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 가장 긴 단어가 무엇이냐는 퀴즈가 있었다. 정답은?

‘Smile’이다. 마일(Mile)만 해도 긴데 ‘S’까지 붙어서 1마일도 넘는 단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마일’이라는 단어가 요즘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핫한 전략 키워드 중에 하나가 되었다.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누구를 고객으로(Whom to Serve)’, ‘무엇을 제공하고(What to Offer)’ 만큼이나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까(How to Deliver)’의 차별화된 가치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객에게 주문한 상품을 배달하는 데 있어서의 모든 요소를 ‘라스트 마일(Last Mile Delivery)’로 정의하고 어떻게 고객에게 의미 있게 가치를 전달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배송이 갖는 성격상 고객이 기대하는 시간에 혹은 그보다 더 빠르게 주문한 상품을 안전하게 배달하는 기본적 기대치가 있을 것이고, 이를 위한 IT 시스템과 배송 네트워크 등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확하고 빠른 배송’은 이미 변별력이 없는 기본 서비스로 자리 잡은 지 오래 되었고, 그것을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고객 관점에서는 당연한 서비스이지 더 이상 기대를 넘어서는 놀라운 서비스는 아니게 되었다.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한 많은 노력으로 가시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왔지만, 이제는 당일 배송을 넘어서 30분 내 드론 배송까지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 ‘더 빠르게’라는 서비스 개선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서 점점 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감성적 라스트 마일이다. 생각해보면 온라인 유통사에서 실제적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는 직원은 배송 기사가 유일하다. 사이트에서 상품을 보고 결제를 하고 고객 서비스 센터도 목소리를 통해서만 한정적으로 고객을 만나기에, 어찌 보면 주문 상품을 배송받는 고객은 많은 요소 중에서도 배송 기사를 통해 해당 브랜드에 대한 인식(Perception)을 느끼고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감성적 임팩트를 잘 알고 있기에, 많은 유통사들이 고객 접점에서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차별화 요소로서 감성적 라스트 마일 설계를 위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감성적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쿠팡맨’이다. ‘로켓’이라고 하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르지 않았던 ‘로켓배송’보다 더 강력한 것은 아기와 함께 있는 주부를 위해 도어벨을 누르지 않고 노크하는, 휴대폰 문자가 아닌 가슴 찡한 손글씨로 메모를 남겨주는 ‘쿠팡맨’의 인간적인 배려가 쿠팡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할 수 있었던 가장 차별화된 라스트 마일이 아니었겠는가? 한국의 소셜 커머스 1호가 아니었던 쿠팡이 이렇게 강력하게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 것은 한국 온라인 시장에 고객 관점에서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감성적 라스트 마일’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비스는 무료와 동의어로 인식되기에 그에 따른 비용의 이슈는 온라인 유통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말이다.

필자가 국제 특송 회사 페덱스(FedEx)의 브랜드 마케터로서 근무할 때 광고 캠페인의 메시지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정시에 배송한다는 ‘페덱스라면 가능합니다(Whatever it takes, we live to deliver)’였다. 이는 국제 특송의 정시 배송을 위한 IT 시스템, 물류 네트워크 등의 기술적인 것이 중요한 부분이었지만, 결국 배송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것은 돌발적인 상황을 맞이했을 때조차도 어떻게 고객에게 그 화물을 끝까지 제대로 배송해낼까 하는 직원들의 사명감과 태도에 대한 부분이었다. 브랜드 캠페인의 고객 인지도를 위해 좋은 TV 광고 구좌를 잡는 것도 중요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들이 본 TV 광고의 메시지가 실제적으로 현실에서도 느껴져야 더욱 강력한 브랜드 캠페인이 될 수 있었기에, 직원들의 사명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고민해 만들었던 것이 ‘앰배서더(Ambassador)’ 캠페인이었다. ‘배송 쿠리어-당신이 바로 우리 브랜드의 앰배서더입니다’라는 메시지로 고객이 감동받은 친절한 배송 직원을 추천해 많은 추천을 받은 직원을 포상하는 캠페인이었는데, 물론 그 과정에서 고객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하지만 고객은 평소에 고마웠던 직원을 추천할 수도 있었고, 고객 자의든 요청이든 어찌되었든 추천을 받은 직원들은 스스로 대고객 서비스를 제대로 하기 위한 많은 노력을 했기에, 단순한 광고 캠페인이 아니라 고객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그리고 그 계기를 통해 고객에게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넘어서는 감성적 라스트 마일 서비스를 직원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고객 서비스에 있어서의 감성적 라스트 마일에 따라 고객을 우리 브랜드 아주 가까이로 혹은 아주 돌아오지 못할 먼 곳으로 보내버릴 수도 있다. 그 라스트 마일을 고객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긴 단어 ‘스마일’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객을 직접 만나는 배송기사를 ‘인간적으로’ 먼저 배려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이고, 그래야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성 있는 감성적 라스트 마일을 완성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