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규범이다. 법은 시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모습을 바꾼다. 그중에 지식 재산법은 절차의 일원화, 특허성 판단의 일원화와 같은 국제적 요구에 따라 빈번하게 개정된다. 기존에 있던 제도가 없어지기도 하고, 없던 제도가 새로 생기기도 한다. 오늘은 2017년에 시행되는 특허제도에 대해 고찰해 보기로 한다.

한국은 미국, 중국, 유럽과 비교해서 특허 등록이 쉬운 나라일까? 특허는 출원 시기와 등록 시기가 상이해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해당 연도의 출원 대비 약 60% 정도가 등록되고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약간 높은 수치이다.

 

문제는 특허 등록 후 무효화되는 비율도 높다는 것이다. 특허권자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1년 정도의 출원 과정을 거쳐 특허 등록을 받았음에도, 권리를 행사하는 시점에서 특허가 무효화되어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잠시 특허법 규정을 살펴보자. 특허법에서는 심사관은 특허출원에 대해 거절 이유를 발견할 수 없으면 특허결정을 해야 한다(특허법 제66조)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심사관만을 탓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심사관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기술을 검토하고 특허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7년 3월 1일 이후 등록되는 특허권에 대해서는 누구든지 특허의 취소를 요구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 비슷한 취지로 무효심판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나 이해관계를 요구한다는 점, 과도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에 침해소송에 이르러서야 무효심판이 청구되는 경우가 많다.

특허취소신청 제도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보자. 심사관이 거절 이유를 발견하지 못하면 등록공고를 하게 된다. 등록공고가 있는 날부터 6개월 안에 종래기술과 동일하다는 이유, 종래기술에 비해 기술적 진보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특허취소 신청이 가능하다. 판단 주체는 심판관 합의체(기존에 심사를 담당한 심사관은 제외)에 의해 진행되고, 서면심리로 진행되므로 의견진술을 위해 대전(특허심판원 소재지)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된다.

주의할 점은 거절 이유통지 시에 인용된 선행문헌만으로는 특허취소 신청을 할 수 없다. 취소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면, 취소신청인은 당해 절차에서는 불복할 수 없고 무효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취소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특허권자는 특허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피고는 특허청장이 된다. 특허신청 제도를 통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시간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무효심판을 진행하는 것보다 신속하고 저비용으로 특허의 유효성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심사청구 기간도 개정된다. 출원인의 심사청구가 없으면 특허청은 출원된 발명에 대해서 심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현행 특허법에 의하면 출원인은 출원 후 5년 이내에 심사청구를 해야 하고, 5년이 경과되면 출원은 자동으로 취하된다.

출원과 동시에 심사청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7년 3월 1일 이후 출원된 건은 출원 후 3년 안에 심사청구를 해야 한다. 이는 출원된 발명의 권리확정 기간을 줄이기 위함이다. 일본과 중국은 3년 안에 심사청구를 해야 하고, EPO는 2년 안에 심사청구를 해야 한다. 미국은 별도의 심사청구 제도가 없으며, 출원과 동시에 심사가 진행된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특허 여부에 대한 결정이 한국보다 빠르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심사청구 기간을 줄이는 것은 미국에 출원을 많이 하는 S 기업이나 E 국책기관에서는 불리한 면도 없지 않다. 미국에 특허를 출원한 출원인은 자신이 알고 있는 선행기술에 대한 자료를 제출할 의무(IDS 제출의무)를 부담한다.

즉 동일한 특허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 출원하고 한국에서 의견제출통지를 받았다면, 한국에서 받은 선행문헌을 포함한 관련 자료를 미국의 특허청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 특허권을 행사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출원을 많이 하는 출원인은 한국에서는 심사청구를 하지 않고 미국에서의 특허출원이 등록 결정되면, 그 이후에 특허심사 하이웨이 제도를 이용해 한국에서 심사청구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자주 활용하는 출원인은 특허심사유예제도를 활용해 출원 후 최대 5년까지 심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으니,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무권리자의 특허에 대한 구제제도가 추가되었다. 종래에는 무권리자 특허출원 또는 특허권이 있는 경우, 출원을 거절시키거나 특허권을 무효화시킨 후 정당권리자 새로운 출원을 하도록 했으나, 2017년 3월 1일 이후 설정등록 되는 무권리자의 특허권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이전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공동 발명자 중 1인이 특허권을 단독으로 등록받은 경우, 종래에는 특허권을 무효화시켜야 했으나,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정당권리자가 법원에 지분의 이전을 요청하는 방법으로 특허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상으로 새롭게 도입되는 특허취소 신청제도, 심사청구제도, 정당권리자 구제방안에 대해 살펴보았다. 신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변화되는 제도를 익히고 활용하는 것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호하는 수단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