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틴 힌지 JLL 아시아태평양 지역 건축·인테리어 프로젝트 관리 본부장.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기자

미국계 부동산 임대·관리 기업인 존스랑라살르(JLL)는 건축·인테리어 프로젝트 관리팀을 따로 가지고 공간 트렌드를 연구하고 공간 기획, 인테리어 공사 자문 등에까지 관여한다. 부동산 시장이 진화하고 다른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부동산 중개업과 자산관리 서비스 외에 부동산 실사조사(Due Diligence), 자문 등 부동산 라이프 사이클 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야 했다는 것이 마틴 힌지 JLL 아시아태평양 지역 건축·인테리어 프로젝트 관리 본부장의 설명이다.

한국을 방문 중인 힌지 본부장을 서울 여의도의 JLL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적인 오피스 트렌드로 코워킹을 꼽았다. 그는 코워킹 공간 구성이 오피스 환경 진화의 한 과정이라고 본다. 힌지 본부장은 “코워킹 붐을 가져온 IT(정보통신) 회사가 아니라도 다른 기업들 심지어 전통적 제조업체인 선박회사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고 접목하려는 조직이라면 어디에도 통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업체인 유니레버 영국 사무실을 컨설팅했다. 놀랍겠지만 유니레버 대표의 데스크는 회사 로비에 있다. 어느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그들만의 기업문화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힌지 본부장은 코워킹 공간은 이처럼 어디에나 접목할 수 있지만 다만 조직의 비즈니스 특이성이나 기능에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피스 환경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에서는 몇몇 대학에도 코워킹 공간을 구성, 야간에는 지역 커뮤니티에 개방을 하기도 한다. 물론 커피숍 등도 코워킹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는 코워킹 문화가 지금처럼 유행하는 이유를 몇 가지 꼽았다. 먼저 코워킹 문화는 구글과 IBM 등 IT기업들의 성장과 궤를 같이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이들의 수평적인 문화와 더불어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업무환경 구현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서는 밀레니얼 세대 등 새로운 세대의 요구에 부응, 보다 재능 있는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요건으로도 활용한다.

뿐만 아니라 빌딩 임대인이 자신의 건물의 특정 공간을 코워킹 공간으로 활용함으로써 입주사 및 잠재 고객에 기회 요소를 제공하고 빌딩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다. 입주 기업들의 달라진 사정 때문이다. 

“현재는 매우 급변하는 경제 상황이다. 신규 비즈니스의 경우 과거 성공 여부가  밝혀지는데 3년여는 걸렸다면 현재는 약 7개월 내에 결론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많은 입주사들이 입주 빌딩에 요구하는 것은 ‘유연성’이다. 이들은 1개월 혹은 1주일 단위로 공간을 쓰고 반환하기를 바란다.”

코워킹은 또 사무실 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고 직원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다. 몇 년 전 싱가포르 JLL 지사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직원들은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업무 활동이 이메일, 전화, 미팅에 소요된다고 하면서도 ‘업무 가치는 어떠할 때 창출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들은 주변 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정보 교류, 해결방안 도출, 시장 파악 등을 꼽았다.

그는 “업계에서는 ABW(Activity Based Workplace, 행동기반 업무 환경)이라고 한다. 부서나 업무환경이 아니라 활동 패턴을 조사해서 업무공간을 구성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많은 직원들을 정해진 업무공간에 배치하는 대신 오피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필요 공간이 축소하고 비용 절감과 직원의 생산성 향상까지 얻은 실제 사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에 있는 한 금융사에서는 실제로 코워킹 환경 조성을 통한 효과를 봤다. 통상 금융사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 SME(Subject Matter Expert)들이 모여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드는데, 다른 부서로부터 정보를 받아내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JLL은 해당 업체의 기존 고정 근무환경을 전환했다. 예컨대 데스크 근무 공간과 미팅 공간의 거리를 좁혀서 개인 업무에서 팀 업무로의 빠른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변화만으로도 이들의 의사결정 속도는 기존 7일에서 5일로 단축, 허비 시간은 개인당 92분에서 16분으로 단축됐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이 경비 절감이지만 현실적이고 더욱 기대되는 것은 이러한 생산성 향상”이라고 말했다.

힌지 본부장은 이달 초 한국에 정식으로 개장한 세계 최대 공유오피스 ‘위워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냈다. 그는 “서울은 세계에서 가장 진보하고 있는 도시 중의 하나다. 높은 와이파이 보급률을 바탕으로 어디서든 가상(버추얼) 업무환경을 기술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면서 “한국의 창업자들에게 공동 공간뿐만 아니라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시너지를 낸다’는 위워크의 정체성이 정확히 전달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