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넥슨

컨테이너 뒤에서 숨죽이며 귀 기울인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잔뜩 긴장한 와중에 눈앞에 적군이 지나간다. 서둘러 총구를 겨누고 무차별 연사한다. 빗나가는 총알 사이로 적이 몸을 돌려 방아쇠를 당긴다. 순식간에 또 죽임을 당했다. 0킬 3데스다.

흔한 초보 FPS(1인칭 슈팅게임) 유저의 일상이다. FPS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지닌 게임 장르다. 철저한 고증을 거친 밀리터리 계열부터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FPS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마치 전장에 나가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 같은 몰입감만은 한결같다.

국내에서도 FPS는 사랑받는 게임 장르다. 특히 PC온라인게임 전성기 시절 히트 FPS가 다수 탄생했다. ‘서든어택’은 물론 ‘스페셜포스’나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서든어택’은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PC방 인기게임 순위에서는 무려 10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모바일에 올라탄 FPS

시대의 흐름에 따라 FPS도 변신 중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플랫폼에 올라타 최적화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모바일게임 주류 장르는 RPG(롤플레잉 게임)나 캐주얼이다. 그런데 이런 장르 게임이 넘쳐나면서 게임사들은 다른 장르를 찾아나섰다. FPS가 발견된 지점이다.

치명적인 문제가 남아있기는 하다. 게임 조작 방식이 문제다. FPS에서 삶과 죽음은 마우스 컨트롤로 갈린다.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마우스 없이 게임을 즐겨야 한다. 세밀하고 신속한 컨트롤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모바일 FPS가 흥행하는 데 있어 조작 문제가 최대 걸림돌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TPS(3인칭 슈팅게임)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좁은 화면의 답답함을 피하고, 최대한 쉬운 조작 방식을 더해 모바일 FPS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넷마블게임즈가 선보인 ‘백발백중’이 이런 사례다. 이 게임은 앱마켓 매출 상위권에 오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 출처=네시삼십삼분

게임빌이 서비스 중인 ‘애프터펄스’ 역시 TPS다. 하반기에 출시될 ‘스페셜포스 모바일’도 원작과는 달리 TPS 장르로 개발된다. 물론 ‘스페셜솔져’와 ‘팬텀스트라이크’처럼 1인칭 방식을 고수한 모바일 총싸움 게임도 존재한다. 앞으로도 FPS와 TPS 중 어느 장르가 모바일 플랫폼에 적합한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VR 시대 킬러 콘텐츠?

게임은 가상현실(VR) 킬러 콘텐츠가 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FPS 장르가 VR 게임으로 개발하기에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VR 기술이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1인칭 몰입형 콘텐츠 구현에 어울린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다수 게임사가 FPS VR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드래곤플라이가 대표적이다. 앞서 언급한 ‘스페셜포스’를 개발한 회사다. 올해 5월 열린 ‘플레이엑스포’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VR FPS ‘스페셜포스 VR’을 공개했다. 실제로 고개를 돌려 적을 조준하고 버튼을 눌러 사격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는 게임이다. 올해 중에 출시 예정이다.

한편 FPS와 증강현실(AR)의 결합도 시도되고 있다. 드래곤플라이는 AR FPS ‘스페셜포스 AR’도 개발 중이다. 현실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적을 찾아 제거하는 게임이다. VR·AR이 주류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부상하는 시점에 FPS의 활약이 기대되는 지점이다.

▲ 출처=드래곤플라이

융합과 도태

FPS와 다른 장르의 융합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세로 떠오른 게임 ‘오버워치’가 대표 사례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이루던 ‘리그오브레전드’를 정상에서 끌어낸 게임이다. ‘오버워치’는 장르부터가 독특하다. AOS(적진 점령 게임)와 FPS를 절묘하게 섞어놓은 모양새다. 블리자드는 이를 하이퍼 FPS라고 명명했다.

한편 도태된 FPS도 존재한다. 출시 23일 만에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서든어택2’ 사례를 들 수 있겠다. 전작의 게임성을 계승하면서도 전반적인 품질을 향상시켰지만 유저의 시선은 차가웠다. ‘선정성 논란’도 치명적이었지만 ‘FPS의 미래’를 제시할 정도의 혁신을 담지 못했다는 점도 패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