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좋은 시계도 오랫동안 차다 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단단히 마음 먹고 산 비싼 시계를 덜컥 바꿀 수도 없는 노릇. 이럴 때 가장 쉽고 저렴하게 다른 시계를 찰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명 줄질, 그러니까 시계 스트랩을 교체하는 것이다. 시계 하나로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줄질은 시계를 즐기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특히 롤렉스, 파네라이, 예거 르쿨트르, 부쉐론 등이 줄질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시계들이다.

 

▲ 서브마리너는 스포티한 외관 덕에 줄질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출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인스타그램 계정(@watchseeker), 불랑앤선, 인스타그램 계정(@auctionlytics), 인스타그램 계정(@rolexdiver)

롤렉스는 커스텀 줄질이 가장 활발한 브랜드다. 공식 판매점이나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선 해당 모델이 제공하는 스트랩 범위 내에서만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 예를 들어 서브마리너 모델의 경우 기존의 오이스터 브레이슬릿으로만 교체 가능하며 쥬빌리 브레이슬릿이나 가죽 스트랩 등 임의로 원하는 스트랩을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롤렉스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스트랩을 따로 사거나 심지어 맞춤 제작해 시계를 새롭게 단장한다. 롤렉스 컬렉션 중 국내 인기 최정상 라인인 서브마리너는 스포티한 외관 덕에 줄질하는 재미가 쏠쏠한 모델이다. 우선 300m 방수 가능한 다이버 워치답게 러버 스트랩과 환상의 궁합을 선보인다. 그레이 컬러 나토 밴드는 블랙 컬러 다이얼 및 세라크롬 베젤과 톤 온 톤 무드로 어우러져 시크한 인상을 전한다. 서브마리너에 가죽 스트랩을 매치하고 싶다면 매끈한 악어가죽보다 다소 투박한 멋이 느껴지는 소가죽 스트랩이 제격이다.

 

▲ 다채로운 컬러의 스트랩은 파네라이 시계를 차는 큰 재미 중 하나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파네라이는 일단 줄질의 늪에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기로 유명한 브랜드다. 실제로 파네라이 공식 홈페이지 내 액세서리 메뉴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제품에 대한 스트랩 추천 및 검색 서비스가 가능하며, 파네라이 부티크에서는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스트랩을 팔고 있다. 얼마 전 기자가 롯데 에비뉴엘 본점 파네라이 부티크에 직접 방문해보니 목재 서랍에 가지런히 놓인 색색의 스트랩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부티크 매니저의 설명에 따르면 그린, 블루 컬러 악어가죽 스트랩과 폰테 베키오 브라운 스트랩이 가장 인기가 좋다. 특히 그린 컬러는 오직 파네라이에서만 낼 수 있는 색감이라 찾는 사람이 많다는 후문. 악어가죽 스트랩은 50~60만원대, 소가죽 스트랩은 30만원대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무드를 연출하고 싶다면 가죽 고유의 패턴이 살아 있는 악어가죽 스트랩을 권하고, 보다 남성적이고 빈티지한 멋을 내려면 과거 이탈리아 해군에게 납품하던 시계를 연상시키는 소가죽 소재의 폰테 베키오 스트랩을 추천한다.

 

▲ 폴로 선수, 시계 매니아는 물론 여심마저 저격한 리베르소의 다양한 스트랩. 출처=(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루피오시티, 워치프로사이트, 인스타그램 계정(@christina.carballo), xupes.com

예거 르쿨트르의 아이코닉 워치인 리베르소 또한 줄질할 맛 나는 시계 중 하나다. 1931년 예거 르쿨트르는 격렬한 폴로 경기 도중 깨지기 쉬운 글라스를 보호하기 위해 뒤집을 수 있는 케이스를 장착한 리베르소 워치를 출시했다. 이 혁신적인 시계 덕분에 폴로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착용할 수 있는 시계를 갖게 되었고, 회전 케이스에 매료된 시계 애호가들 역시 리베르소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더 나아가 리베르소는 여심 공략에도 성공했는데, 그 배경엔 전혀 다른 느낌의 양면 다이얼과 여자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스트랩이 있다. 예거 르쿨트르 부티크에서는 악어가죽, 타조가죽, 송아지가죽, 새틴 등 다양한 소재의 스트랩 교체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격은 악어가죽은 59만원, 타조가죽은 28만1천원, 새틴 스트랩의 경우 24만2천원에서 33만2천원 선이다. 발렉스트라 더블 스트랩이나 크리스찬 루부탱 스트랩 같은 특별한 스트랩을 선보이기도 한다. 리베르소는 한 번의 터치로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퀵 체인지 시스템을 갖춰 그날의 스타일에 따라 집에서도 손쉽게 스트랩을 변경할 수 있다.

 

▲ 다양한 컬러와 소재, 손쉬운 교체 방식으로 줄질하기 딱 좋은 리플레 워치. 출처=부쉐론

부쉐론의 리플레는 더 나아가 줄질을 위해 태어난 시계다. 리플레의 인터체인저블 스트랩과 보이지 않는 버클, 착용자가 쉽고 빠르게 스트랩의 길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BEST(Boucheron Easy System Technology) 시스템은 시계 차는 재미를 한껏 높여준다. 1950년대에 세상에 등장한 리플레는 쭉 뻗은 직사각형 케이스, 간결한 다이얼 디자인, 크라운 위 은밀하게 반짝이는 카보숑이 특징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리플레의 최대 매력 포인트는 부쉐론의 특허 기술인 인터체인저블 스트랩. 케이스 양 끝에 파인 홈에 스트랩을 끼워 넣어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부쉐론의 리플레는 줄질을 위해 태어난 시계답게 새틴, 에나멜, 송아지가죽, 타조가죽, 악어가죽 등 스트랩 종류 또한 무궁무진하다. 악어가죽 스트랩은 40만원대, 그 외 가죽 소재 스트랩은 20만원대 후반에서 30만원대, 새틴 스트랩은 29만5천원에 살 수 있다. 현재 부쉐론 부티크에서는 리플레 구매자에게 스트랩을 하나 더 제공하는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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