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 풍경을 보면 모두가 휴대폰의 조그만 스크린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는 모습이 이젠 전혀 낯설지 않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크고 작은 스크린에 매어 살고 있는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휴대폰의 작은 스크린은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망을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소통도구가 되었다.

스크린 기술전성시대에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SNS(Social Network System)보다는 이미지와 동영상을 매개체로 하는 시각적 사고를 하는 것은 시대적인 대세이다. 140자의 단문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SNS 터줏대감인 트위터가 이미지 기반의 SNS의 급부상으로 그 영향력이 하락한 반면,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 시각적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SNS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NS의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여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확보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자기가 자기를 찍고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것을 의미하는 셀피는 Self-Portrait의 줄임말로, 한국에서는 ‘셀카’에 해당하는 신조어가 지난 2013년 옥스퍼드대학출판사로부터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자연스러운 셀피를 위한 셀카봉도 등장하여 대박이 났다. 이 우스꽝스런 기다란 막대기는 자연스러운 셀피, 즉 이미지 연출의 일등공신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셀피에는 자신의 얼굴사진뿐 아니라 자신의 연출하고 싶은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담겨있다. 선거의 인증샷을 찍고 유명 록페스티발 관람 후, 포토존에서 역시 인증샷을 찍는다. 모든 활동은 인증샷의 절차를 거쳐 이미지로 표현된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등의 SNS 공간에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고 연출하는 센스에 따라 인정을 받는다. 이미지로 소통하는 것이다. 장황한 글보다는 촌철살인의 사진 한 장, 동영상 한 컷의 파급력이 훨씬 크다.

프랑스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를 보더라도 이미지로 표현된 그림으로 의사소통이 인류에게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보여주고 있다. 인류는 이미지, 그림으로 시각적 입체적 사고를 자연스럽게 해왔다는 이야기다.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이미지를 사용하는 현대인과 동굴벽화를 통해 부족의 역사와 이야기를 표현했던 고대 원시부족은 매우 흡사하다. 원시적인 시각적 의사소통 방식이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인간이 원시적인 형태로 회귀하는 것은 본능이며, 세상이 이미지 중심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시각은 모든 감각들 중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강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은 시각적 동물이라 한다. <마법의 냅킨>에서 댄 로암은 ‘사람의 감각기관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시각이 75%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각적 표현의 이미지는 강력한 소통의 수단으로 나의 브랜드를 알리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기업의 마케팅을 좌우하는 것도, 또한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이미지 연출은 필수가 되었다. 그만큼 이미지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미지 기반의 SNS 대세는 본래 인간의 습성이 타인과 소통하고자 할 때는 언어보다는 비언어적 수단으로 소통하려 한다는 이론을 뒷받침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직장에서도 이미 이미지 중심으로 변했다. 이미지 파워가 없는 보고서나 파워포인트 기획안, 그래프가 없는 텍스트로 나열되어 있는 보고서는 외면당하고 있지 않은가. 비슷한 아이디어 기획안이라 하더라도 이미지로 표현하고 구성되면 임팩트를 준다.

우리말에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사람은 놀랍게도 하루에 오만가지 이상의 생각을 하며 산다고 한다. 이렇듯 인간의 오만가지의 생각이 구구절절 텍스트보다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에 의존하는 현상은 우뇌의 창조적인 능력이 인정받는 21세기 감성시대의 코드와 맞아 떨어진다. 사실 TV를 보는 시간이 신문이나 책을 읽는 시간보다 더 많지 않았던가.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있어서도 어떻게 보이는가가 큰 힘을 발휘한다.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첫인상’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메르비안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서 4초 안에 이미지가 결정나며 그 이미지의 55%는 시각적인 면이 결정한다’는 ‘메르비안의 법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지 않아도 안다. 눈빛만 봐도 안다는 것과 상통한다. 21세기는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하지 않는가.

온‧오프라인을 통한 이미지 중심의 SNS 커뮤니케이션을 적절히 이용하여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소통하라. 당신이 기억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