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고령화와 인구문제로 주택 가격 폭락을 경험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는 중, 정책과 주택 공급 등 다른 요인이 있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았다.

1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한국과 유사한 인구 구조변화를 겪는 국가들의 상황을 비교하는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전했다.

국내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한국이 일본과 같은 주택가격 하락기를 경험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최근 대두되고 있다.  

주요국의 총인구와 생산가능인구는 비슷한 추이를 보이는데, 통상 생산가능인구 추이와 주택가격이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경우 1995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추세로 전환되고, 당시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로 주택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은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2030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한국은 국내 생산인구감소에 따른 주택수요기반은 점진적으로 약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보수적인 이민정책에 따라 이민자의 증가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 주요국 생산가능인구 비중과 주택가격 비교.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사회적·경제적 이유 등으로 오랜 기간 이민자를 수용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생산가능인구는 꾸준히 증가 추세로 더불어 주택가격도 유사하게 상승흐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최근 생산인구 증가는 더디지만 주택가격은 2009년 저점을 기록한 후 유지되는데, 이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활성화 정책 및 빠른 가구수 증가, 주택공급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스페인은 201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세로 전환되며 주택가격도 하락추세를 보였다. 다만 이는 인구감소보다는 금융위기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구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들의 경우 주택가격은 다른 흐름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인구 이외 주택관련 정책 및 투자수요 등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 이후 동독의 부동산가격이 단기간 급등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주택가격 변동이 없다. 이는 독일의 낮은 자가보유율(53.3%), 자가 소유를 권장하지 않는 세제, 민간임대 활성화, 보수적인 모기지 제도 등 정책 역할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반대로 이탈리아는 199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는데, 2000년 후반 인구는 다시 증가하나 주택가격은 금융위기로 하락 추세다.

정책 외에 공급물량 변화도 주택가격 변화의 요인이 된다. 인구밀도가 높고 가용토지 제약이 큰 국가들의 경우 공급의 변화에 따라 주택가격이 많은 영향을 받는 편이다. 영국은 최근 주택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는데, 이는 인구증가 요인도 존재하나 강력한 토지이용 규제로 인해 주택공급량이 크게 부족한데다 해외 투자자본이 유입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만은 높은 인구밀도, 1인당 GDP, 빠른 고령화와 생산인구감소 등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은 급등 추세를 보였다. 현재는 2009년 대비 대만의 주택가격은 83% 상승했지만 한국은 동기간 대비 3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정부의 주택관련 정책 및 투자수요 집중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자가보유율은 83.8%로 높은 편이나 빈집은 19%에 달하는 등 주택시장 내 투기수요가 높은데, 2009년 재산세와 증여세 인하로 부동산에 유동자금이 집중되도록 했다. 정부가 주택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주택가격은 크게 상승한 것. 또한 최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으로 대만 내 중국 투자자본이 빠르게 유입되면서 주택가격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요국 자가보유율 추이. 출처=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국내 가구수의 증가 추세, 낮은 자가보유율, 생산가능인구의 일정비중 유지 등을 감안 시 한국의 주택구매여력은 당분간 존재할 것으로 판단된다. 총 1870만 가구의 국내 가구 분화는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며, 향후 증가 추세도 지속됨에 따라 주택구매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주요 주택구매계층인 35~54세 비중도 상당기간 지속된다.

생산가능인구는 현재 73.0%로 높은 편이다. 2027년까지 65% 이상 비중을 유지할 예정이다. 생산가능인구 비중과 동기간 주택가격의 증감율을 비교해보면 한국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또 낮은 자가보유율(58.0%)을 감안 시 주택수요는 여전히 존재한다.

손은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동산연구팀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인구구조 변화 이후 주택가격 하락추세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크나 중장기 주택시장 변화는 인구와 더불어 주택정책, 공급, 투자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생산가능인구가 뚜렷하게 감소 추세를 보인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며 주택가격 하락에 있어 인구감소 요인 이외에 부동산 버블붕괴 및 금융제도 차이 등 기타 요인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