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관리의 중심에 섰다. 알파고의 이미지가 강했던 탓일까. 로보어드바이저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등장의 핵심은 우선적으로 자산관리의 대중화에 있다.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날수록 고객 데이터는 더욱 확보되고 이를 통해 보다 섬세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는 AI와 결합돼 자산관리는 물론 여타 재무영역까지도 도움을 주는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론에만 불과했던 포트폴리오 모형을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며 이에 대한 추가적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어드바이저, 포트폴리오 이론의 ‘현실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의 자산배분 알고리즘을 논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금융 관련, 그중에서도 자산배분 과정을 접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이다.

해리 마코위츠는 그의 이름을 딴 ‘마코위츠 모형’을 체계화했고, 이는 현대 포트폴리오 투자의 근간이 됐다. 마코위츠 모형의 핵심은 증권 가격이 미래의 수익률과 위험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 있다. 또 수익률을 기댓값에 대입해 산출하고 위험을 표준편차(변동성 개념)에 대입해 계량화한다. 이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에 의해서 수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험이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즉, 분산투자의 효율성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마코위츠 모형은 이론 측면에서는 탁월했지만 기대수익과 변동성을 과거치에 의존해 투자 대상의 미래가치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했다. 또 소수의 우월한 자산 쪽으로 과도하게 투자될 경우 포트폴리오 투자의 기본취지와 멀어지게 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모형이 등장했는데 이것이 바로 블랙-리터만 모형(Black-Litterman Model)이다. 이 모형은 대표적 개인의 자산배분이 가능한 모든 자산의 시장가치에 따라 비례적이어야 한다는 균형가정에서 출발한다. 마코위츠 모형이 수익률과 변동성을 토대로 비중을 계산했다면 블랙-리터만 모형은 변동성과 비중을 통해 기대수익률을 계산한다.

현재 블랙-리터만 모형은 마코위츠 모형보다 자산배분에 있어서 한 수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는 마코위츠 모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쏠림현상을 해소했기 때문은 아니다. 바로 ‘베이즈 정리’의 방법론에 입각해 투자 자산군의 투자자의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따라서 블랙-리터만 모형은 투자 대상의 시장가치에 비례해 투자한다는 일명 ‘인덱스 투자’에 투자자의 기대가 더해져 해당 투자자에게 가장 적합한 자산배분이 달성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산쏠림을 방지하게 된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기본적으로 마코위츠 모형과 블랙-리터만 모형을 근간에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또한 모든 로보어드바이저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시스템트레이딩 및 퀀트(Quant) 서비스와 로보어드바이저를 동일시한다. 물론 알고리즘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같다. 하지만 시스템트레이딩이나 퀀트는 소수의 알고리즘 프로그램으로 작동되는 반면, 로보어드바이저는 수많은 퀀트를 재결합한 서비스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 차이에 대해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집하고 분석해야 할 데이터가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단순 알고리즘으로 자산배분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특히 맞춤형 자산관리가 늘어나는, 즉 수요 측면(고객)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알고리즘 숫자’의 차이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만큼 과거의 경우 기술 부족으로 마코위츠 모형과 블랙-리터만 모형을 개인 자산관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각종 신기술의 등장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점차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프로세스와 자산관리의 ‘대중화’

로보어드바이저의 업무 과정은 우선 질의응답을 통해 고객의 정보(나이, 소득, 재산, 투자기간 등)를 얻어 투자목적과 위험성향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기존의 자산관리 프로세스의 첫 번째 과정으로 크게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고객의 정보를 통해 적절한 자산을 구성하는 두 번째 과정부터 달라진다. 이전에는 금융사들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하고도 수수료 수익이 높은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주식, 채권 혹은 여타 금융상품 등에 대한 자산배분은 뒷전에 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자산 리밸런싱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으며 오로지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절세상품 등에 목을 맸다. 포트폴리오 모델은 이론만 존재했을 뿐, 실제적으로 금융상품 수요자들을 위한 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로보어드바이저는 두 번째 단계에서 고객의 성향에 맞는 자산구성을 배분하고 이어 세 번째로 최대한 낮은 비용(수수료)으로 거래를 집행한다. 이어 네 번째 단계는 자산가격 변화의 모니터링, 고객의 투자성향 변화 등을 감지해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다. 사람의 투자성향은 경험 누적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또 자산매각에 따른 과세 등을 고려하고 최종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은 해묵은 자산관리의 문제점을 드러냄과 동시에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유도할 전망이다. 자산관리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으며 그 외 여타 고객들은 자산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를 대중화 시킨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 시대가 변하면서 젊은 층의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해 과거와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관리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만큼 전통 자산관리 방식 대비 수수료가 3분의 1 이상 저렴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수수료 체계를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부가되는 추가비용을 제거함으로써 투명성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가 학습하고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동화된 자산배분 기능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자산가격 예측, 트레이딩, 은퇴설계, 수입 및 지출관리 등 다양한 재무적 컨설팅이 로보어드바이저의 주된 사업영업으로 확대되는 만큼 AI와의 결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만큼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한편, 로보어드바이저가 시장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정책 당국도 이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문 서비스의 혁신과 대중화를 선도하고 자산관리 서비스의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현행법상 자문/운용인력이 없으면 자문 및 일임이 불가능하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자산관리 대중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규제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