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성이 속옷을 고르고 있다. 브래지어의 여러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컵의 아래 부분을 엄지와 검지로 꼭꼭 누르며 그 두께를 가늠해 본다. 그러더니 이내 하는 말, “이건 뽕이 두툼해서 좋다! 여름옷에는 이 정도 두께는 되어야지.” 어느덧 브래지어의 볼륨업 기능은 일상이자 기본이 됐다.

브래지어 안에 들어가는 컵, 어깨끈, 와이어, 패드 등 30가지가 넘는 작지만 중요한 자재들. 이들 자재들은 기술이 발전에 따라 또는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그 중요도가 바뀌어 왔다.

1970년대에는 각종 스포츠가 유행하고 여성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실용적인 패션이 유행의 중심에 섰다. 브래지어에도 ‘스판덱스’라는 탄력성 좋은 원단이 활동성을 높여줬고 또한 최초로 등장한 와이어가 사용되기 시작됐다. 뒤이어 80년대에는 쇠로 만들어진 와이어에서 벗어나, 첨단 소재인 형상기억합금으로 된 와이어가 등장해 편안하고 부드러운 착용감을 가진 브래지어가 인기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개성을 중시하게 된 여성들이 브래지어의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화려하고 다양한 레이스들이 인기를 얻고 속옷이 생활필수품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전환되는 시기를 맞는다.

볼륨업을 도와주는 패드가 중요하게 떠오른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90년대에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글래머 룩’과 ‘노출 패션’의 영향에 힘입어, 말끔한 실루엣을 연출해주는 봉제선 없는 몰드컵과 함께 가슴의 볼륨을 살려주는 패드가 브래지어의 주요 자재의 하나로 떠올랐다.

국내에 패드가 처음 등장한 시기도 1990년대 중반이었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부터 아름다운 몸매를 갖기를 바라는 여성들의 욕구가 서서히 분출되기 시작했고, 서양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슴이 빈약한 한국 여성들에게는 가슴을 받쳐주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더군다나 90년대 초반 영국 플레이텍스사의 ‘원더브라’, 고사드사의 ‘슈퍼브라’ 등 가슴을 모아 클리비지를 섹시하게 연출할 수 있는 브래지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볼륨감 있는 가슴은 국내 여성들 사이에서도 일대 유행으로 떠올랐다. 물론 그 전에도 가슴을 커 보이게 하는 수입 브래지어들이 있었지만, 서양 여성들의 가슴에 맞게 만들어진 터라 국내 여성들에게는 편안하게 잘 맞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199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슴을 올려주고 모아주는 한국형 패드가 첫선을 보이게 됐다. 비비안이 선보인 ‘볼륨업브라’에는 볼륨업 기능을 갖춘 부직포 패드가 들어있었다. 부직포 패드는 실을 방사해 폭신한 솜과 같은 형태로 만든 후 이것을 단단하게 압축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그 이후 이 패드는 여성 속옷 시장에 ‘볼륨업’ 바람을 몰고 왔고,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모든 속옷 업체들이 패드를 넣은 브래지어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첫 번째 패드인 부직포 패드의 인기에 힘입어, 이후 패드는 소재나 디자인과 기능성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게 되었고, 여성 란제리 업체들에 의해 워터패드, 오일패드, 전기석패드, 스킨볼륨패드 등 다양한 패드가 개발되고 선보여 왔다.

최근에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패드는 단순하게 스펀지만으로 안을 채운 스펀지 패드가 주를 이룬다. 그 대신 형태가 다양해졌다. 예전에는 가슴을 전체적으로 보정해주는 원형의 형태만 있었다면, 가슴의 아랫부분이나 옆 가슴에 볼륨감을 줄 수 있는 반달형이나 타워형의 패드도 나와 있다. 볼륨감의 정도에도 차이가 생겼다. 두께가 얇은 것과 두꺼운 것이 다양하게 나와 있어 개인의 가슴에 맞게 선택이 가능해졌다.

패드를 사용하면 가슴을 좀 더 아름답게, 그리고 볼륨감 있게 연출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매우 부자연스러운 실루엣이 되고 만다. 패드를 제대로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브래지어의 선택도 매우 중요하다. 가슴의 볼륨감을 강조하기 위한 브래지어 선택 시에는, 1/2컵 스타일보다는 가슴을 충분히 감싸주는 3/4컵이나 풀컵 스타일을 골라야 보조패드를 넣었을 때 브래지어가 뜨는 현상을 줄여준다. 또한 밑가슴 둘레의 사이즈는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고르고, 윗가슴 둘레는 패드로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컵 사이즈를 선택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가슴선을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