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과전문 문성병원 김민지 과장

가족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내원한 70세의 남자 환자는 자신이 왜 병원에 와 있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진료실에 앉아있었지만 환자를 데리고 온 딸과 아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평소에는 정말 영민하신 분이거든요. 그런데 그저께 야간 근무를 하고 집에 오셨는데, 어머니가 간밤에 근무지에 왔다 갔었다고… 없는 말씀을 계속 하시는 거예요.” 환자는 지금까지도 건물 관리 일을 하면서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스스로 잘 하던 분으로, 혈압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는 평소 건강상 특별한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2일 전부터 엉뚱한 소리를 하며, 본인이 그런 소리를 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족의 손에 이끌려 외래를 내원하게 된 것이다. 환자는 진료 도중에도 ‘나는 괜찮은데 왜 병원에 데려왔느냐’ ‘빨리 출근해야 하니 진료를 보지 않겠다’며 황당해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저희 아버지가 혹시 치매인가요? 그런데 치매가 이렇게 갑자기 올 수도 있나요?” 퇴행성 치매의 급격한 악화의 가능성도 있지만, 평소 아무 이상 없던 사람이 증상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뇌졸중이나 뇌종양과 같은 중추신경계의 병변을 먼저 의심해 뇌 MRI 사진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즉시 시행한 환자의 뇌 MRI 영상에서는 속섬유막섬유 급성 뇌경색 소견이 관찰되었고, 환자는 단일 뇌경색 치매로 진단받아 즉시 입원해 뇌경색에 대한 치료를 시작했다.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에 뇌졸중이 발생하면 운동마비나 감각이상이 아닌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저하가 뇌졸중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고, 이것을 단일 뇌경색 치매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치매라고 알고 있는 병은 ‘알츠하이머병’으로 대뇌피질세포의 점진적인 소실로 인해 기억, 인지기능 및 행동장애가 발생하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은 서서히 발생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으로 정확한 발병 시기를 알기가 어렵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는 환자들은 “1~2년 전부터 물건 둔 곳이나 전화번호를 깜빡하다가 최근에는 점점 더 심해져서 냄비도 태우고 우리 동네에서 길도 잊어버렸어요”라며 증상을 호소한다.

 

그러므로 인지장애가 급격한 악화를 보이는 경우나 뇌졸중, 고혈압, 동반된 마비나 구음장애 등의 증상이 관찰될 때에는 단순한 노환으로 인한 치매로 단정 짓기보다는 혈관성 치매 여부를 확인해보아야 한다.

신경과 의사가 치매를 임상적으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치매 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환자와 보호자로부터의 이야기를 들어,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으며, 그것으로 인해 지금 환자의 일상생활에 문제의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치매 검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가장 먼저,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 및 인지기능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신경과를 내원하는 환자들은 자신이 자꾸 깜빡하는 것이 단순한 건망증일까? 치매일까? 정말 치매라면 어느 정도로 심한 것일까? 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신경심리검사를 통해 기억력과 인지 기능 중 어느 부분이 얼마나 저하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뇌 MRI 영상검사를 통해 인지 기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중추신경계의 병변 여부를 확인하고 퇴행성 변화의 정도를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혈액 검사를 통해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비타민 결핍이나 갑상선저하증, 신경매독 등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그 외에도 기억력 저하를 동반할 수 있는 우울증이나 심한 스트레스의 여부 등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일련의 검사와 진료를 통해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 파악하고 진단에 맞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보다 ‘얼마나 잘’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늘어나면서 치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증가했다. 신경과 전문의와의 진료를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받고 올바르게 치료받는 것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위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