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 있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안에서 혼자의 힘으로만 혁신을 하려는 것보다 밖의 사람들과 함께 혁신을 추진하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미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P&G의 ‘Connect & Develop’가 많이 거론된다. 이전까지 P&G는 신제품 개발을 내부 R&D팀에서 진행해왔는데, 외부와 협력해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서 신제품 개발건수와 성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R&D 비용을 크게 줄였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신제품 개발 성공률을 높인 ‘일거양득’ 효과를 가져온 것이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접근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안에서 육성할 수 있는 혁신의 씨앗보다 밖에 존재하는 변화무쌍한 혁신의 씨앗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런 씨앗들을 끌어들여 안에서 싹틔우게 한다면 혁신의 폭과 깊이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전개될 것이다. 그런 성과들이 P&G를 필두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이 광고회사에도 통할 수 있을까?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 아이디어 비즈니스를 펼쳐가고 있는 광고회사에, 굳이 외부의 힘을 빌리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할까? 요즘 들어 이런 질문을 들고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 더 광고회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먼저, 전혀 예상치 못한 Player들이 광고업에 등장했다. 액센츄어 같은 컨설팅회사가 광고업에 뛰어들었고, 페이스북, 유튜브나 네이버도 광고와 관련한 밸류 체인을 통합하려 하고 있다. 또한 광고와 마케팅 방식을 변화시킬 신기술과 솔루션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미디어를 자동구매하는 Programmatic Buying 등을 이끄는 애드테크 기업이나 VR과 AR 등 브랜드 체험 방식을 크게 바꿀 신기술이 단적인 예이다. 이렇듯 급변하는 외부환경 속에서 기존 방식으로 크리에이티브와 아이디어의 날을 세워가는 접근으로는 광고회사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기에 힘이 부치게 되었다. 밖의 변화와 혁신이 거세다 보니 어느 순간 기존의 광고회사는 자의 반 타의 반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었다. 이런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탈피하기 위해서도, 아울러 내부의 ‘크리에이티브 파워’를 더욱 강력히 발산하기 위해서는 밖의 혁신의 주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욱더 광고회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광고주가 요구하는 서비스도 요즘은 ‘Total Solution’이다. ATL 광고캠페인만 잘 만들면 되던 시대를 벗어났다. 광고주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ATL, BTL, 디지털 융합 캠페인에 대한 요구가 점증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이 결합되는 시대에 일관된 브랜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ATL 광고캠페인뿐만 아니라 매장과 스마트폰에서의 브랜드체험 솔루션을 최적으로 통합해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장과 스마트폰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성공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player들과 함께 하지 않으면 ‘Total Solution’은 요원한 길이다. 그래서 광고회사의 ‘오픈 이노베이션’이 또한 절실한 것이다.

진짜 문제는 이제 어떻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할 것인가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어떻게 광고회사 주도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조성할 것인가에 대한 주체적 고민이다. 기회라면 광고회사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아이디어 창출 능력을 강력하게 지렛대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광고회사가 기술과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상업화 아이디어를 이끌어주고, 이를 광고주의 비즈니스, 마케팅과 연계해주는 주도적 역할을 맡게 되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체계를 실질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는 스타트업 회사와 함께 광고주를 위한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 접목 사례를 만들어 대내외적으로 발표하는 연례행사- 대홍기획 Innovative Creative Show -를 지난해부터 개최해 왔다. 내부의 크리에이티브와 외부의 기술, 솔루션이 만나 전혀 새로운 마케팅,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획기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더욱 체계적으로 상품화, 비즈니스화하면서 스타트업과 광고회사 간 협업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기존에 일부에서 시도했던 광고아이디어를 외부와 함께 ‘크라우드 소싱’하는 접근은 ‘오픈 이노베이션’의 초보적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광고, 마케팅과 연계된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출하고 주도하고자 하는 보다 큰 그림을 갖고,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한 ‘오픈 이노베이션’ 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거센 외부의 변화와 혁신을 광고회사의 성과로 연결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