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저성장‧저물가‧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며 투자 전략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확실성 확대로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적인 금융시장은 높은 변동성 국면에 진입했다. 따라서 기존 시장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 변동성을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면서 또 다른 투자대상을 찾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투자의 기본은 위험회피를 위한 분산투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을 대안투자 혹은 대체투자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0년 주기 경제위기설이 도는 가운데 대안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안투자는 사모펀드, 부동산, 사회간접자본, 원자재, 헤지펀드 등 전통자산인 채권과 주식을 제외한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브렉시트나 테러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 안전자산인 금‧은 등 귀금속 수요와 수익률 상승이 눈에 띈다. 이 외에도 원유나 천연자원, 광물, 곡물 등 다양한 원자재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대안투자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이들 종목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낙폭이 컸던 것과 계절적 변동성의 영향으로 투자수요가 확대된 것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직접투자 대신 ETF로 대표되는 파생상품 등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져 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실 원자재 투자, 해외선물 투자라고 하면 낯설게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다. 본질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혹은 위험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나 주변의 경험담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변수가 많고 가격 등락폭이 크다는 위험이 있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한 번쯤 노려볼만 한 종목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상품별 특성과 투자방법 및 전망을 바탕으로 도전해보자.

원자재 투자는 해외선물 거래

원자재 투자에 나서기에 앞서 ‘선물거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원자재 투자는 직접 금은방에서 금이나 은을 사는 게 아닌 이상, 미래의 물건을 현재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물거래란 장래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거래로, 미래의 가치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선물의 가치는 어떻게 정해질까? 선물은 결국 미래의 현물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현물 가격이 곧 선물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채권이나 외환‧주식 등 현물 시장에서 운용되는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시점에서 미래 현물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준다고 예상한다면 선물 가격은 상승할 것이다. 반대로 수요가 줄고 공급이 늘어난다고 전망하면 떨어지게 된다. 수요와 공급이 비슷할 경우 선물 가격은 유지된다.

마찬가지로 원자재 투자 상품도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 생각되면 매수(Long) 세력이 많아질 것이고, 떨어질 것 같으면 매도(Short) 세력이 증가할 것이다. 미래 가격을 미리 예측해 위험을 피하려는 이러한 원리가 모든 원자재 선물 거래에 적용된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원자재 선물은 없다. 따라서 현존하는 원자재 관련 상품들은 대부분 세계 최대 선물거래소인 시카고 CME(Chicago Mercantile Exchange)에 상장된 선물에 투자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ETF, ETN을 통한 간접투자가 효율적… 환율, 세금 고려해야

원자재 투자는 크게 직접투자와 간접투자로 나뉜다. 직접투자는 말 그대로 실제 금덩이나 원유 등 ‘실물’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관비용이나 효율성 면에서 어려움이 더 많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에게는 대부분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나 ETN(상장지수증권) 같은 파생상품을 통한 간접투자가 적절한 방법이다.

 

ETF는 Exchange Traded Funds의 약자로 주식 채권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지수연동형 펀드다.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집합투자상품으로 해당 원자재나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거래소에 상장되어 주식처럼 간편하게 소액으로 사고팔기가 가능하다. 일반 공모펀드보다 수수료가 1% 이내로 저렴하고 실시간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돌발 변수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 중·장기투자에 적합하다. 다만 모든 원자재 ETF 투자 시에는 세금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2000만원 이하의 배당이나 이자 등의 금융소득 소득세는 15.4%다. 그러나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대 40%까지 종합소득세를 내야 한다. 반면 해외ETF는 양도소득세 22%만 내면 된다. 따라서 거액의 세금납부를 피하기 위해 해외 ETF에 투자하는 자산가들이 많다. ETF 본고장인 미국 증권시장에는 2조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1700여개 ETF가 상장돼 있다.

ETF 투자 방법은 주식과 똑같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 전화를 통해 해외 상장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매매 주문은 ETF가 상장돼 있는 해외 거래소의 거래시간에만 가능하다.

한편 증권사에서 운용하는 ETN은 ETF와 발행 주체만 다를 뿐, 상품 구조가 똑같다. 수수료가 싸고, 거래가 쉽다는 ETF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세가 면제되며 국내 주식으로 구성된 상품은 매매소득 비과세 혜택이 있다. 다만 ETN은 증권사가 파산할 경우 원금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상품 구조는 물론 발행 주체의 건전성도 신중히 살펴야 한다.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 원자재 관련 상품은 해외 선물거래소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율이 1달러에 1000원이었을 때 어떤 상품을 샀고 이후에도 가격이 올랐다. 그런데 원화 강세가 발생해서 환율이 800원이 되어버리면 20% 이상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투자에 앞서 현지 통화를 미리 환전해 둬야 한다. 원화 강세 때는 해외 주식 투자가 유리하지만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차손을 볼 수 있다.

증권사 계좌 개설 후 바로 거래 시작, HTS로 집에서도 거래 가능

 

간접투자를 하려면 먼저 증권사나 선물사에 가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후 웰스매니저(WM)‧프라이빗뱅커(PB) 혹은 펀드매니저라고 불리는 증권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매매요청을 하면 된다. 직접 방문해 재무 상담과 상품 추천도 받을 수도 있다.

PC나 스마트폰에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계좌 개설 후 거래하는 방법도 있다. HTS란 개인 투자자가 객장에 나가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터넷에 접속된 PC 혹은 핸드폰을 이용해 종목코드를 검색해 매매하면 된다. 초기에는 시세를 보여주고 주문하는 기능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각종 지표 분석부터 매매 시점까지 판단하는 상담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원자재 투자는 장기적 관점으로 해야… 안전성은 금이 최고

한편 전문가들은 “원자재 투자는 기본적으로 선물거래이기 때문에 변수가 많고, 그만큼 가격의 변동도 심한 분야이기 때문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장기적 관점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장기로 투자한다면 안정성 면에서 가장 앞서는 금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지난 5년간 국제 금 가격은 다른 원자재들과 비교했을 때 변동 폭이 적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들은 직‧간접인 금 투자 모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6개월 내 단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저축이나 포트폴리오 다양화 같은 분산투자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매니저는 “금 투자는 높은 비용과 세금 등을 고려해 장기투자가 적합하다”며 다른 투자의 위험회피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는 ETF에 투자하거나 금통장을 개설해 여윳돈이 생길 때 입금하는 방식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단기 고위험 고수익은 레버리지 상품, 가능하지만 원금손실 가능성 커

단기에 고수익을 노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상품 가격이 오를 때 2, 3배의 수익이 발생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해외의 경우 레버리지는 세 배까지 활용하는 상품도 있다. 다수의 증권사 전문가들은 “레버리지ETF는 지수 상승의 2배 수익을 추구해서 단기로 고수익을 추구한다”며 “매일 추종 자산 수익률에 2배씩 계산을 하기 때문에 특정 기간 추종자산의 평균 상승률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금에 투자하는 레버리지ETF 수익률의 가장 좋았다.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에 대해 안진철 신한금융투자 PB는 “금, 원자재 등 실물에 기초를 두고 있는 파생상품들은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는 있지만 상대적으로 원금손실의 위험이 매우 크다”며 “수익률은 상황마다 천차만별이라 가격이 어떻게 될지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전제했다.

“원자재에 박식한 지식이 있어 투자에 자신이 있다면 미국에 상장된 2, 3배의 수익을 챙길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에 배팅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일반 개인이 얼마나 수수료를 많이 내지 않고 적은 비용으로 투자를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세금이 22%인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