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모 방송에서 저희 회장님과 관련한 상당히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회사가 완전히 발칵 뒤집혔습니다. 일단 나간 보도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앞으로가 문제인데요. 이해관계자들의 추가 개입 가능성을 모니터링하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위기 유형들에는 발생 후의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특징이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입니다. 9‧11 사태와 같은 대형 테러나 전쟁 상황 같은 위기 유형이라면 몰라도, 기업과 관련된 상당수의 위기들은 최초 상황 발생 이후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이 있어야 대형 위기라 판정할 수 있습니다.

일단 해당 부정 보도를 ‘발생한 상황’이라고 하면, 이 보도 내용이 곧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일부 보도는 회사 관계자들만 패닉에 빠지게 할 뿐 별반 소비자나 거래처나 규제기관 등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저 가십성 보도라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정 보도 직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즉각 반응을 보이면서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 보도를 접한 고객들과 일반 공중들이 회사 콜센터와 홈페이지에 쏟아져 들어오면서 모든 일상적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이 다운되어 버리는 경우도 그중 하나입니다. 거래처들이 곤란한 상태에 빠지면서 영업이나 구매 라인들을 통해 강력한 컴플레인을 해오고, 매장 철수 등의 요청까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비자단체들이 해당 부정보도를 보고 회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합니다. 이윽고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합니다. 경찰과 검찰 조사관들이 회사에 들이닥칩니다. 대표이사가 검찰 출두명령을 받습니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여러 루트로 압력들이 들어옵니다. 청문회에 출석하라는 요청이 옵니다. 투자자들이 난리가 납니다. 핵심 주주들이 움직입니다. 노조가 움직입니다. 직원들의 가족이 컴플레인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모든 사후 파장들을 정확하게 예상하고 모니터링해야 위기관리가 가능합니다.

결국 이와 같은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면, 해당 부정 보도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입니다. 반대로 상황 발생 후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을 예상하지 못하고, 방지할 수도 없다면 해당 위기는 곧 대형 위기화될 것입니다.

실행 측면에서는 이해관계자 각각을 담당 관리하는 ‘역할과 책임들’이 사내에 존재하고 있어야 위기 발생 후 즉각적인 예상과 관리작업들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각 이해관계자 담당 부서들이 평소에 기울인 관계 투자와 자산들이 존재한다면 분명 위기 시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는 ‘몇 수 앞을 보는 위기 대응’이 되겠습니다. 야구 게임에 비유해보면, 우리 편 투수가 던진 공이 상대 타자의 배트에 정확하게 맞은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 직후 훈련된 야구팀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배트에 튕겨져 나오는 공을 바라보고 있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우리의 공을 쳐낸 타자의 배트를 바라보고 분석하고만 있어보았자 아무 소용없습니다.

우리 야구 팀원들이 해야 할 일은 공중에 떠 있는 야구공이 어느 지점에 떨어질 것인가? 그 공이 떨어지는 지점과 달리기 시작한 주자들 간에는 어떤 구도가 존재하는가? 누가 떨어지는 공을 잡을 것인가? 떨어진 그 공을 잡은 우리 팀 선수는 다시 어떤 선수에게 공을 던져 주자들을 잡을 것인가? 이런 계산을 바로 해서 다양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위기관리도 똑같습니다.

고객들 사이에서 추가적인 개입이 예상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해결책을 광범위하게 전파 전달해야 합니다. 거래처 개입 가능성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래처 관리에 책임을 지는 고위임원이 직접 거래처들을 만나 대응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규제기관이나 사법기관들에도 적절한 루트를 통해 개선이나 재발방지 대책들을 전략적으로 전달하고 공감을 이루어야 합니다. 다른 언론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추가 기사나 보도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작업들이 모두 그런 목적으로 진행되는 전략적인 위기관리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에 있어 어느 하나만을 사전에 관리한다고 완전하게 위기관리가 마무리 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사회 속에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상호 작용을 하면서, 서로 다양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하나의 이해관계자의 추가 개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다른 이해관계자들도 그 영향을 받아 대부분 조용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추가 이해관계자들의 개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물론 아닙니다.

위기관리는 그런 의미에서 ‘단체전’과 ‘전격전’의 성격을 지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역할과 책임의 배분은 중요합니다. 어느 특정 부서에게 위기관리 실무 대부분을 의지하고 있는 기업이나 조직은 성공적인 위기관리 체계를 가졌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여러 역할과 책임들을 중앙에서 관제하고 통제하는 역량이 위기관리 시스템상 존재하는가도 중요한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