야 한다. 그런 모순을 해결한다는 것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섬 도 자를 떼어버리고 ‘대마’라는 두 자만 써놓고 ‘쓰시마’라고 읽는 것이다. 섬을 지칭하는 말에서 섬을 의미하는 글자를 떼어버리고 읽는다는 것이 말도 안 되지만, 일본인들은 고대부터 대마도의 이름이 ‘쓰시마’라고 전해 내려오기에 쓰시마라고 지칭할 뿐 섬 도 자를 붙이고 떼고의 의미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그 이유를 밝혀야 하고, 왜 그런 현상이 생겨났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대마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어떻게 기록되었는지를 알아보면 밝힐 수 있다.

대마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역사적인 자료는 3세기에 서진의 진수가 <삼국지 위서 동이전>에 대마국(對馬國)이라고 기록한 것이 그 시원이다. 우리나라 역사서로는 <삼국사기>에 대마도(對馬島)라고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국(國)이라는 것은 고대국가의 형태는 소국들이 가장 힘 있는 소국을 중심으로 조공무역을 하면서 하나의 연합 국가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지만, 설령 의미를 두더라도 엄연히 ‘대마’라고 기록했으므로 일본처럼 ‘쓰시마’라고 읽을 근거는 당연히 없다.

그런데 8세기에 편찬된 일본의 역사서인 <고사기>에 보면 대마도를 항구 섬, 혹은 나루 섬이라는 뜻을 가진 ‘진도(津島)’라고 표기하고 있다. 이 표기가 일본어로 ‘쓰시마’다. 나루 진(津) 자는 일본어에서 쓰(つ)로 발음이 나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항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섬 도(島)는 시마(しま)다. 따라서 일본의 고사기에 기록된 대로 진도(津島) 즉, 쓰시마가 일본인들에게는 맞는 표현이다. 그 의미는 자신들의 영토가 아니라 풍랑을 만나서 피하거나 대마도와 교역하기 위해서 정박한다는 의미, 혹은 한반도로 오는 도중에 쉬어오는 나루터 정도로 생각해서 붙인 이름일 뿐이다. 그것을 우리 영토인 대마도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일본어에는 없는 이상한 기형발음이 되고 만 것이다. 대마도가 처음부터 일본 영토였다면 진도라고 쓰고 쓰시마라고 발음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어쨌든 일본인들은 대마도를 진도라고 불렀고 나루 진 자를 썼다. 그런데 나루 진(津) 자에서 삼수변(氵)을 빼면 붓 율(聿) 자가 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홍길동전>에 그려진 바와 같이 홍길동은 활빈당 식구들과 함께 이상향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고려를 떠났다. 멀리 떠나기 위해서 뱃길을 택한다. ‘활빈당’이 둥지를 틀었던 함경도에서 남으로 뱃길을 잡고 해류가 흐르는 대로 며칠인가를 가다가 도착한 곳이 대마도였다. 그리고 항구에 도착하자, 제일 먼저 만난 사람이 대마도와의 교역을 위해서 항구에 정박해 있던 일본인들이었다. 만일 홍길동 일행이 일본인을 만나지 않고 대마도에 살고 있는 고려의 백성들을 만났다면 그곳에 정박하지 않고 다른 곳을 향해서 다시 떠났을 것이다. 그러나 홍길동은 고려가 자신을 버렸지만, 그는 고려의 영토를 지켜야 할 의무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던 것 같다, 마치 지금 우리들의 조국이 서민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고 가진 자들에게는 관대할지라도 서민들은 백성 된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모습일 게다.

홍길동 일행이 대마도에 도착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교역하러 온 일본인들이었으니 당연히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홍길동은 드디어 고려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에게 필담을 이용해서 섬 이름을 물었고, 답을 해준 일본인들이 한자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루 진(津) 자에서 삼수변을 빼고 알려 주었다. 율도(聿島)라고 적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