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거문고로 유명한 백아라는 사람이 있었다. 백아에게는 종자기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가 백아의 거문고 연주를 들을 때면 마치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그 연주에 담긴 마음을 알아차리곤 했다. 백아가 높은 산을 연주할 때면 종자기는 ‘하늘 높이 우뚝 솟은 느낌이 태산같이 장엄하구나’라고 했고, 흐르는 물소리를 표현하면 ‘강물의 흐름이 황하와 같구나’라고 했다. 백아 또한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종자기가 좋았다.

이렇게 서로 우정을 쌓아가던 종자기와 백아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종자기가 갑자기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이에 백아는 너무나 비통한 나머지 자신의 분신과 같던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렸다. 그리곤 더 이상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며 더 이상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백아절현(伯牙絶絃)이다. 또한 마음이 통하는 친한 친구라는 뜻의 지음(知音)이라는 한자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인체에는 수많은 뼈가 있는데 구강 내에는 치아 때문에 발달한 독특한 뼈가 있다. 치아 주변 조직을 일컫는 말인 치주조직을 구성하는 4대 조직 중의 하나로 치아에 아주 중요한 뼈이다. 치아가 구강 내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을 수 있는 까닭은 치아의 뿌리가 뼈 속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치아가 심겨져 있는 뼈의 이름이 치조골(齒槽骨)이다.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자면 치아가 들어갈 구멍이 뚫린 뼈라는 뜻이다. 좀 더 쉽게 표현하자면 잇몸뼈이다.

치조골은 치아를 위해 존재하는 뼈이다. 치아의 싹인 치배가 형성될 때부터 치아가 없으면 치조골은 존재할 의미를 잃게 된다. 마치 종자기를 잃은 백아가 거문고를 더 이상 연주하지 않은 것처럼 치아를 잃은 치조골 또한 서서히 흡수되어 사라지게 된다. 한두 개의 소수의 치아 상실은 해당 부위의 국소적 치조골 소실이 발생한다. 이 상태로 두면 이전 칼럼에서 다뤘듯이 주변 치아의 위치 이동이 발생해 문제가 생길 뿐 얼굴의 전체적인 외형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치아를 모두 잃은 무치악(無齒顎) 환자의 경우는 치조골의 전반적 상실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된다.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은 치조골의 외형 변화이다. 치조골의 부위를 분류할 때 외측과 내측으로 나눌 수 있는데 입술과 뺨이 있는 부위의 치조골을 외측, 입천장과 혀가 있는 부위의 치조골을 내측이라고 한다. 위턱의 경우 입술과 볼 쪽 치조골의 흡수가 입천장 쪽보다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외측에서의 흡수가 커 알파벳 U자 형태의 악궁이 전반적으로 안으로 작아지는 형태가 된다. 그에 반해 하악의 경우 혀 쪽 치조골이 입술과 볼 쪽 치조골보다 흡수가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내측의 흡수가 커서 악궁이 상악에 비해 커지게 된다.

이런 치조골의 외형 변화는 얼굴의 외형 변화를 일으킨다. 치아와 치조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입술과 뺨은 입 안쪽으로 오므라들게 된다. 따라서 입술의 주름의 수가 늘어나고 주름의 골이 깊어진다. 뺨은 움푹 파이고 광대가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코끝에서 턱 끝까지의 얼굴의 길이는 치아가 결정한다. 치아가 모두 없어진 경우 치아의 길이만큼 얼굴의 길이가 짧아지게 된다. 이와 더불어 내측으로 흡수된 위턱의 악궁으로 인해 들어간 인중 부위와 위 입술을 위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커진 아래턱이 덮는다. 그리하여 측면에서 봤을 때 인중 부위는 들어가고 아래턱은 주걱턱처럼 앞으로 나온 마녀 얼굴(Witch Face) 또는 초승달 얼굴(Crescent Moon Face)처럼 변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무치악 환자는 없어진 치아로 인해 위턱과 아래턱 사이의 수직 수평적 관계를 잃게 된다. 조금 전 언급한 코끝에서 턱 끝까지의 얼굴의 길이라는 수직적 길이 정보를 잃게 되고 위턱에 대한 아래턱의 전후좌우 위치인 수평적 정보까지 잃게 된다. 따라서 틀니나 임플란트 같은 보철로 수복 시 위턱과 아래턱의 관계를 원래대로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신중히 결정하게 되고 치료의 난이도는 올라가게 된다.

앞서 언급한 것과는 다르게 무치악 노인의 경우 정신적인 면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치악 상태의 노인이 틀니를 사용하거나 치아가 있는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또한 치아가 많이 빠진 노인일수록 기억기능의 저하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행히 만 65세가 넘은 무치악 환자의 전체틀니의 경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비록 본인 부담금이 50%로 다른 진료에 비해 낮지만, 치과 문턱이 낮아진 만큼 무치악 환자의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