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고정 금리 인하의 영향으로 미국 부동산 시장은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30년 만기 모기지 고정 금리가 3.5%대까지 크게 떨어지면서 낮은 금리로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신규 주택 판매는 59만2000채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10.1%p 증가했다.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도 지난해에 비해 6.1%p 상승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 시장은 국내 부자들에게 사실 그렇게 생소한 시장은 아니다. 투자 규모가 큰 관계로 보편적인 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할 뿐, 국내 자산가들이나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 상당수가 미국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 부동산 투자는 단순한 시세와 가치 상승을 동반하는 목적에 머물지 않는다. 유학 등 자녀 교육과 이주·이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지 않아 가처분 소득이나 고용이 늘지 않는 상태에서 교육비는 증가하고 전세난까지 겹치며 비자발적으로 월세 수요가 된 사람들에게 반복적으로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한국의 부동산 정책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층이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 이후 2012년경까지 전체적으로 미국 부동산 경기는 내리막을 걸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서서히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2014년과 2015년에는 2013년에 비해 주택 가격 상승폭이 더 컸다. 한 부동산 전문 업체는 미국 전역에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주택 가격이 평균 17%p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올해 금리 인하로 인해 다시 시장이 활황세로 돌아섰다.

특히 2014년 이후 중국인들이 LA 등 대도시 부동산을 집중 매입하면서 주택 부족 현상과 가격 급등세를 주도해 시장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는 중이다. 뉴스타, 리멕스 등 LA 지역 부동산 중개 회사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인들은 호텔과 상가마저 대대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인들이 주로 투자하는 곳은 역시 미국 서부, 특히 로스엔젤레스 주변이다. 그중에서도 코리아타운이나 오렌지카운티, 얼바인 등을 선호한다. 유명 연예인, 스포츠 선수 등이 주택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부촌으로 유명한 얼바인이나 인근 지역의 경우 학군이 좋아 수요가 많은 편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인이 한 해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규모는 대략 8000억~1조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주택 구매도 꾸준히 있지만 2014년에는 뉴욕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의 빌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유명 재벌가와 정치인도 많았다.

미국 부동산 투자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가격 상승 모멘텀을 상실한 한국에 비해 본격적인 상승 장세에 접어든 탓에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또한 저렴한 교육 비용과 뛰어난 복지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영주권 취득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자녀 유학이나 가족 이민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국토안보부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외국인 학생 수는 약 113만명인데 이 중 약 8만7000명가량이 한국 학생이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의 경우 월 렌트비는 평균 1000~2000달러 수준(2베드 유닛 기준)으로 소득 대비 렌트비 비중이 상당히 높다. 만약 미국의 대학에 자녀를 유학 보낸다면 사립 대학의 경우 학비, 각종 수수료, 기숙사 및 식당비 등 학교에서 나오는 고지서만 해도 한 해에 평균 5만달러 정도가 지출된다. 또한 한국과 달리 만만치 않은 책값이 비용으로 들어간다. 여기에 기숙사가 아닌 주택을 임차해서 살려면 생활비 및 아파트 임대비가 더 들어가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도심에 위치한 룸이 3개 있는 콘도(30만달러~100만달러: 지역에 따라 편차 심함)를 구입하여 룸 1개는 본인의 자녀가 쓰고 나머지 2개는 룸당 2명씩 학생들에게 렌트를 주면서 이 수입으로 론페이먼트(대출금), 관리비, 재산세 등을 내고 나머지로 생활비 일부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 Felix Lipov, Shutterstock.com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여력이 되는 사람들은 가족 전체가 동시에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 EB-5비자를 선호한다. 주택을 포함한 마켓이나 주유소를 하나 또는 그 이상 매입하고 10명 이상의 미국인을 고용하는 것인데, 시애틀이나 애틀랜타 지역에 이런 식으로 이민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매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한국인은 500명을 넘는다. 영주권을 얻으면 자녀의 공립학교 입학이 가능하고, 연간 2~3000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절약할 수 있고 대학 진학 이후에도 학비 절감 및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미국 영주권자는 미국 시민과 동등한 조건으로 취업과 경제활동이 가능하고, 졸업 후 비자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아울러 미국인을 우선 선발하는 의학, 법학 등 일부 전공도 선택할 수 있으며, 합법적인 병역 연기도 가능해 장기간 학업과 취업을 지속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투자 이민이 원활하게 가능한 이유는 첫째 외국인을 위한 융자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40~50% 정도만 현금을 부담하면 나머지는 낮은 이율의 융자를 한국의 제반 서류를 가지고 미국 금융기관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고, 둘째 현재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저렴하여 적은 융자금에 대한 적은 월 페이먼트를 할 수 있고, 셋째 현 이자율이 여전히 낮은 수준인 반면 상대적으로 렌트비는 올라가는 상황이라서 임대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부동산 매매는 주 부동산국(DRE, Department of Real Estate)의 철저한 관리감독 하에 이루어지며 사후 문제 발생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각종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여 문제가 발생할 시 보험회사에서 이를 보상해주는 시스템이 되어 있고 대개 에스크로회사, 타이틀회사, 변호사, 금융기관이 협업되어 거래 사고의 가능성이 한국에 비해 매우 낮다.

1980년 제정돼 35년 동안 유지돼온 FIRPTA(외국인 부동산 투자법)를 올해부터 완화하면서 외국인의 미국 부동산 투자 여건이 더욱 좋아졌다. 개정된 FIRPTA는 해외 연기금과 퇴직기금이 미국의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과 부동산에 투자할 때 내는 세금에 대해 미국 연기금과 같도록 하향 조정했다. 또 FIRPTA를 위반하지 않고 외국인이 보유할 수 있는 미국 내 리츠 소유 한도도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나게 된다.

정리해 보면 양적 완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밀어내기가 미국 부동산 시장의 호황을 만들어 낸 데다 중국인들의 투자 러시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의 투자 모멘텀은 한동안 긍정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부동산은 에스크로우 컴퍼니가 행정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거래 과정도 투명하고 중개 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임차(렌트) 수요도 풍부한 경우가 많아 국내 부동산보다 안정적인 측면이 있다. 이에 한국의 자산가들과 자녀 교육, 이민 목적의 수요층은 한동안 상당 부분이 미국 쪽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다만 지역 및 입지별로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 곳이 있을 수 있고 미국 은행에서 융자 대출을 받기 까다로울 수 있으며, 검토해야 할 서류와 절차가 많아 거래 시간이 길다는 점 등 구체적인 유의 사항들은 미리 체크해야 하고 세금 관계 등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잘 모르는 곳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해야 하는 만큼 많은 조사와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투자 목적, 가용 자본, 거주 기간, 자녀의 나이 등 다양한 요소들을 충족시키려면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