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투자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대상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맞물리며 그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안투자’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저성장을 경험한 선진국들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그만큼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인 저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안투자가 생소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대안투자를 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잘 포장된 금융상품이 있다면 현혹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투자성향은 모두 다르다. 물론 돈을 번다는, 그리고 많이 벌고 싶다는 목표는 같겠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추구하는 스타일은 다르다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갑자기 나타난 ‘혜성’이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마치 자산관리 시장의 ‘혜성’처럼 갑자기 나타난 느낌이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현재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은 포트폴리오 구축, 즉 자산배분일 뿐 자산관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산배분은 투자 시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자산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위험도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자산관리는 사업운영, 세제 및 상속 등 보다 넓은 영역을 포괄하는 단어다. 향후에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별 성향에 따른 자산배분에 주력하고 있다.

‘투자자별 성향에 따른 자산배분’은 금융투자업계에서 PB(Private Banker), FP(Financial Planer) 등의 용어를 내세워 자산관리의 일부로 꾸준히 추진해왔다. 이것을 온라인상으로 옮겨놓으니 마치 달라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로보어드바이저는 단순히 ‘온라인 자산관리’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스스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아니지만 관련 업계는 보다 정확한 고객의 투자성향과 투자대상군의 위험도를 측정하고, 새로운 변수의 적용 및 업그레이드를 통해 체계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자산관리 프로그램의 기초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선을 보였을 당시만 해도,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자산관리를 대중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단순히 투자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자산배분이라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혜성’은 아니더라도 향후 자산관리 시장 확대를 이끌 주역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해외사례로 보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이해

로보어드바이저는 생소하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돕고자 한다. Betterment는 지난 2008년 설립됐으며 2010년 런칭한 미국의 대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업체다. Betterment가 가진 핵심 경쟁력은 ‘최초’, 고객의 투자성향 등 목표를 명확히 파악, 목표에 맞는 최적의 자산군을 설정해 자산을 배분한다. 또 낮은 수수료(1만달러 이하 0.35%, 1만~10만달러 0.25%, 10만 달러 이상 0.15%)를 자랑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공지능으로 좋은 투자안을 발굴하고 벤치마크 대비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목적은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최적 자산배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렇게 자산배분에 중점을 두게 되면 주식·채권 ETF(상장지수펀드) 등에 투자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ETF의 경우 지수를 추종하는 형태로 초과수익을 얻기보다는 지수평균 수익률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ETF는 기초자산이 다양해 자유롭게 투자대상 분산 및 매매가 가능하다. 실제로 Betterment의 투자대상은 주식·채권 ETF에 집중돼 있다.

이뿐만 아니라 ETF는 시장에 상장돼 있어 고객들이 직접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 편의성은 물론 투자의 투명성도 보장된다. Betterment는 PC와 모바일 앱을 통해 자유로운 가입과 투자정보 확인을 지원하고 있으며 고객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화면을 단순하게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투자자의 목표를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질문을 통해 투자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객관적인 제약요건을 측정한다. 그리고 이에 맞는 최적의 자산을 분배한다.

Betterment가 가장 중시하는 요소는 투자기간으로 이에 따라 감내할 리스크를 구분한다. 투자기간이 길수록 감내 가능한 리스크의 강도는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것이다. 또 투자자금을 일시에 회수할 것인지 아니면 기간별로 조금씩 인출할 것인지도 중요하게 여긴다. 만약 이 두 가지 요소에 대해 고객이 정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일반적인 연령을 기준을 적용한다.

고객으로부터 투자기간과 목표를 얻었다면 위험 수위(Risk Level)을 결정한다. 이는 시장이 불리한 수준에서 평균 수준에 이르는 광범위한 시장 상황을 투자기간에 반영하고 최적의 결과를 예상하는 절차를 통해 이뤄진다.

투자자에게 적합한 위험 수위가 결정되면 이에 맞는 글로벌 주식·채권 ETF에 분산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또 포트폴리오 예상수익률을 제공하는데 미래에 대한 예측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 및 불리한 결과에 더 높은 가중치를 부여한 보수적 시나리오로 관리한다.

투자기간과 위험관리의 예를 들면 평균 기대수익, 상위 5% 기대수익, 하위 5% 기대수익 등으로 나뉘며 손실률도 제공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투자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면 하위 5% 기대수익이 축소되면서 원금손실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하위 15%의 상황에서는 각각의 투자기간마다 최적의 자산배분을 도출해 몇 년 이하에서는 주식비중 0%, 몇 년 이상의 기간에서는 주식비중 100%로 배분해야 하는 것을 알려준다.

특징적인 것은 하위 5%에서 중간 50%까지에서만 최적 자산배분을 구하는데 이는 50% 이상에서는 100% 주식으로 배분하는 것이 동일하게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즉, 중간 이하의 하위 시나리오에 집중한다는 것은 보수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편, Wealth Front도 전 세계 ETF에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있으며 SigPig는 증권사 계좌 통합관리,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추천하고 고객 포트폴리오와 SigPig가 추천하는 포트폴리오를 비교 분석한다.

LearnVest과 Personal Capital은 또 다른 형태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로 수입‧지출 관리, 목돈 마련 등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은행, 신용, 대출, 투자, 모기지 등 계좌의 통합관리 등이 주업무다. 따라서 고객이 원하는 목표(결혼, 사업, 주택구입 등)를 입력하면 달성 가능한 금융솔루션을 제시한다.

이렇듯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같아 보이지만 분명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도 이제 시작한 단계지만 향후 고객의 니즈와 함께 수요가 증대하면서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