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줄기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바이오 분야에 800억원 펀드 자금을 지원하기로 하고 세포치료제 조건부 허가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관련 산업 발전과 글로벌 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한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조건부 허가 확대에 따라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대상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또는 '중증의 비가역 질환'이다. 쉽게 말하면 적절한 치료가 수반되지 않을 때 사망하거나 비가역적 병적 상태가 악화되는 질환이면서 치료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세포치료제 중에서도 줄기세포치료는 의학적 치료 수단이 없는 퇴행성 질환이나 심한 외상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할 새로운 대안으로 꼽힌다. 한 개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를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 기능 저하로 인한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고령화에 따라오게 마련인 질병 등과 맞물려 상용화 관심도 높다.

이번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범위 확대로 인해 줄기세포치료제를 포함한 세포치료제 시판이 평균 3년 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인 기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뉴로스템 임상을 진행 중인 메디포스트와 같은 기업이 임상3상을 마치기 전에 허가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한국, 글로벌 임상시험 2위...줄기세포치료제 시장 기대 높아

프로스트앤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오는 2018년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시장 예상 규모는 1170억달러로 지난 2013년 400억달러 규모의 약 3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줄기세포치료제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 측면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으며 상용화 된 치료제도 4개로 가장 많아 관련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가 높다.

우리나라 업체가 진행 중인 줄기세포 임상시험은 총 64건으로 아시아권에서는 개발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로 보면 미국에 이어 2위다.

미국은 임상 연구 초기에 전체 임상의 65%를 차지할 정도로 줄기세포 임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와 중국이 급성장 하면서 지난해 신규 등록된 임상 비율은 미국이 30%, 우리나라가 20%, 중국이 22%를 차지했다. 신규뿐만 아니라 누적 임상시험 건수를 봐도 미국 다음으로는 한국과 중국이 가장 많다. 1998년부터 2015년까지의 누적 임상시험 건수는 미국이 146건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이 46건으로 전체의 15%를, 중국이 33건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신청한 기업 소속 국가를 보면 53개 기업이 미국 개발사로 가장 많았고 한국 소속 개발사가 11개로 그 뒤를 이었다. 

줄기세포 치료제 상용화도 빠른 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시판 허가를 취득한 6개 제품 충 4개는 우리나라 제품이다.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는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AMI),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 안트로젠의 큐피스템, 코아스템의 뉴로나타-알주다. 각 제품 대상 질환은 좌심실 구혈률 개선, 무릎 연골결손 치료, 크론병 누공치료, 루게릭병 진행 완화다.

국내서는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 외에도 메디포스트, 차바이오텍, 파미셀 등이 알츠하이머, 급성 뇌졸중, 퇴행성 디스크, 척수질환 등에 관한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승인 제품의 매출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메디포스트가 개발한 무릎연골 치료제 카티스템의 경우 매년 평균 판매량이 증가해 올해 누적 판매량 4000건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티셀그램-에이앰아이도 2013년 189건에서 2014년 225건으로 시술 건수가 늘었다.

해외에서 허가를 받은 제품은 캐나다 오시리스(Osiris)의 프로치말(Prochymal)과 유럽 치에시(Chiesi)의 호노클라(Holoclar)다. 각 제품 대상 질환은 이식 편대 숙주질환과 각막손상 시력회복이다.

차세대 줄기세포기반제제 평가 연구사업단은 "중국의 줄기세포치료제 투여는 국제적 준수 하에서 실행된 임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본은 2004년 상업적 임상 1건을 실시한 이래 현재까지 제품 개발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의 기준에 근접한 규제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임상개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에 타 국가에 비해 국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는 시장규모가 큰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차세대 줄기세포기반제제 평가 연구사업단

신뢰·안정·윤리 문제 해결해야

우리나라가 줄기세포치료제 분야에서는 국제 시장에서 나름 선전하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아직은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성이다.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안정성 문제로 의사들의 신뢰를 얻지 못해 적극적인 처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격 문제도 있다. 제품 가격이 높지만 보험이 적용되는 제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미 국내서 허가된 제품들도 상용화에만 성공했을뿐 대중화는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줄기세포치료제는 세포기원에 따라 배아, 성체, 역분화로 나뉘는데 국내서 시판 중인 네 종류 제품은 모두 성체줄기세포치료제다. 성체줄기세포치료제는 효능이 조금 떨어지지만 약물 부작용 우려가 적고 생산이 용이한 제품으로 평가 받는다. 국내서 성체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이 활발한 것은 배아줄기세포의 윤리성 문제와도 이어진다. 배아줄기세포는 기원이 배아에게서 나온다는 이유로 여러 가지 윤리적 논란에 휩싸였고 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일환 가톨릭의과대학 기능성세포치료센터 교수는 "줄기세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한계가 있고 무허가 불법 시술 등의 윤리적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환자의 권리와 산업계의 이해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줄기세포치료제의 안정적 연구개발과 실용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