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시장이 침체되면서 의류 시장 전체 분위기가 좋지는 않지만 최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의류 산업에도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송하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 로봇과 기술 발전으로 의류 브랜드 업체에게는 유리하지만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에게는 불리한 영업 환경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비시장 불황과 인건비 상승으로 OEM 업체들이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가 됐고, 소비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저임금 생산기지보다 소비국에서의 생산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향후 OEM 기업이 어떤 투자를 진행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디다스는 왜 독일로 돌아갔을까

실제로 소비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생산 기지 소비국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가 있다.

아디다스(Adidas)는 아시아 지역의 위탁 생산량을 줄이고 독일에서 대량생산라인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 독일에 ‘스피드팩토리(Speed Factory)’를 만들어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설비로 대규모 생산을 할 예정이다. 이후 2018년에는 미국, 2020년에는 일본에 스피드팩토리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많은 봉제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아프리카로 옮겨갈 준비를 할 때 아디다스가 독일로 돌아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스피드팩토리에는 160명의 직원밖에 없지만 운동화 한 켤레를 만드는 데는 5시간이면 충분하다. 일주일에 한 번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아디다스가 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소비시장에 도달하기까지는 6주가 걸린다. 결국 주요 소비국에서 스피드팩토리처럼 적은 인원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해 제품을 대량 생산한다면 소비 시장에 도달하는 시간은 더 짧아지게 된다.

아디다스가 추구하는 미래 사업은 3D 프린터, 모바일 앱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개인 맞춤형 신발생산시스템이다. 아디다스라는 기업이 나아갈 방향만 보더라도 로봇과 기술이 사람을 대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 3D 프린터로 만든 신발/ 출처=아디다스

로봇이 옷을 만드는 시대

의류산업 역시 로봇, 3D프린터와 같은 기술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송 애널리스트는 “동남아시아 다음으로 생산기지가 될지 모를 아프리카 역시 언젠가는 임금 상승이 온다”며 “반면 기술은 더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의류산업에서도 실제 봉제 로봇 등이 개발되고 있다. 이는 인건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소프트웨어오토메이션(Softwear Automation)은 사람을 대신해 봉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SM(Autoumatic Sewing Machine)은 자동 재봉기계로 바느질, 주름잡기, 옷감 이어붙이기 등을 할 수 있다. Lowry는 직물을 가져다주는 로봇 팔이다. 공기 흡착 기술을 이용해 직물이 구겨지지 않도록 하면서 ASM에 전달할 수 있다. 바느질 상태를 확인해주는 Vision System은 초고속 카메라로 각각의 실을 실시간 추적해 재봉이 정밀하게 이뤄지는지 확인한다. 결함이 있는 제품까지 탐지해 버려지는 작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세 가지 기술이 구축된다면 결국 100% 기계만으로 옷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가 더 세분화되고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기획, 생산, 운송 모든 과정도 빨라져야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의류업체 ZARA의 경우 2주에 한 번씩 물건의 70%를 교체하고 있으며 연간 1만여종의 옷을 선보인다. 의류시장은 소비 트렌드를 따라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하고 있다.

사실 OEM기업의 경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밖에 없다. 매출원가의 60%가 원재료비, 20%가 인건비인데 원재료비의 경우 바이어가 지정하는 원단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의류 생산기지는 저임금을 따라 움직여 왔다. 한국, 홍콩, 대만은 1960~1990년대 의류 생산기지였고 1991~2006년은 중국이 생산기지 역할을 하다가 200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는 베트남, 방글라데시 같은 동남아시아국이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을 통해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면 이전처럼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소비가 많이 이뤄지는 국가에서 로봇을 활용해 생산하는 것이 유통 과정을 줄여 소비 트렌드 대응을 더 빠르게 하도록 만들 것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OEM 기업, ‘브랜드’로 사업 확장

앞서 언급한 것처럼 로봇 등의 기술 발달이 이뤄진다면 의류 업체들은 결국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경쟁해야 한다. 의류 업체에게는 이것이 곧 ‘브랜드’를 말한다.

봉제 공정만 맡고 있던 OEM 업체들은 이 시장에서는 더 이상 성장 여력이 없다. 소비시장 침체로 의복 구매 비중도 줄고 있고 동남아시아 지역 임금은 점차 올라가고 있다. 향후 로봇이 발전하면 봉제 산업은 로봇이 인력을 대체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OEM 업체들은 브랜드 사업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표 OEM 기업인 한세실업과 영원무역 모두 브랜드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한세실업은 지난 7월 엠케이트렌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엠케이트렌드는 BUCKAROO, TBJ, AnDew 등 국내 캐주얼 브랜드와 NBA, LPGA 등의 라이선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NBA 중국법인의 경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영원무역은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회사인 SCOTT을 인수했다. SCOTT 매출 비중은 70%가 자전거이고 30%는 스포츠 용품 및 스포츠웨어다. 주로 유럽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현재 SCOTT의 영업 이익률은 OEM 사업 마진보다는 낮은 상황이지만 3, 4분기가 성수기여서 이후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

의류산업이 로봇 기술로 인해 변화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향후 OEM 업체들이 어떤 투자를 할 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