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공유 온디맨드 업체 우버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AP를 비롯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우버는 조만간 펜실베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포드의 자율주행차 퓨전을 투입,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할 계획이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상황에 대비해 운전자가 동승하며 테스트에 참여하는 일반인은 무료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앞서 포드는 오는 2021년까지 미국 자동차공학자협회(SAE) 기준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기술 4단계를 지원하는 자율주행차를 자량 공유경제 기업에 제공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 출처=우버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랑
최근 우버는 스웨덴 자동차제조업체인 볼보와 자율주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에 무려 3억 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또 구글 자율주행차 인력 일부가 나와 설립한 자율주행트럭 오토를 6억8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앤소니 레반도프스키와 리어 론, 클레어 디라우니, 돈 버네트 등이 설립한 오토는 자율주행차 엔진지어 및 지도 제작자, 로봇 전문가들이 뭉쳐 설립한 회사며 지난 5월 미국에서 자율주행트럭의 가능성을 타진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완전차 업체들과 협약을 맺고 자율주행차 실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우버가 구글 지도 생태계에서 벗어나 약 5억 달러를 투입해 자체 지도를 제작하기로 결정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구글에서 구글 지도와 위성사진 서비스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브라이언 매클레던이 전격적으로 우버에 합류한 가운데 그가 "향후 지도 제작 예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한 대목은, 결국 우버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여담이지만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종종 공식석상에서 "자율주행차가 우버의 미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버가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버가 온디맨드와 공유경제의 경계에서 일종의 플랫폼 사업을 전개시키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버의 핵심은 다수의 기사와 대중을 연결해 운송수단의 변화를 꾀하는 것에 있다.

이 대목에서 자율주행기술이 확보될 경우 기사에 배분되는 인건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가는 행보지만, 노동시장에 있어서는 우울한 소식이다. 다만 철저하게 우버 입장에서 보면 온디맨드 사업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불거지고 있는 고용 불안정의 지적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평가받기도 한다. 기사가 없으면 인건비도 절약되고, 불안한 고용상황에 대한 비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전형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에 집중하는 우버의 '노림수'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바로 사용자 경험의 확대와 자동차의 '플랫폼화'에 따른 파생 시너지다. 온디맨드 업체에 가까운 우버의 정체성으로 보면 자율주행차는 말 그대로 사용자 경험의 확장과 확대를 의미한다. 배달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대체하는 푸드 O2O 시대가 열리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운송이라는 행위를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인간기사가 운전대를 잡는 것과 인공지능이 운전대를 잡는 것의 차이에서 오는 소소한 사용자 경험이다. 그에 따른 다양한 부가기능은 일종의 덤이다.

더 넓게 보자면 자동차의 '플랫폼화'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자동차는 다수의 ICT 기업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아이템이다. 구글은 이미 자율주행차를 위해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며 시운전에 나서고 있으며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을 내세워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줄 전망이다.

테슬라는 아예 기가팩토리-솔라시티-테슬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따라 자율주행차를 에너지 인프라 로드맵에 포함시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물론 완성차 업체들도 ICT 기업과 협력해 나름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인텔과 BMW, 모빌아이가 고성능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뭉치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피아트 크라이슬러가 연합한다. 구글은 2014년 아우디와 혼다,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를 아우르며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구축하고 있으며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러스도 슈퍼 전기자동차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본도 도요타와 닛산, 혼다를 비롯해 자국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다듬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과도 협력해 판을 짜고 있다는 평가다. 폭스바겐과 LG전자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기술력을 다듬고 있으며 삼성과 시스코, 현대자동차도 나름의 활로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차량 네트워크 기술의 시스코가 삼성 및 현대자동차의 비전을 서로 연결하는 분위기다. 아마존과 포드도 스마트홈과 자율주행차 비전을 연결하는 방법론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아마존과 포드의 협력은 이커머스의 플랫폼을 스마트홈에 가둬 외부와 연결하려는 시도와 포드의 완성차 기술력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집중'은 전통적 의미의 완성차 업계가 보여주던 '판매에 따른 수익 창출'이 아닌, 자동차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보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의 비전은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사람에게 다양한 정보와 피드백을 통해 '이동=별도의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 자동차라는 플랫폼이 모바일 플랫폼인 스마트폰처럼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자율주행차라는 비전에 다양한 콘텐츠를 사입하는 방법론은 ICT 기업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세계관이 된다.

하지만 우버의 자율주행차 사랑은 통상적 'ICT 기업 - 완성차 업체'의 관심사와는 약간 다르다. 이들은 자동차를 공유하는 시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을 흔히 '차주'라고 표현한다. 여기에서 우버는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의미의 차주라는 개념을 무너트리고 '만인이 모든 자동차를 공유'하는 방식을 노리고 있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우버는 "자동차를 보유할 필요가 없다. 우버가 자율주행차를 기점으로 모든 차량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여기에서 자율주행차 기술력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대중교통의 한 부분인 택시를 자율주행으로 변신시켜 일종의 특별한 대중교통수단의 일부로 바꿔 버린다면? 특별한 대중교통수단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움직이는 버스와 지하철과 달리 개인 각자의 의지에 따라 현재의 택시, 자가용처럼 작동한다면? 우버는 말한다. "자동차를 굳이 돈 주고 살 필요가 있어?"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우버 논란에 있어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두고 "우버의 라이벌은 택시가 아닌, 완성차 업체"라는 말을 남긴 바 있다. 역으로 생각하면 지금 우버에 협력하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생각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파괴하라?
우버가 자율주행차에 임하는 순간,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버 찻잔 속 태풍설'은 폐기될 전망이다. 아무도 음식 배달앱에서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고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그 이상의 시너지를 노린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교통 O2O에 있어 스마트 주차장과 적극적인 접점을 찾는 영악한 대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여기에서 우버와는 약간 다르게, 하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공유의 개념을 운송수단에 대입하는 케이스를 살필 필요가 있다. 카셰워링의 쏘카는 자동차 자체를 공유시키며 CU와 같은 오프라인 편의점 거점을 활용하는 영악함을 보여준다.

▲ 출처=쏘카

최근 판교 일대를 중심으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는 풀러스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우버처럼 자동차, 즉 운송수단을 공유해 차주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미약하게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풀러스의 경우 카풀이라는 아이템에 착안해 특정상황, 특정시간을 파고든 대목이 흥미롭다. 이 역시 차량공유의 개념을 널리 확장하며 자율주행의 비전과도 닮아있다. "미래의 플랫폼으로 변할 차량을, 공유하라"

결론적으로 이들의 행보는 완성차 업계 입장에서 그리 긍정적인 흐름이 아니다. 특히 온디맨드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침투하는 대목은 ICT 기업의 자동차 시장 진출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이 득이 될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