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 희귀질환, 유전자질환 환자가 급증하면서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 일부 국가에서 자체 승인된 것을 포함해 시장에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는 4개뿐이었지만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새롭게 허가를 받는 치료제가 늘어나면서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빅파마(Big Pharma, 대형 제약사)들도 유전자 치료제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부작용 우려와 높은 가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 및 엄격한 규제 등으로 시장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세계 2위 제약회사 미국 화이자(Pfizer)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회사 뱀부를 인수했다. <블룸버그 통신>이 지난 7월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화이자는 뱀부 주식 전량을 1억5000만달러에 사들여 치료제와 제조 설비를 넘겨받기로 했다. 화이자는 지난 1분기에 뱀부 주식 22%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국내 최초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품목 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유전자 치료제는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교정·교체해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희귀 유전병 치료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유전자 치료제는 그 가능성을 크게 평가받고 있다. 또 수술 절차 등을 감소시킬 수 있어 의료비용 감소 효과도 있다. 각광받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나노 기술과 융합해 맞춤 의학, 유전자 치료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기존 암 치료의 실패, 선진국 유전자 치료제 개발, 만성질환 및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 증가 등으로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약 65%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각종 희귀질환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 절반은 중국 제품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4년까지 시장에 출시된 유전자 치료제는 4개뿐이며 절반이 중국 제품이다. 시바이오노(SiBiono)의 젠디신(Gendicine)과 선웨이 바이오테크(Sunway Biotech)의 온코린(Oncorine)으로 종양 관련 치료제다. 젠디신의 경우 시장에 출시된 세계 최초 유전자 치료제로 지난 2003년 중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신개념 유전자 치료제의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추후 관련 제품 개발이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나머지 두 제품은 네덜란드 생명공학기업 유니큐어(UniQure)가 유럽 시장에 출시한 글리베라(Glybera)와 러시아 HSCI(Hunam Stem Cell Instuitute)가 자국 시장에 출시한 Neovasculgen이다.

글리베라는 희귀질환인 지질분해효소결핍증 유전자 치료제다. 현재 미국 FDA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로 2018년이면 판매 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Neovasculgen은 동맥질환 치료제로 러시아 최초 유전자 치료제이지만 글로벌 치료제로 인정을 받지는 못했다.

위 4개 치료제 외에 지난 2015년 10월에는 미국에서 악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암젠의 항암유전자치료제 임리직(Imlygic) 발매 허가가 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전자 치료제 출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유전자 치료제 시장 규모가 2008~2017년 사이 연평균 64.7%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오는 2017년에는 7억9400만달러 규모로 2011년 2500만달러 규모에 비해 3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시판되고 있는 제품이 적은데도 시장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은 가격 탓이 크다. 유전자 치료제는 개발이 어려워 약가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유니큐어의 글리베라는 110만유로(약 15억원)로 최고가에 책정됐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글로벌 빅파마도 움직인다

올해 6월 GSK는 최초로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인 ‘스트림벨리스’ 치료 허가를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GSK를 선두로 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글로벌 빅파마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BMS는 유니큐어와 10억달러 규모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유니큐어의 심혈관계 질환 유전자 치료 기술 획득을 위한 것으로, 관련 제품이 출시될 경우 높은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는 Spark Terapeutics와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혈우병 유전자 치료제 1상 및 2상 임상시험을 Spark사가 담당하고 화이자는 후기 임상시험과 치료제 승인 및 상업화를 담당할 계획이다.

사노피(Sanofi) 계열사인 젠자임(Genzyme)은 Voyager Thearapeutics와 8억4500만달러 규모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중추 신경계 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유전자 치료제가 아직 제품으로 선보인 것은 적지만 관련 임상시험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가장 많은 임상시험이 실시된 국가는 미국이다. 2014년 기준 1312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고 다음으로는 영국이 206건, 독일 83건, 프랑스 51건, 중국 37건 순이다.

국내는 17개 유전자 치료제 임상 건수가 있었으며 총 27개 품목의 유전자 치료제가 임상 승인을 받았다. 바이로메드, 코오롱생명과학,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신라젠 등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출처=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부작용·높은 가격, 산업 성장 저해할까 우려

유전자 치료제 시장 전망은 좋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가장 큰 문제는 부작용이다. 과거 임상 시험에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또 유전자 치료제를 대체할 신기술들이 등장하는 것도 시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추후 유전자 치료제와 경쟁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기술은 효소대체치료제, 면역항암지료제, 줄기세포 및 재생의약, 세포치료제 등이 있다.

치료비용이 높은 반면 의료비 상환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희귀 질환은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기 때문에 환자들은 고가의 치료비용을 감수하고 치료제를 써야 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존재하는 의료비 상환 모델은 없다.

임상 시험을 거쳐 정부 승인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비용이 큰 것도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엄격한 규제 등도 시장 성장을 늦추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에게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곽수진 연구원은 “국내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들이 글로벌로 활발하게 진출하려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전자 치료제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법적 규제 완화, 위탁연구 및 생산시설 확충, 전문인력 확보, 적정 약가 및 보험급여 적용 전략, 글로벌 시장에서의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곽 연구원은 “일괄적 법적 규제 대신 유전자 치료제 관련 전문 위원회를 구성해 윤리성, 안정성, 유효성을 검토하도록 생명윤리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