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음식은 한국 음식에 비해서 기름지고 달지만 중국인들은 차를 많이 마시는 습관 때문에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고 믿었다면 이제는 그 믿음을 바꿔야 할 듯싶다.

중국의 1자녀 정책은 아이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인해서 과체중이나 비만인 어린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고 20~30대의 젊은 층들은 녹차 대신 스타벅스의 커피나 맥도날드의 콜라를 즐겨 찾으면서 서구식 비만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금전적 여유가 생기면서 기름진 중국식 요리를 예전보다 ‘많이’ 먹는 것이 비만 인구가 크게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화예방의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성인 가운데 표준 체중을 넘어선 과체중 인구는 전체의 22.8%인 2억명을 넘어섰으며 비만 인구는 7.1%에 달하는 6000여만명으로 대한민국 인구보다 많은 비만 인구가 중국에 있는 셈이다.

특히 아동 비만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하는데 중국에서는 아직도 강한 남아 선호사상으로 인해서 남자 어린이가 상대적으로 영양 섭취가 좋아서 여자 어린이보다 비만인 경우가 많고 교육 수준이 높은 부유층일수록 비만 인구 비율이 높았다. 이는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못할수록 비만인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와 다른 것으로 아직도 비만을 부유함의 상징으로 여기는 정서가 다소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인구도 늘어서 중국의 당뇨환자는 2300만명으로 미국의 2000만명을 넘어서서 세계 최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나 살빼기 관련 산업도 함께 호황을 맞고 있다. 특히 물밀듯이 쏟아지는 서양의 TV나 영화 등의 영향으로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중국식 다이어트 외에 서양식 원푸드 다이어트 등도 인기다.

젊은층 중심 해외수입 프로그램 인기

중국의 다이어트 시장 규모는 지난 2005년 200억위안에서 2010년 600억위안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이어트 관련 식품 및 약품 시장만 60억위안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침술이나 경락, 안마 등의 전통적 중국식 다이어트를 비롯해 최근에는 헬스클럽이나 요가, 필라테스 등 외국에서 들어온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등에서 단체로 타이치(태극권)를 수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인 경우가 많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중국인들은 대부분 헬스클럽이나 수영장 등에서 몸매를 가꾸는 것을 선호한다.

살을 빼준다는 중국식 차도 인기지만 외국에서 수입된 정체불명의 다이어트 약이나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서 한 달에서 두 달 사이에 몸무게를 대폭 줄여준다는 다이어트 전문점의 광고도 젊은 여성들을 유혹한다. 각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의 화장품 코너에는 바르면 살이 빠진다는 슬리밍 제품이 빠지지 않고 진열될 정도.

골목마다 한곳씩은 꼭 있는 동네 미용실에는 살을 빼주는 프로그램이나 제품이 있다는 광고 문구가 커다랗게 붙어있는 것이 요즘 중국이다. 최근에는 비만 어린이들을 위해서 마련된 우리나라의 해병대 캠프와 비슷한 군대 체험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인기다.

외모가 부를 표시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간주되면서 비만이거나 과체중이 아닌 지극히 정상 몸무게를 가진 사람도 과도한 다이어트에 나서면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마약까지 동원…건강까지 해치기도

21살의 대학생 리우용펭도 과도한 다이어트로 건강을 해친 경우다. 그녀는 매주 금요일마다 체중계로 몸무게를 재는 것이 낙이다. 최근 혹독한 다이어트를 실시 중인데 매주 줄어가는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그녀는 주위 친구들이 너무 날씬하고 TV에 나오는 패션모델들처럼 되고 싶어서 살을 뺀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은 그녀가 거식증에 걸린 것이 아닌지 걱정할 만큼 식사를 거의 하지 않고 음료수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모 항공사에 근무하는 20대 초반의 스튜어디스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다가 체포됐다고 시나닷컴이 보도하는 등 지나친 다이어트 열풍으로 인한 부작용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 승무원은 마약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 마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불러온 한류열풍으로 한국 성형외과를 찾아서 지방제거 수술을 받거나 다이어트 관리를 받는 적극적인 중국인들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늘어나는 비만 인구의 심각성을 고려, 학교에서의 체육 시간을 늘리고 모유 수유가 비만을 막을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비만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름진 식사습관 등으로 인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대표 브랜드들

스포츠브랜드 ‘리닝’ 나이키도 부럽잖아

세계에 나이키가 있다면 중국에는 리닝(Li-NING)이 있다. 리닝은 중국 국가대표 체조팀 출신의 리닝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스포츠용품 전문기업이다.

리닝 회장은 17살이던 1980년 국가대표 체조팀에 합류한 이후 84년 로스엔젤레스 올림픽에서 금 3개, 은 2개, 동 1개를 따냈으며 1982년 제 6회 체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전체 7개 메달 중 6개를 따내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기도 했다. 88년 서울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한 리닝 회장은 90년 운동 선수들을 위한 전문용품 회사를 설립,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포츠업계와의 탄탄한 인연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워가던 리닝은 중국 올림픽위원회와 손을 잡고 국제 대회에 리닝 브랜드를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열린 베이징올림픽은 리닝을 세계적 브랜드로 우뚝 서게 했다.

중국의 아나운서들은 리닝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방송을 했고 리닝 회장 본인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주경기장 상공을 달려 성화를 점화시키는 마지막 성화주자로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덕택에 리닝은 나이키, 아디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명실상부한 중국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2011년 리닝의 브랜드 가치는 14억4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내놓은 실적보고서에서 전년에 비해 매출이 5% 정도 하락하고 2위 업체인 안타(ANTA)가 바짝 뒤를 쫓는 등 리닝의 위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에 비해 소비자들의 신뢰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도 극복할 과제로 꼽혔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