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 수출둔화 등 암울한 경제전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아파트 분양시장이 열기가 두드러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남 미사강변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화성 동탄신도시 등에는 한여름 무더운 날씨에도 청약자들이 몰리고 있다. 수백대 일의 경쟁을 뚫고 아파트에 당첨된 사람은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에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의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강남 지역 새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4000만원을 훌쩍 넘어 5000만원을 향하고 있지만 청약을 받겠다는 대기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강남은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예사롭지 않다. 강남의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한 아파트는 최근 3개월 사이 1억이 넘게 가격이 뛰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뛰었다기보다는 아파트 분양가를 높게 받으면 재건축 조합원 분담금이 하락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청약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9억 이상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겠다는 대책까지 발표했다. 아파트가 분양가가 9억이 넘으면 중도금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빚내서 집사는 투자자들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는 최근 서울 강남 부동산의 열기가 신규 분양시장에서 시작된 영향으로 풀이한 것이다.

유독 신규 분양 시장만 활황세인 이유가 뭘까.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혹시 명목 가치는 오르지만 실제 가치는 오르지 않는데 우리가 착시 현상에 빠진 것 아닐까.

청약시장에 몰리는 사람을 보면 활기를 띄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호황은 아니라고 진단하고 싶다. 부동산 시장을 호황으로 진단하려면 주택 매매가격, 거래량, 전세시장 그리고 분양시장이 호황을 보여야 하지만 분양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은 모두 고점을 지나 하락 또는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택 시장에서는 예전과 다른 몇 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높게 형성되고 있지만 이후 가격은 빠르게 떨어진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새 아파트는 입주 기반 시설이 자리가 잡힐 때까지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기존 아파트는 가격이 안 오르는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의 초기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되고 또 빠르게 없어지는 경향이다.

두 번째는 유례없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 있다는 점이다. 돈이 많이 풀려 있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과 같다. 돈이 많이 풀리면서 나타나는 인플레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지만 인플레 헤징 효과가 뛰어난 원자재, 부동산 쪽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세 번째는 전세 유목민들의 내 집 마련 증가다. 저금리 기조와 집값이 오르지 않는 구조에서 집주인들은 전세보다는 월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세입자는 주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 집 마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수도권 인근 신도시로 전세 난민이 대거 이동하면서 역전세난 등의 뉴스가 나오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당분간 전세가격은 오르고, 월세가격은 떨어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은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할까? 여전히 신규 분양시장의 인기가 점쳐 진다. 은행이나 전세금에 돈이 묶이면 명목가치는 그대로지만 실제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그래서 인플레를 헤징하는 주거시장으로 실수요‧투자자들이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많다. 추가로 체크해봐야 할 것은 정책의 흐름상 대부분의 아파트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권에 비해 서울 강북권이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자가에 비해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세입자 비율이 높고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도 9억원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 키워드는 뉴타운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올해 뉴타운을 포함한 전국 재건축‧재개발 분양물량은 11만247가구로 지난해 7만655가구가 공급된 것보다 56%가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뉴타운 사업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은 분양경기 활성화와 정부의 택지개발촉집법 폐지 등의 영향이다. 지난해 신도시와 주요 택지지구들이 인기를 끌며, 수년간 적체돼 있던 사업지들이 모두 팔렸다. 또 택지개발촉진법 폐지로 2017년까지 신도시 공급이 없는 만큼 수도권에 신규 분양지도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수도권 신도시들의 분양이 성공가도를 달리며, 이들 지역의 분양가가 올라간 것도 실수요층들이 다시 강북권 뉴타운으로 몰리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수도권 신도시 분양가는 3.3㎡당 1200만~1500만원까지 오른 상황이다. 최근 서울 뉴타운 지역의 분양가도 3.3㎡당 1500만~1600만원 선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올해는 장위뉴타운과 길음뉴타운에서 분양을 예정하고 있다. 특히 서울뉴타운 중 가장 규모가 큰 장위뉴타운에서는 장위1구역과 장위5구역에서 삼성물산이 래미안 2501가구(일반분양 1365가구)를 공급한다. 길음뉴타운에서도 롯데건설이 399가구(일반분양 222가구)를 공급한다.

뉴타운은 소형 택지지구 규모로 구획을 정리해 개발되는 만큼 상하수도, 공원, 공공시설 등이 계획적으로 들어서 주거환경이 일반 재건축‧재개발보다 뛰어나다. 또 도심권과 인접해 있고 지하철, 쇼핑시설, 학교 등 기존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조합원 지분매입가와 추가분담금, 부가비용까지 고려해 일반 분양가와 비교해봐야 한다. 서울 뉴타운들은 한동안 개발이 정체되면서 조합원들의 지분쪼개기나 신축 등의 행위가 많이 일어난 곳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분쪼개기나 신축 등이 늘어나면 조합원수가 많아지는 만큼 투자성이 감소한다.

또 조합원 수가 많은 구역들은 청산 대상을 피하기 위해서 지분 크기도 최소 33㎡ 이상의 큰 지분으로 투자해야 한다. 조합원 지분이 위치한 곳에 따라 사업추진 시 평가금액도 달라지기 때문에 역세권이나 학교, 상업시설 등 입지여건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사업지가 평지인 곳이 좋다. 사업비를 아낄 수 있고, 새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평가가치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격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조합원 지분가격과 예상 추가분담금이 주변 새 아파트 분양가보다 5% 이상 높다면, 차라리 일반분양을 노리거나 뉴타운과 마주한 아파트를 노리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추가분담금이나 일반분양가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 중개업소와 조합사무실을 방문해 사업속도나 시장동향 등과 관련해 꼼꼼하게 알아본다면 예상 추가분담금과 조합원 수, 시공사, 시장상황 등 종합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올해도 주택시장은 전셋값과 월세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수도권 신도시나 택지지구들의 분양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해 내 집 마련을 고려한 실수요자들이라면 오히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뉴타운을 새로운 주거지로 노려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