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늑대 화웨이가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투-인-원 PC인 메이트북을 국내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MWC 2016에서 처음 공개되어 호평을 받은 메이트북은 스마트폰의 이동성과 노트북의 생산성을 결합한 화웨이 최초의 2-in-1 PC다.

메이트북 출시와 더불어 ‘화웨이와 신세계아이앤씨의 만남’도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B2C의 영역에 더욱 바짝 다가간 화웨이의 국내 시장 공략 방법론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최진홍 기자

화웨이, 새삼 강렬하다

올리버 우 화웨이 컨슈머 비즈니스 그룹 일본 및 한국 지역 총괄은 무대에 올라 화웨이의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17만6000명의 직원이 포진한 상태에서 36개의 공동혁신 센터를 설립했으며, 무려 7만9000명의 직원이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6개의 연구개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부연했다.

2014년과 2015년, 5만377건의 특허를 출원해 2년 연속 특허 출원 1위 기업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나아가 지난 10년 동안 약 375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밝히며 “화웨이는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기업”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화웨이 3개 경쟁력 중 하나인 컨슈머 그룹의 존재감도 강조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GFK의 통계를 소개하며 화웨이는 2016년 기준 11.4%의 점유율을 화보, 글로벌 3위 사업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더불어 구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과 함께 전략적 생태계를 구성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후로는 고학봉 신세계아이앤씨 밸류서비스사업부 상무가 등장해 양사의 협력을 선언했다. 이미 업계에 양사의 관계가 알려진 상태에서 사실을 인정하고, 그 이상의 미래를 선언하는 측면이 강했다. 고 상무는 “신세계아이앤씨는 화웨이 커슈머 제품 총판을 맡는다”며 “화웨이의 우수한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국내에 알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계약기간을 묻는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으나,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는 국내 시장에서 네트워크 장비를 기점으로 공략을 거듭해 왔다. 다만 스마트폰 경쟁력을 조금씩 넓히는 시도를 해 왔으며, 네트워크 장비로 맺어진 인연을 바탕으로 2014년 9월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를 통해 중저가 스마트폰 아너6를 X3로 이름을 바꿔 출시하기도 했다. 이어 2015년 12월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를 내세워 Y6를 LG유플러스를 통해 유통시키는 한편, 라우터 카파이(CarFi)도 출시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 외 다른 통신사와 협력하지는 못했다. 외산폰의 무덤이라는 국내 시장에서 X3가 전혀 힘을 쓰지 못했고, AS 및 기타 제반 인프라도 충실하게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외 다른 전자제품의 유통은 말 그대로 언감생심이었다.

분위기가 변한 것은 최근이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화웨이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기타 다양한 전자제품도 나름의 인정을 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화웨이는 P9 및 아너노트8 등을 자급제 방식으로 국내에 출시하는 것을 고려하는 한편, 신세계아이앤씨를 파트너로 선택한 셈이다.

화웨이와 신세계아이앤씨의 협력은 이미 총판을 매개로 국내에 진입한 샤오미의 방법론과 비교될 전망이다. 일단 화웨이는 시작부터 국내 대형 유통 사업자와 협력하는 스탠스를 바탕으로 추진의 속도가 다른 존재감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총판을 두 개로 쪼개어 온라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유통시키는 샤오미와 180도 다른 방식이다. 오프라인의 강점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플랫폼에 역량을 집중한 대목은, 결국 화웨이가 규모의 경제에 가까운 국내 시장 로드맵을 보여줄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컨슈머 제품군인 메이트북의 국내 출시 기자회견에 맞춰 신세계아이앤씨와의 협력을 강조한 대목도 흥미롭다. 결국 B2C 관점에서의 화웨이 공략이 본격적으로 벌어질 전망이다. 이르면 당장 8월부터 신세계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웨이 제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메이트북

메이트북은 윈도10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엣지와 인공지능 코타나까지 충실하게 구현한다. 냉각팬이 없어 소음도 적으며 인텔의 코어M 시리즈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눈길을 끈다. 모델에 따라 최대 4GB, 8GB RAM을 지원한다. 용량은 128GB에서 256GB다.

알루미늄 소재와 12인치 IPS 멀티스크린도 지원한다. 무게는 640g에 불과해 가벼우며 지문인식 센서가 탑재됐다. 33.7Wh 고밀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됐으며 9시간 연속 사용, 29시간 연속 음악 재생이 가능하다. 커버형태의 키보드와 스타일러스 펜인 메이트펜 HDMI가 지원된다. 그레이와 골드 두 가지 색상으로 1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다. 라인업은 두 가지며 M3 모델이 88만9000원, M5 모델이 129만9000원이다. 메이트 키보드는 12만9000원, 메이트펜은 7만9000원, 메이트독은 9만9000원이다.

미디어패드 M2도 공개됐다. 화웨이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테블릿이며 8인치 풀HD 디스플레이, 2GB램, 16GB 내장공간에 안드로이드 롤리팝이 탑재됐다. 출시일은 11일이며 가격은 29만8000원이다. 웹툰작가인 기안84가 무대에 등장해 M2로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불어 이어폰 AM12, 블루투스 스피커 AM08, 보조배터리 등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