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로보어드바이저로는 쿼터백투자자문, 데이터앤애널리스틱(DNA), 디셈버앤컴퍼니, 파운트(Fount), 에임(AIM, 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 등이 있다.

이 중 쿼터백투자자문은 최근 국민은행과 로보어드바이저 자문형 신탁 상품인 ‘쿼터백 R-1’을, 현대증권과 ‘쿼터백 로보랩’을 출시했다. 미래에셋대우 등 주요 증권사와도 업무 제휴를 맺은 상황이며 옐로금융그룹 소속으로 자본 여력은 여타 로보어드바이저 대비 나은 상황이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DNA는 신한은행이 주관한 핀테크 벤처기업 육성 프로그램인 퓨처스랩 2기 소속 16개 벤처기업 중 유일하게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지난 4월 신한은행은 DNA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S로보 플러스’를 출시한 바 있으며 향후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사업 관련 제휴가 예상된다. 최근 DNA는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데이터 분석까지 완료하면서 향후 ISA 포트폴리오 배분에도 접목이 가능할 전망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 2013년 9월에 투자한 회사로 고객 계좌별로 차별화된 투자전략을 시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편, 세계적 투자가인 짐 로저스가 공식 고문을 맡은 파운트는 우리은행이 선보인 ‘위비어드바이저’에 투자 알고리즘을 제공하고 있다. 에임은 금융기관의 대리 판매 없이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가입할 수 있는 대신 수수료가 0.3~0.5% 수준으로 저렴한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들과의 제휴 측면에서는 미래에셋대우가 가장 앞서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선제적인 MOU 체결로 현재 총 7개의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모아둔 전용 홈페이지를 출시했으며,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한 후 고객이 선택해 가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난 5월 중순 기준 수탁고는 20억원 수준에 불과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을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특허 출원을 완료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팝로보(POP-ROBO) 랩어카운트 운용을 최근 시작했다. 다만, 삼성증권의 타깃 고객이 고액자산가라는 점에서 저렴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보다는 판매 상품 라인업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유안타증권은 인공지능 매매시스템 티레이더2.0을 개발해 국내에서 특허 등록을 마치고 중국·대만 등지로 수출을 앞두고 있다. 티레이더는 기업가치와 실시간 수급 상황 그리고 기술적 지표 등을 기반으로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고 맞춤형 종목을 발굴해주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제도상 직접 운용‧자문이 불가능해(쿼터백투자자문은 자문업 등록) 기존 금융회사와 결합한 형태로 상품이 출시된다. 따라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는 해외 대비 비용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향후 로보어드바이저의 직접 운용‧자문이 가능해지고 비대면 일임계약이 허용되면 그만큼 수수료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ISA가 도입되면서 금융사 간 영역 없이 자산관리 시장에서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은 자산관리 대중화에 로보어드바이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임형 ISA 역량이 부족한 은행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다만, 일임형 ISA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최근 NH농협은행은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와 퇴직연금 자산운용 기능을 연계한 ‘NH로보-프로(NH Robo-Pro)’를 출시했다. NH로보-프로는 ‘로보에셋-프로(Robo Asset-Pro)’와 ‘로보펜션-프로(Robo Pension-Pro)’로 구성된다. 농협은행은 연령, 소득수준, 금융자산 등의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기능으로는 ▲가입자 자산배분 점검 ▲투자 포트폴리오 제시 ▲목표수익률 자산배분 설계 ▲은퇴설계 시뮬레이션 정보 제공 등이 있다.

NH투자증권이 ISA에서 수익률 기준 상위권에 링크돼 있는 만큼 NH농협은행의 이러한 시도와 함께 NH금융그룹 전체의 긍정적 전망이 기대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16일 ‘로보어드바이저 펀드설명회’를 개최하고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섰다. 키움자산운용의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는 현재 순자산 2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로보어드바이저, 아직은 큰 기대 말아야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산배분이 시장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계의 알파고’의 등장에 시장이 술렁였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알파고도 로보어드바이저도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이다. 과대 포장된 탓에 일각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시스템트레이딩, 퀀트 등과 다를 것이 없다고 평가절하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평가절하 혹은 환상의 대상 둘 다 아니다. 다만, 일반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올바르다고 볼 수 있다.

▲ 출처:신한금융투자

한 가지 문제점은 국내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보다는 판매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상품판매의 수단 중 하나로 변질될 경우 로보어드바이저의 실질적 성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행법상 로보어드바이저가 직접적인 자문·일임 업무수행이 불가능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비용에 인건비가 추가되면서 수수료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로보어드바이저의 원활한 자산관리업무 수행을 유도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부작용 발생 방지 등 투자자 보호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금융사들은 정교한 로보어드바이저 개발 및 유지·보수에 노력하는 동시에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9월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할 수 있도록 로보어드바이저의 유효성·안정성 등에 대한 테스트를 추진 중이다. 이달 하순 테스트베드 운영방안 발표 및 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달 초까지 1차 테스트베드 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테스트베드 시행은 3~6개월 정도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