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차 친환경차 프리우스. 출처=토요타자동차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 그룹과 토요타자동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의 여파는 이제 폭스바겐 그룹 밖에까지 미치고 있다. 폭스바겐에 뒤질세라 클린 디젤에 힘을 쏟은 유럽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대부분 곤경에 처하고, 대신 하이브리드카 중심의 라인업을 구축한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은 것이다. 승패의 열쇠 또한 첨단 기능이나 새로운 디자인이 아닌 ‘친환경’에 있다.

토요타자동차가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이름의 프리우스를 출시한 것이 1997년 12월의 일. 프리우스는 세계 최초의 양산 하이브리드카이자 하이브리드카 전용 모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후 줄곧 환경 대응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토요타자동차는 이미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2016년 4월말 하이브리드카의 글로벌 누적 판매 대수 900만대(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포함, 토요타 자체 조사)를 돌파했다. ‘친환경차는 보급해야만 환경에 공헌한다’는 신념이 큰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7월 말 800만대를 돌파한 후 약 9개월 만에 900만대 고지를 점한 토요타는 4세대 프리우스(2015년 12월 일본 출시)를 선보이고 RAV4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2015년 11월 북미 출시)하는 등 약 9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하이브리드 승용차 33개 모델,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 1개 모델을 부지런히 보급하고 있다.

디젤 파동 이후 환경친화력을 높이기 위한 토요타의 잰걸음에 가속도가 붙었다. 얼마 전 토요타자동차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 World Wide Fund for Nature)과 지속 가능한 사회 실현을 위한 5년간의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는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세계 최초의 ‘WWF 글로벌 코퍼레이트 파트너십’으로 가치가 있다. 2016년 7월부터 WWF와 토요타는 생물 다양성, 기후 변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구 환경을 둘러싼 각 이해관계자의 의식 고취에도 적잖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 이야기도, 탁상공론도 아니다. 이미 WWF는 토요타의 지원을 받아 ‘살아 있는 아시아의 숲 프로젝트(Living Asian Forest Project)’를 시작했다. 지구의 생물 다양성의 풍부함을 나타내는 ‘살아 있는 지구 지수’는 1970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전체에서 절반 이상 감소하고 있으며, 특히 열대 지방에서는 그 수치가 56%로 뚝 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의 열대림은 세계 유수한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동시에 가장 급속히 없어지고 있는 위태로운 생태계이다. 그래서 이번 파트너십은 WWF가 세계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보전해야 할 지역 중 하나로 지정한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섬(칼리만탄)과 수마트라섬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타이, 베트남 등에 걸친 메콩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나간다는 복안. 여기에는 대상 지역에서의 생물 조사, 삼림 재생, 삼림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제반 활동은 물론 열대림 파괴나 멸종 위기 의심종의 개체 수 감소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는 생산품(목재, 종이 펄프, 팜유, 천연 고무 등)의 생산, 조달, 소비를 지속 가능한 것으로 개선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 포함된다. 특히 타이어의 주요 원료인 천연 고무의 지속 가능한 생산과 이용이 화두가 될 것이다. 토요타는 이 프로젝트를 향후 5년간 지원할 예정인데, 이미 2016년 예산 100만달러를 마련해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 WWF와 토요타자동차의 5년 파트너십 기념 로고. 출처=토요타자동차

토요타의 이번 파트너십은 2015년 10월에 발표한 ‘토요타 환경 챌린지 2050’의 일환이기도 하다. ‘토요타 환경 챌린지 2050’은 2050년까지 환경 문제와 관련해 자동차가 가진 마이너스 요인을 최대한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지속 가능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일정의 도전 과제이다. 구체적으로는 새로운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추가해 2020년까지 연간 150만대, 누적 1500만대의 판매를 달성함으로써 환경에 공헌한다는 당찬 포부도 담겨있다. 토요타 측의 설명에 따르면 2016년 4월 말까지 토요타가 판매한 하이브리드 차의 CO2 배출 억제 효과(시장 주행대수×주행거리×연비(각국 실주행 연비)×CO2 환산계수)는 동급의 사이즈와 동력 성능을 가진 가솔린 엔진 차의 CO2 배출량과 비교해 약 6700만톤에 이르며, 가솔린 소비 억제량은 동급 가솔린 엔진 차의 가솔린 소비량과 비교해, 약 2500만㎘의 효과가 있었다. 허수를 남발하다 신뢰를 잃은 유럽산 디젤 차량과는 달리 900만대라는 경이로운 누적 판매대수를 바탕으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 유럽에서 활약상이 좋은 렉서스 RX450h. 출처=토요타자동차

지난 6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6 부산국제모터쇼의 진짜 주인공은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Mirai)와 퍼스널 모빌리티 전기차 토요타 아이로드(i-Road)를 비롯해 4세대 프리우스, RAV4 하이브리드 등 총 8종의 친환경 모델을 과시한 토요타자동차였다. 토요타가 주창한 스마트 솔루션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명료했다. 하이브리드가 현재와 미래 자동차의 연결고리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말은, 폭스바겐에 실망한 사람들의 귀를 파고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