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목적은 고객을 창조하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을 창조하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활동은 마케팅과 혁신이다. 성과를 올리는 것은 마케팅과 혁신뿐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가 남긴 말이다. 이렇게 중요한 마케팅이 당신의 조직에서는 어떤 상황인가? 잘 돌아가고 있는가? 만약 상황이 좋지 않다면 여기서 같이 해결책을 찾아보자. 그러나, 그 해결책을 단순히 ‘마케팅’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마케팅이 실제로 계획, 실행되는 곳인 회사라는 ‘조직’ 측면의 개선 없이는 아무리 좋은 ‘마케팅’ 해결책도 실행조차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파악해보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자.

추가로,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에 이 글은 극히 평범한 마케터도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관점에서 작성되었다.

Chapter 4. 일정 좀 더 당겨봐 

“네, 월요일까지 스토리보드 요청 드립니다.”

지금은 금요일 오후 3시, 금요일 오후에 요청해서 월요일 오전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는 소위 갑질을 광고 대행사의 담당에게 하고 말았다. 이렇게 일하기는 싫었으나, 사장님의 급작스런 일정 조정에 어쩔 수가 없었다. 2시간 전, 사장님은 평범한 과장과 김아쉽 팀장을 호출했다.

B Milk 1) 출시가 언제라고 했지?” / “지금, 7월 15일로 잡혔습니다.”

“보자, 2달 남았구만. 그거 출시 좀 당겨보자.” / “네, 언제로 조정할까요?” / “6월 중순으로 당겨봐.”

“아, 사장님 지금 일정을 당기는 건 조금 문제가 있습니다. 원료 입고 시기도 남아있고, 아직 테스트도 남은 게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마케팅 플랜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평 과장. 알겠는데, 일단 좀 당겨봐. 지금 6월까지 매출 맞춰놔야 2분기 매출을 목표대로 갈 수가 있어. 무리인 건 알겠지만, 지금 신규 매출을 일으켜줄 수 있는 건 B milk 밖에 없으니까 좀 더 해보라고. 알겠지? 안 그래도, 어제 Ace 마트 대표 만났는데 B milk 출시만 되면 입점은 물론이고 진열 쫙 깔아주기로 했어. 기회가 아주 좋아.”

“사장님. 일정들을 고려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좀 많습니다. 원래 스케줄대로 가서 하반기 매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면 어떠신지요?”

“이봐 김 팀장. 안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일도 안 되는 거야. 내가 예전에는 이보다 더한 상황에도 일정 다 맞춰서 회사 매출을 올렸다고, 주인의식을 갖고! 할 수 있다! 라는 마인드로 일을 해야지. 안 그래?”/ “네…. 알겠습니다.”

모든 스케줄은 재조정되었고, 야근은 계속되었다. 출시 전까지는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당연히 담당하고 있는 다른 제품들의 관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신제품 출시가 끝나고 나면, 또 하나의 업무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 눈에 뻔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평 과장이었다.

어찌어찌 업무들이 진행되면서 TV 광고 시사회 날이 왔다. 광고 콘셉트는 ‘우유 빛깔 피부는 우유’로였다. 광고를 다 본 사장님은 약간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광고 괜찮네. 잘 만들었어. 다 좋은데, 아무리 피부에 좋은 우유라지만, 너무 그쪽 이야기만 나오는 것 같아. 우리 우유가 전용 목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도 좀 넣고 마지막에 ‘꿈꾸는 커피’ 신제품 출시된 거 한 장면 넣으라고. 7월부터는 밑에 자막 형태로 우리 회사 창립 프로모션하는 거, 그 내용도 좀 넣어. 알겠지?”

“사장님. 그러면 15초 안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와 광고가 좀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김아쉽 팀장은 바로 답변했다.

“아니, 김 팀장. 지금 이 광고에 쓰는 돈이 얼만지 아나? 무려 이 브랜드에만 30억이야 30억. 이 큰 돈을 쓰는데 알릴 수 있는 건 다 알려야지. 안 그래?” 사장님의 호통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김 팀장이었다. / “그리고, 평 과장 이번에 잡지랑 온라인 광고도 가나?”

“예 현재, 패션지 10개지와 리빙지 5개지, 주요 포털 사이트에 다 광고가 잡혀있습니다.”

“그래 그것도 TV 광고랑 동일하게, 내용 채우라고 알겠지?” / “네, 알겠습니다.”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이제 출시까지 남은 기간은 3주였다. 1주 후, 공장에서 테스트 생산이 시작되었다. 테스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약간의 배합비 조정 후, 원래 의도한 맛의 제품이 나온 것이다. 불안불안하게, 정신없게, 모든 일이 진행되었지만 모두들 야근에, 밤샘 작업을 거듭해가며 일정을 겨우겨우 맞춰갔다.

그러던 중,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원재료 함량 표기가 잘못된 포장재가 입고된 것이다. 디자인 데이터 파일이 전달될 때 미스 커뮤니케이션으로 최종 컨펌 전 파일이 넘어가 다시 파일을 넘겼는데, 이전 파일이 인쇄되고 만 것이다. 감리 2) 갔을 때, 너무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하고 컨펌한 사실이 떠오른 평 과장이었다.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었고 그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출시 날짜를 아예 맞추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겨우 취소된 TV 광고와 달리, 이미 인쇄가 되어 취소를 할 수 없었던 잡지 광고는 제품 없이 출시 광고만 대대적으로 나가게 되었다.

6월 말, 포장재가 다시 입고되면서 제품은 겨우 출시되었지만, 사건 수습에 에너지를 빼앗긴 모두는 다 지쳐버렸고 사장님의 호된 질책에 또 한 번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그래도 업무는 쭉 계속되어야 했다.

1) B Milk: Beauty Milk. ‘우유 빛깔 피부는 우유로’라는 슬로건으로 우유를 통해 피부 관리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의 제품 (Chapter 1. 참조)

2) 감리: 제품 패키지의 실제 제작 전, 원래 의도한 디자인과 색감 등을 맞추는 작업

 

▶ 조직

Push를 하면 빠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케이스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푸시가 능사가 아니다] 

흔히 속된말로 ‘쪼면 된다’라는 말을 쓰곤 한다. 지속적으로 압박하면 빠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장‧단점이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품 개발에 있어서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출시 기한은 소비자와의 약속이 아닌 회사 내부의 자신들만의 약속이 아닌가? 빠른 성장을 위해서인가?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인가? 1년 사업하고 접을 건 아니지 않은가! 회사를 존재하게 해주는 소비자들에게 잘 준비된 제품을 선보여라. 당연히, 신이 아닌 이상 제품이 출시된 후 문제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출시하기 전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들은 출시 후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 개선하면 된다. 자사가 기획하는 제품의 카피제품을 경쟁사가 먼저 출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푸시는 긍정의 결과보다 부정의 결과가 더 많이 발생된다.

예외: 담당자가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아 스케줄이 늦는다는 건 큰 문제다. 그걸 개선하는 방법은 회사에 맞는 출시 시스템을 세팅하는 방법밖에 없다.

▶ 마케팅

TV 광고를 보다 보면, 수많은 메시지로 가득 찬 광고들을 볼 수 있다. 많은 비용을 쓰는 광고에 원하는 이야기를 다 담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그 많은 메시지가 소비자들한테 제대로 다 전달될까?

“난 1만가지 발차기를 한 번씩 연습한 상대는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단 한 가지 발차기만 1만번 반복해 연습한 상대를 만나는 것이다.” - 이소룡 

 

▲출처= 제일기획 ‘2015년 대한민국 총 광고비 결산’

광고를 할 때는 제발 하나의 메시지에만 집중해라. 갖고 있는 걸 다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잘 알겠으나, 당신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앉아서 다 들어줄 소비자는 자사, 경쟁사, 협력업체 사람들밖에 없다. 광고에 돈을 많이 쓰니 본전을 뽑고 싶기도 할 것이다. TV 광고에 30억을 썼는가? 마음먹고 100억을 썼는가?

당신이 100억을 쓰더라도 2015년 기준으로 봤을 때 전체 TV 광고비인 4조2000억원의 0.24%, 전체 미디어 광고비인 10조7000억의 0.09%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당신이 광고비로 100억을 쓴다고 해도 이는 전체 광고의 0.1%도 되지 않는다! 이런데도 이기적으로 자신의 기준에서 돈을 많이 쓴다고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할 것인가? 한 가지 이야기만 주구장창 해도 사람들이 기억할까 말까다. 소비자들에게 당신의 제품을 확실하게 알리고 싶다면 제발 하나의 핵심적인 메시지만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