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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크린] ‘서든어택2’ 어쩌다 불발탄 됐나넥슨은 왜 출시 23일 만에 ‘서비스 종료’ 결정했을까
   
▲ 출처=넥슨

‘국가대표 FPS(1인칭 슈팅게임)’라고 불러도 과장이 아니다. 넥슨지티가 개발한 ‘서든어택’은 화려한 기록을 보유한 PC 온라인 게임이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PC방 인기게임 순위에서는 무려 106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산게임에 국내 PC방이 점령당한 상황에 그나마 토종의 자존심을 지키는 중이다.

정식 후속작 ‘서든어택2’가 나왔다. 7월 6일 당당하게 출사표를 던졌다. 개발 기간만 4년이 넘는 대작이다. 100여명의 개발자가 힘을 모았다. 개발비로는 300억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을 뛰어넘는 대작이 될지 시선이 쏠렸다. 외산게임에 대항하는 구심점이 될지 주목을 받았다. 서든어택2의 총구가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블리자드)를 겨눴다.

불쏘시개 된 시체 스크린샷

넥슨지티는 전작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했다. 게임성을 훼손하지 않고 계승하는 편을 택한 셈이다. 그래픽은 더욱 사실적으로 발전했고, 타격감은 강력해졌으며, 다채롭고 신선한 게임모드가 대폭 추가됐다. 어쩌면 안전한 선택이었다.

개발자들은 사실감을 높이기 위해 미국에서 직접 총소리를 녹음해왔다. 상황에 따라 캐릭터 표정이 바뀔 만큼 그래픽 묘사가 섬세하다. 싱글플레이나 PvE 모드 등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콘텐츠도 추가됐다. 전작에서 사용하던 닉네임·클랜명·친구명단 등을 신작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등장하는 인트로와 튜토리얼은 유저를 유혹하기 충분해 보였다.

   
▲ 출처=넥슨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출시하자마자 PC방 게임순위 10위권에 들었다. 오픈 특수와 입소문 효과가 더해진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갈 길이 멀었다. 견고한 유저층을 확보한 전작을 뛰어넘어 최상위권으로 돌격해야 했으니까. 넥슨이 서든어택2에 거는 기대는 그만큼 컸다.

의외의 암초를 만났다. 출시 이후 스크린샷 하나가 불쏘시개 노릇을 했다. 여성 캐릭터가 민망한 자세로 누워 있는 모습이 담긴 스크린샷이다. ‘애들이 게임은 안 하고 여자 시체만 보러 다닌다’는 코멘트가 달려 있었다. 여성 캐릭터가 죽은 모습이 너무 야해서 게임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비판으로 읽히기도 한다.

스크린샷은 빠른 속도로 온라인 세계에 퍼졌다. 언론 역시도 이를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서든어택2에 ‘성 상품화’, ‘여성 혐오’ 등의 표현이 따라붙었다. 논란은 금세 눈덩이처럼 커졌다. 잡음이 커지자 PC방에서 서든어택2를 즐기는 사람들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게임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리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부당한 점이 있기는 했다. 실제로 서든어택2를 해보면 ‘시체 구경꾼들’을 만나긴 어려웠다. 자세가 민망한 시체는 극히 드물었다. 다른 게임과 비교해 서든어택2 캐릭터가 유난히 헐벗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넥슨은 강수를 두기에 이른다. 문제가 된 여성 캐릭터 2종을 삭제했다. 환부를 도려낸 셈이다.

   
▲ 출처=넥슨

4년 동안의 기대, 23일 만에 비극으로

“선정성 논란이 서든어택2 발목을 잡았다”라고만 얘기할 순 없다. 전반적인 게임성에 대해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먼저 게임 밸런스를 무너트리는 기간 한정 캐시 아이템이 유저 불만을 야기했다. 전작에 비해 요구하는 PC 사양이 높아져 일부 유저는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높은 사양은 포괄적인 유저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요소다. 모두가 최신형 컴퓨터가 마련된 PC방을 찾아 게임을 즐기는 것은 아닌 까닭이다.

외적 요인도 있었다. 오버워치라는 강적이 한창 PC방에서 활약하고 있는 타이밍에 서든어택2가 나왔다. 두 게임은 장르부터 겹친다. 지난 5월 앞서 출시된 오버워치는 유저들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오버워치의 인기는 대단했다. 파죽지세로 200주 넘게 LoL이 차지하고 있던 왕좌를 탈환했다. 이와중에 나온 서든어택2에 눈길을 주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 출처=뉴시스

신작 홍보에 집중해야 했던 넥슨이 동시다발적 악재에 시달렸다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은둔의 경영자’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은 비리 의혹에 연루됐다. 진경준 검사장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결국 넥슨 등기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외에도 판교 사옥 앞에 ‘성우 부당 교체 논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등장하는가 하면 차량이 돌진해 사옥 유리창을 깨버리는 사건도 있었다. 넥슨에 서든어택2 리스크만을 집중 관리할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겠다.

후속작의 저주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겠다. ‘메이플스토리2’ 부진에 이어 또 다시 불길한 기운이 감돌았다. 넥슨은 그간 인기게임을 적극 인수해 경쟁력을 보강해왔다. 대표 히트작인 메이플스토리·서든어택·던전앤파이터 모두 개발사 인수로 손에 넣은 게임들이다. 그런데 넥슨 품에서 만들어진 후속작들이 연이어 부진하면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개발보다는 퍼블리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넥슨의 DNA와 자체 개발 후속작들의 부진이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넥슨은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출시한 지 23일 만에 신작 포기를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최종 서비스 종료 일자는 오는 9월 29일이다. 검토 끝에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서비스를 지속해봤자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이득을 볼 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또 다시 환부를 도려내는 결정을 한 셈이다. 이번에는 부위가 제법 크다. 

조재성 기자  |  jojae@econovill.com  |  승인 2016.08.02  07: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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