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시장은 모바일 혁명을 발판으로 급성장했으나 아직 스마트폰을 넘어서는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 이상의 그릇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당연히 이를 아우르는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전을 위한 각자의 복마전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 너머에 펼쳐진 신천지를 찾아 나서는 기업들. 혁명을 준비하는 위험한 사상가들의 청사진을 살펴보자. 정확히 말해 그 방식을 논해보자.

"모든 것은 소프트웨어"
제조업은 산업혁명의 부산물로 여겨지며, 지금까지 그 발전의 속도는 컨베이어 벨트에 갇혀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변했다. ICT 기술의 발전이 4차 산업혁명을 강요하며 우리에게 초연결의 인프라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서 제조업은 또 한 번의 퀀텀점프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스마트 제조와 인터넷 플러스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조업 인프라에 초연결의 ICT 인프라를 대입해 스마트 팩토리의 길로 모두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기존 제조업 문법을 파괴하며 일상화된 생태계를 극적으로 거부하는 특징을 보인다. 하청업체와 원청업체의 유기적인 관계를 부정하며 모든 것을 소프트웨어, 생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7월 31일 발표된 테슬라의 기가팩토리(Giga Factory)가 좋은 사례다. 파워월(Powerwall)과 파워팩(Powerpack)과 같은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약 5조6800억 원을 투자해 55만7418㎡ 부지에 단일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통해 2차전지 시장을 주도, 궁극적으로 배터리 산업을 재편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테슬라 전기자동차에만 탑재되지만 이후의 로드맵은 그 이상에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테슬라는 원통형 리튬이온 전지를 사용하고 있으나 기가팩토리는 ESS 전반까지 아우르는 경쟁력을 노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 LG화학 등 국내 배터리 업체가 기가팩토리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 출처=테슬라

하지만 기가팩토리의 진정한 강점은 가동식 현상에서 나온 앨런 머스크 CEO의 멘트에 있다. 그는 "기가팩토리는 단순한 공장이 아닌, 공장 그 자체로 제품이다"며 "궁극적으로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공장의 작동문법을 파괴하려는 앨런 머스크의 야심을 보여준다. 원청과 하청으로 분리되어 경계의 생태계로 움직이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공장 자체가 하나의 CPU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결국 초연결의 방식을 기본 인프라로 설정하고 빅데이터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인공지능이 큐레이션해 클라우드로 저장, 스마트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로봇이 컨베이너 벨트를 능가하는 생산성을 추구하게 만드는 것이 기가팩토리의 야심이다. 오프라인의 시설물을 하나의 두뇌로 묶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시키는 스마트 팩토리의 강점이며, 이는 곧 존재하는 모든 방식을 소프트웨어로 환치시킨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가팩토리의 공포는 이러한 '일사분란함'에 있다. 앨런 머스크가 기가팩토리는 '하나의 상품'이라고 표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의 반열로 올린 진짜 이유다.

물론 이러한 방법론은 테슬라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물론 최근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SK C&C도 비슷한 접근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산업을 제조업의 새로운 동기로 부여하고 있는 중국의 방식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으며 스마트 시티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다양한 노력도 같은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에도 약점은 있다. 먼저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에 해고 및 사회노동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스마트 팩토리의 숙명과도 같은 일이며, 기술의 발전에 따른 필연적인 아픔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 인프라의 등장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소프트웨어 방법론 및 스마트 팩토리 방식의 전사적인 도입과 동시에 기존 인력을 흡수통합하는 경제적 방법론도 병행되어야 할 전망이다.

보안 및 기타 예상하지 못한 내외부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도 꼽힌다. 하나의 콘트롤 타워가 전제된 방법론이기에 사물인터넷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하드웨어, 즉 전통적 제조의 방식에 익숙한 기업들에게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물론 이러한 문제의 경우 전자는 결국 또 다시 기술의 진화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이며, 후자의 경우 스스로 변하는 수 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소프트웨어다. 기술상향표준화의 흐름을 직시하며 사용자 경험을 비약적으로 확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존 원청-하청 업체 관계 및 인간이 관여하는 생산성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플랫폼에 콘텐츠를 탑재시켜 영혼을 불어 넣어야 한다.

▲ 출처=테슬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만남"
ICT 기술의 발전으로 온디맨드가 부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O2O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영역의 파괴를 화두로 삼아 경계의 생태계가 흐려지는 대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일단 판은 벌어졌다. 정교한 솔루션을 찾아야 할 순간이다.

이 지점에서 카카오 방법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사업자의 위치에서 오프라인으로 진격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온라인' 플랫폼을 중개의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일단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 다양한 경쟁력을 붙이는 상황에서 업계의 특수한 고민을 풀어내는 영악한 패러다임을 구사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기계적인 방식으로는 그 이상의 시너지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스피드에서, 옐로모바일은 다수의 스타트업이 모여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완전한 결실을 맺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방식이 필요할까.

카카오는 10일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주차설비업체 ‘아마노코리아', ‘다래파크텍’, ‘토마토전자', ‘대영산전’과 함께 ‘카카오파킹 자동 입출차 시스템 구현을 위한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주차설비사는 차량번호 자동인식기(License Plate Recognition, LPR), 자동차단기 등 스마트 주차관제 설비 관련 노하우와 주차시스템 구축 및 운영 경험을 갖춘 회사다.

카카오파킹 제휴 주차장의 주차 관제 기기를 카카오파킹 서비스와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동이 완료된 제휴 주차장에서 카카오파킹 이용자들은 대면 결제 과정 없이 논스톱으로 출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제휴 설비사의 차량번호 인식기를 보유한 카카오파킹 제휴 주차장은 추가 설치 비용없이 연동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 출처=카카오

이러한 방법론은 카카오 O2O 전략의 핵심은 아니지만, 핵심을 충실하게 작동시키는 중요한 인프라 다지기로 여겨진다. 카카오파킹에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경쟁자와 대비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의 확장적 측면에서 매우 유리한 방식이며, 단순히 영역의 확장을 넘어 해당 인프라의 고도화를 끌어낸다는 특징을 가진다.

앞으로의 O2O는 영역과 영역을 만나는 것에서 벗어나 진출한 영역의 세세한 작동기제를 모두 '단일 플랫폼의 성격에 맞도록 영점조정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유경제는 매우 흥미로운 방식이다. 우버와 에어비앤드 등 소위 공유경제를 대표한다는 기업들은 냉정하게 말해 온디맨드 업체라 불러야 하지만, 일단 이들의 방식은 공유지의 비극을 야기하는 소비적 관점의 공유경제에서 벗어나 수익을 창출하는 일종의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온라인 기술력이 오프라인의 공유지를 제공해 그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공유경제의 현재 방식은 추후 마지막 수익까지 배분하는 커뮤니티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방식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또 하나의 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비공개기업 전문 평가 회사인 에퀼라에 따르면 우버는 추정 기준 660억 달러의 몸값을 자랑하며 에어비앤비의 몸값은 300억 달러에 달한다. 규모의 경제로 흘러갈 수 밖에 없는 O2O 시장에서, 공유경제의 탈을 쓴 온디맨드 업체들의 방식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