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픽사베이

사람들은 술을 즐긴다. 주류(酒類)에 대한 사람들의 예찬은 수없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만드는 신의 술’ 혹은 ‘신의 물방울’이라며 많은 이들로부터 아낌없는 극찬을 받는 술이 있다. 바로 ‘와인’이다. 

와인만큼 역사가 길고, 많은 사연이 있는 술도 찾기 드물다. 인류가 와인을 접해 온 역사는 약 8000년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고급 와인 생산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을 하기도 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와인이 그렇게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었으나, 다양한 국가들과의 식문화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수입량도 증가했다. 관세청 수입 통계에 따르면, 1995년 6231톤을 기록했던 국내 와인 수입량은 2014년 3만4418톤으로 늘면서 10년 동안 약 5배(457%) 증가했다.

와인을 주제로 한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神の雫)’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많이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은 여전히 접근하기 어려운 술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술과 달리 복잡한 구분과 수많은 종류, 거기에 까다로운 서양식 주도(酒道, 술 예절)도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낮지는 않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와인을 다 알고 있어야 할 의무도 없고, 남의 나라 예절을 철저하게 지키면서까지 와인을 마셔야 할 이유는 없다.

다른 술과 마찬가지로 와인도 아는 만큼 보인다. 보이는 만큼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조금만 알아두면 지적인 매력이 돋보일 수 있는 와인 팁들을 소개한다.

복잡한 와인의 구별, ‘색’과 ‘맛’만 기억하자!  
       
와인을 종류별로 구분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고, 복잡하다. 생산국가·색·맛(당도)·질감·냄새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어렵게 접근하면 거의 방대한 학문적 영역에 이른다. 대중에는 전문가가 아니면 그 차이가 이해되지 않는 방법도 있다. 그래서 가장 확실한 구별만 알아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첫 번째는 색깔이다. 우리가 흔하게 봐서 알고 있는 피 색깔(?) 와인이 바로 레드 와인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보기에 빨간 색이기 때문에 레드(Red)와인 이라고 부른다. 포도를 발효시켜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포도 껍질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에 붉은 빛이 돈다.

▲ 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 출처=픽사베이

그럼, 흰색(흰색 이라기보다는 옅은 사과주스 색에 가까운)와인은 뭐라고 부를까? 그렇다. 화이트(White)와인이다. 껍질이 제거된 포도로 만든 와인으로 알아두면 된다. 분홍색을 띄는 로제(Rose) 와인은 포도의 붉은 색이 덜 우러난 상태에서 껍질을 제거하고 만든 와인이라는 설명이 있는데, 그냥 레드와 화이트와인을 ‘절반씩 혼합한’ 와인 정도로만 알아둬도 괜찮다. 

두 번째로는 맛으로 구분하는 법이 있는데, 이것도 아주 쉽다. 단맛이 얼마나 나는가에 따라 드라이와인(단맛이 없는), 미디움 드라이와인(약간 단맛이 있는), 스위트와인(단맛) 등으로 구분한다. 여기다 한 가지만 더 살짝 알아두자. 탄산이 들어가 청량감이 있는 와인을 ‘스파클링(Spakling) 와인이라 한다. 그 밖에는 프랑스, 칠레, 이탈리아, 미국 등 생산지로 구분하는 방법 등이 있다. 어떻게 구분하느냐고? 와인을 들고서 라벨을 잘 읽어보면 된다. 거기서 발견하는 나라 이름으로 생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오래될수록 좋은 와인? 

‘술은 오래 익을수록 좋다’는 상식은 아마도 위스키 등 증류주의 숙성기간이 길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에서 비롯한 말일수도 있는데, 와인은 이 상식의 적용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와인은 만든 지 오래 됐다고 해서 좋을 것이 없다. 너무 오래되면 부패된다. 일반적으로 최상급으로 치는 화이트와인은 2~5년, 레드와인은 5~10년 정도가 됐을 때 가장 좋은 상태라고 한다. 이따금씩 50년 이상, 100년 이상 된 와인들이 비싸게 팔렸다는 뉴스가 소개될 때가 있는데, 사실 와인 맛과는 별개로 희소성 가치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 출처= 픽사베이

와인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으로 알려진 것 중 하나가 빈티지(Vintage)인데 이것은 해당 와인을 만든 포도의 수확연도다. 병 라벨에 2014라고 적혀 있다면 2014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란 뜻이다. 포도의 작황이 좋았던 나라, 지역의 와인일수록 맛이 좋다고 보는 관점이다. 유명한 연도(프랑스산 와인 기준)로는 1988년, 2002년 등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는 좋은 작황이 곧 좋은 와인 이라는 것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해서 빈티지를 의도적으로 표기하지 않는 와인들도 많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좋은 와인을 고르는 기준은 철저하게 개인의 입맛이다. 유명 빈티지의 비싼 와인이 모두의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와인 음용 원칙  

와인을 잔에 따라서 마실 때는 ‘약간의’ 절차가 있다. 우선 보울(bowl)이라고 불리는 와인 잔의 둥근 부분에 와인을 약 3분의 1만 채우고, 와인을 채운 잔을 살짝 흔들어 공기와의 접촉면을 넓혀 향을 배가시키는 스월링(Swirling)후, 향을 살짝 맡고 살포시 한 모금 마신 후 입 안 전체에서 맛을 느낀 다음 삼키는 등이다. 또한 와인은 종류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른 잔에 따라서 마셔야 하며, 고기 등 육류를 먹을 때는 레드 와인, 생선 등 해산물을 먹을 때는 화이트와인을 마셔야한다.  

▲ 와인 종류에 따른 잔 구분. 출처=winefolly.com

물론 이러한 원칙이나 절차가 있는 이유는 와인을 가장 맛있게 즐기기 위함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목숨 걸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은 아니다. 와인 잔이 없으면, 소줏잔에 따라서 마셔도 되고 기분에 따라 원 샷 스트레이트로 입 안에 털어 넣어도 전혀 상관없다. 와인이니 뭐다 해도 그냥 술 한 병일 뿐이다. 

 

와인 때문에 100년이 넘게 이어진 전쟁?

여기서부터는 역사 지식으로 알아두자. 인류 역사에 있어 가장 긴 기간 동안 이어진 ‘100년 전쟁’은 1337년부터 1453년까지 총 116년 동안 지속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이다. 이 전쟁의 발발에는 프랑스 영토 안의 영국령 ‘플랑드르(Flandre)’ 지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플랑드르 보르도(Bordeaux) 지방은 최고급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으로 유명했는데, 프랑스 입장에서는 영국이 플랑드르에 행사하는 권리가 여러모로 거슬렸다. 한편, 영국은 매년 플랑드르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대부분을 사들일 정도로 와인에 대한 집착이 강했다. 그 와중에 영국이 프랑스 왕위 계승 문제에 간섭하자 양국 간에는 갈등이 빚어졌고 이는 곧 전쟁으로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