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은행 개인종합관리계좌(ISA) 모델포트폴리오(MP) 수익률이 공시되고 기업은행은 수익률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다. ‘고위험 스마트 MP’의 수익률이 2.05%로 알려져 은행권 일임형 MP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으나 실제로는 0.84%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제시한 MP수익률의 공시 기준을 잘못 해석했다며 수익률을 정정했다. 금융업에 있어서 수익률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제조업으로 따지면 “이 기기의 스펙은 50만원이야”라고 했지만 실제 성능은 10만원 밖에 되지 않는 꼴이다. 하지만 금융업에서의 수익률은 제조업의 ‘스펙’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금융상품은 무형의 상품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신뢰’가 우선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신뢰’는 수익률의 높고 낮음에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함’에 더 크게 요동을 친다. 기업은행 측은 수익률을 부풀린 것에 대해 “고의가 아니었다”고 변명했지만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고객들은 ‘기업은행 ISA’를 처음 봤기 때문이다. 처음 본 사람이 누군가에게 실수를 저지르고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면 그 상대방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쩌면 크게 실망할 일도 없겠다. 기업은행의 정확한 명칭은 ‘중소기업은행’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특수은행이다. 이러한 은행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한 도관은행으로 선정되면서 ‘관치금융’이라는 타이틀이 따라오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은행’ 타이틀은 내팽개쳐졌다.

ISA 시행 이전부터 증권사들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거짓은 아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MP는 투자전략을 통한 상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증권사의 투자전략이 늘 옳은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 측면에서는 분명 다르다.

일각에서는 한국 금융시장을 좌우하는 것이 은행이라며 정보가 많은 만큼 은행의 자산관리 전략도 탁월할 것이란 견해를 내놓지만 엄밀히 말해 ‘대출’과 ‘투자’의 영역은 다르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해도 은행들이 증권사에 비해 적은 수익률을 올릴 것이란 확신은 없다. 다만, 그 결과가 실제로 나타났으니 은행들은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수익률을 부풀려 공시했으니 더욱 타격이 크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은행의 이런 행동은 애꿎은 여타 은행은 물론 증권사 수익률에도 의심을 품게 만든다. 금융 그리고 ISA라는 하나의 테두리에 묶인 가운데 수익률을 위해 버린 ‘신뢰’는 민폐일 뿐이다.

고의는 아니라는 측면에서 한번쯤 용서하고 싶긴 하지만 수익률 집계 기준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발언은 이러한 신뢰를 더욱 떨어뜨린다. 또 이는 다시 국내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알려준다. 고객의 수익률이야 어쨌든 기업은행이 공시하는 즉시, 수익률을 개재하고 아무도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들은 ‘화려한 수익률’에 현혹되고 ‘이상하다’며 실망했을 일이다.

기업은행에 대한 시장의 신뢰하락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은행만 모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