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은 임상시험의 윤리와 과학이다. 위약은 문자 그대로 僞藥 가짜 약이고, 영문으로는 Placebo다. 시험약물과 모양, 색채 등 시각적으로, 감각적으로, 화학적으로 모든 것이 동일하고 단지 유효 성분만 포함되지 않은 것이 위약이다. 위약은 시험약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임상시험용으로 항상 특별히 제조된다. 그러나 시험약물이 보관 상태에서 유효성분에 변화가 생기면서 약물의 독특한 냄새, 맛의 변화, 색채 변화 등이 발생하면서 위약과 시험약물이 식별될 수 있다. 아스피린과 생약 등이 그런 사례에 속한다. 위약의 특수성 때문에 위약 제조 전문회사도 있다.

임상시험의 목표는 시험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다.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의미는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에 비교’해서 또는 ‘다른 약물에 비교’해서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임상시험에서 시험약물과 비교하는 약물을 대조약물이라고 부른다. 위약이 가장 중요한 대조약물이다.

임상시험에서 윤리란 최우선으로는 임상시험 참여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임상시험 책임자가 투명하고 정직하게 규정과 절차와 승인된 계획에 따라서 집행하도록 하여 임상시험 결과의 신빙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임상시험의 과학은 시험약물이 의학적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시험약물이 위약보다 효과가 있으면 유효하다고 하고, 위약 대비 심각한 안전 문제가 없으면 안전하다고 한다. 안전하고 유효한 약물만 시장에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임상시험의 윤리적 과학적 임무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하기에 앞서 동물시험을 거치게 되는데 동물시험을 통해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 시험약물이 위약보다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와 인체는 어리석어서 아무런 효과가 없는 치료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고 위약을 복용하고 약물로 인한 부작용과 유사한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약물의 경우는 아니지만 최근 흥미를 끄는 언론보도가 있어 소개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부황이 ‘펠프스 효과’를 보고 있다. 리우 올림픽을 비롯하여 역대 올림픽에서 23개 금메달을 딴 세계 최고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Michael Phelps)의 등에 부황자국이 여럿 있다. 펠프스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부황을 뜬다고 8월 8일자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부황이 근육의 피로를 빨리 풀어주고 통증을 줄여주며 부상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선수들은 주장한다. 펠프스는 2년째 부황을 뜨고 있지만 펠프스의 코치는 심리적인 효과일 것이라고 한다. 유럽에서 3000년간 시술되어왔지만 ‘외과용 거머리 치료’라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효력이 없다고 증명된 사혈요법(Bloodletting)과 유사한 부황에 세계 최고의 스포츠의학(Sports Medicine)의 혜택을 입는 펠프스와 미국 선수들이 빠지는 모습은 인간의 심리와 인체의 허술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타민 C가 감기에 효과가 있을까? 1975년 미국의학협회학술지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발표된 비타민 C 임상시험이 위약 대조 임상시험을 설명하는 예제로 교과서에 소개되었다. 임상시험에서 감기환자 집단의 반은 위약이 주어졌고 나머지 반은 비타민 C가 주어졌다. 비타민 C가 감기 지속기간과 증세에 미치는 연구가 주목적이었다. 임상시험이 끝난 후 참가자들에게 무엇을 복용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캡슐을 깨물면 비타민 C를 복용했는지 위약을 복용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복용하는지를 찾아낸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비타민 C가 위약보다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지만, 무엇을 복용하는지 모르는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효과의 차이가 없다고 보고되었다. 비타민 C의 감기에 대한 효과는 심리적일 뿐 위약을 주면서 비타민 C라고 해도 효과가 있다고 할 것 같다.

다른 사례 하나만 더 들어보자. 편두통 임상시험에서 위약임을 알면서 복용해도 아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보다 두통에 효과를 보이고, 위약을 위약이라고 표시하고 편두통 약도 위약이라고 표시했을 경우 위약이 편두통 약 대비 60%의 효과를 보이고, 위약과 편두통 약 모두 편두통 약이라고 표시했을 때도 위약이 편두통 약의 효과의 60%를 보이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안전한 위약과 부작용이 있는 (시판되는 모든 치료제는 부작용을 잠재하므로) 편두통 약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최근에는 항암제, 백신 등 모든 약물연구에서 위약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약물은 부작용이 있다. 시험약물이 위약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항상 도전이다. 위험할 수 있거나 효과가 없는 약물로부터 인간세상을 지켜주는 위약이 임상시험의 과학적 윤리적 근간(根幹)이 된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