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가 유행이다. 찍는 장소도 깎아지른 절벽, 화산 분화구, 고층 건물 옥상, 심지어는 악어 앞이나 달려오는 기차가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사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오죽했으면 관광지에 셀카 금지 표지판을 설치한 나라도 있을 지경이다. 이 정도면 거의 중독 수준이라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다. 나르시시즘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소통 욕심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셀카는 끊임없이 본인의 존재를 확인해야 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자,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 방식 같다.

자아 확인 방식이라고까지 이야기하고 나니 좀 슬퍼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런 나르시스적인셀카 놀이를 기부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의 예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한 음료 업체는 셀카 놀이를 활용한 코즈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PepsiCo의 Naked Juice라는 브랜드는 미국 국민 10명 중 1명이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 어려운 형편이라는 통계를 보고, 이들을 위한 기부 캠페인을 시작했다. 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주스를 판매하는 이 업체는 사람들이 방금 막 구매한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활용해서 찍은 재미있는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 트위터 또는 인스타그램에 #DrinkGoodDoGood라는 해시태그로 올리게 했다. 그리고 올라온 사진 한 장당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10파운드를 음식 관련 비영리 단체인 Wholesome Wave를 통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한 것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이들이 지난 한 해 동안 기부한 채소와 과일의 양이 약 25만파운드라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셀카 한 장으로 할 수 있는 위대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들이 이런 캠페인을 진행한 이유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라고 한다. 사실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마트에 가면 넘쳐나는 게 과일이고 채소인데, 이것을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이 전체 국민의 10%가 된다니. 참 놀라운 수치다.

G2인 미국의 경우도 이런데 국내의 경우는 어떨까? 필자가 자료를 찾는다고 찾아보았지만 관련 데이터를 찾지 못했다. 혹자는 과일과 채소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들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꽤 크다고 한다.

과일과 채소는 영양분이 풍부한 재료인데 이런 기본적인 식재료들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건강 상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들이나 노인들의 경우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적어도 최소한의 건강을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과일과 채소의 섭취는 중요한 것이다. Naked Juice는 이 사실을 알리고 예방하기 위해 비영리단체와 손을 잡고 코즈(Cause)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도 이 캠페인을 통해 얻은 것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지금 막 구매한 채소나 과일을 셀카의 소재로 하기에 ‘싱싱한 과일, 채소’라는 이미지를 브랜드에서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물론 여기에는 유명 배우나 가수들의 공도 컸을 것이다. 처음 셀카를 올리고 이 운동에 불을 지핀 것은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 것이다.

셀카는 부담 없이 어떤 이슈를 홍보하기 매우 좋은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투표 인증샷과 같은 자신의 참여를 알리는 1차적인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제부터는 소외 받고 있는, 우리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회문제들을 알리고, 그것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데에, 조직적으로 셀카와 SNS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어떤 행위를 하면서 찍은 셀카 그 자체가 그것의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동료나 다른 사람들이 특정 이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이럴 때 어떤 상징이나 포즈로 셀카를 찍은 후, 예를 들면 채소나 과일로 어떤 형상을 만들고 찍은 셀카를, SNS상에서 공유함으로써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고 서로 뭉칠 수 있게 하는 도구로 셀카를 사용해보자는 것이다. 대중이 셀카를 찍고 공유하는 심리와, 알려야 하는 사회문제와의 연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동지를 찾는 기쁨을 셀카라는 나르시시즘적인 행위를 통해 누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