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가마솥더위가 제대로 맹위를 떨치는 8월입니다. 한낮엔 냉장고를 부리나케 열어 얼음을 찾고, 수시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차가운 음료를 마셔대곤 했죠. 끼니 역시 더운 음식보다는 시원한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했죠. 이렇게 먹거리도 더위를 이기기 위한 몸부림으로 차가운 음식을 찾았던 여름날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주로 찾는 음식의 그 탄생 배경을 보니 기묘하게 발명된 경우가 많더군요. 이렇게 탄생한 여름 음식으로는 쫄면, 빙수, 콜라, 아이스크림 콘, 아이스크림 바가 있는데요. 이 중 쫄면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그야말로 기묘함 그 자체입니다.

쫄면의 고향은 인천입니다. 인천에 있는 한 냉면 공장에서 면발을 뽑는데, 그만 기계를 잘못 가동하여 면이 굵게 나왔답니다. 이 굵은 면발을 냉면으로 팔 수는 없었는데, 또 버리기 아까워 옆집 분식집에 공짜로 주었답니다. 그런데 그 분식집에서 이 굵은 냉면 면발을 고추장 양념에 쓱쓱 비벼 팔았는데, 이 음식이 대박 인기를 끌게 되었던 거죠. 이렇게 해서 오늘의 분식집 인기상품인, 굵은 면발에 콩나물이 사각사각 씹히는 쫄면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빙수에는 아주 오래된 탄생 스토리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BC 300년경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와 전쟁할 때,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에 지치자 높은 산에 쌓인 눈에 꿀과 과일즙을 섞어 먹게 했다는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에 서빙고의 얼음으로 관원들이 과일을 넣어서 화채를 만들어 먹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여름철 최고의 간식인 빙수는 최근에는 전통적인 팥빙수 외에도 떡을 올린 인절미빙수, 우유 얼음을 갈아 넣은 눈꽃빙수, 2016 리우 올림픽 콘셉트의 쌈바온더비치 빙수, 자몽빙수, 망고빙수 등 재료와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메뉴로 개발되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빙수를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이것이 긴 튜브 안에 잘게 간 얼음을 섞은 슬러시 타입의 셔벗을 넣은 쭈쭈바입니다. 그리고 이 40여 년 전 쭈쭈바를 새롭게 변형하여 폼 나게 들고 다니며 빨아먹을 수 있는 제품이 설레임이죠. 맛과 시원함은 쭈쭈바에 가깝지만, 사각 형태의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이 적용되었죠. 이런 설레임은 편하게 쭈쭈바를 빨고 다니지 못했던 어른들에게 어디서든 눈치 안 보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해주었고, 얼음이 사각사각 씹히는 맛과 시원함이 어릴 적 쭈쭈바를 연상케 했죠. 셀레임은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탄생이었죠.

7~8월에는 어느 집이나 냉장고 냉동실에 꼭 있는 여름 음식이 있죠. 바로 아이스크림입니다. 아이스크림의 탄생 스토리는 아이스크림 콘과 아이스크림 바가 서로 다른 스토리를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아이스크림 콘은 1904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 세계박람회에서 탄생했습니다.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리자 아이스크림 용기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답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와플 가게에 원뿔 모양의 콘(Cone) 형태 과자를 부탁하여 아이스크림을 담아준 것이 바로 원뿔 모양의 아이스크림인 아이스크림 콘입니다.

이른바 ‘하드’라고 불리는 아이스 바는 아이스크림 콘의 스토리와 전혀 다른데요. 아이스 바는 1905년에 11살인 프랑크 엠퍼슨(Frank Epperson)이 우연히 발명했답니다. 엠퍼슨이 집에서 소다주스를 만들다가 우연히 소다주스 재료를 섞어 나무 막대기를 얹어 놓았는데, 추운 날씨에 소다주스가 얼면서 막대기가 달린 얼음과자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탄산음료를 빠뜨릴 수 없죠. 탄산의 톡 쏘는 맛과 짜릿한 느낌이 무더운 여름에 제격이죠. 탄산음료의 대명사로 불리는 콜라 역시 우연히 만들어졌습니다. 1886년 미국의 약사인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은 음료가 아닌 소화제를 만들려고 했었죠. 그러던 중 우연히 시럽을 하나 만들었는데, 펨버턴은 이 시럽에 탄산을 섞어 친구들에게 마시게 했죠. 그런데 뜻밖에 친구들이 이 맛을 좋아하게 되었고 펨버턴은 자신의 약국에서 이 시럽을 판매했습니다. 이것이 대표적 탄산음료인 콜라의 탄생이죠.

우리가 즐겨먹는 여름 음식과 브랜드의 탄생 스토리는 이렇게 기묘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스토리를 찾는다면 꼭 탄생 배경과 숨겨진 뒷이야기를 들춰보세요.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무더위가 거의 끝나갑니다. 재미있는 여름 음식 스토리들을 다시 생각하며 오늘 점심은 쫄면과 시원한 전통 팥빙수로 여름을 힘차게 밀어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