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테이크아웃 주스 전문점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유사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케케묵은 논쟁인 ‘미투 브랜드’ 폐해가 수면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미투 브랜드란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브랜드나 경쟁 브랜드를 모방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테이크아웃 주스는 물론이고 짬뽕과 피자, 양고기, 국밥, 테마카페, 가정식 요리, 야시장 포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투 브랜드를 비난하던 사업자들도 정작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베끼기’할 아이템을 찾느라 분주한 경우가 많다.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맹아기의 업종들을 찾아내서 재빨리 카피한 후 시장에 선보이는 것이다. 벤치마킹과 카피의 경계도 모호하다. 전체를 다 베끼는 건 아니고 약간씩은 차별화를 시키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사업들도 아이디어를 확정하기 전까지는 벤치마킹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대놓고 뭐라고 할 수도 없다.

다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베끼기도 하지만 개인점포를 베끼는 경우도 많다. 개인 창업자들은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모델을 선보여도 자본이나 조직력이 없어 사업을 성장시키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 반면 자본과 조직력을 겸비한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카피해낸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도 없고, 어차피 특허나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되지 않는 사업모델이라면 누구도 그런 카피를 제재하기 어렵다. 오로지 피 터지는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의 경우 ‘미투 브랜드’ 열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맹점주들이다. 동일 업종에 브랜드가 늘어나면 창업할 때는 신사업이라 여겼지만 자리를 잡을 즈음 경쟁점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올 초에 주스 전문점을 창업한 김 모 씨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동일한 상가에 경쟁자가 5개나 생겼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스 메뉴를 강화한 커피 전문점까지 포함하면 좁은 상권에서 모두 7개의 점포가 전쟁 중이다.

스크린야구장은 고수익 모델로 각광받는 신사업이다. 지난해부터 입소문을 타고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선발브랜드인 ‘리얼야구존’의 경우 전국 가맹점수가 100개를 넘어섰다. 후발 브랜드들의 가맹점수도 30~40개에 달한다. 그런데 모 브랜드의 경우 가맹점 오픈 이후 가맹본사 직원이 상주해서 A/S에 매달려야 할 정도로 시스템의 완성도에서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시스템 품질을 다지기도 전에 미투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뜻하지 않게 후발주자들에게 유리한 기회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스크린야구왕’의 경우 선발주자들이 급하게 사업을 전개하느라 미처 갖추지 못한 시스템의 완성도를 무기로 내세워 순식간에 전국 지사를 모집하고 공격적인 출점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스크린야구 시스템들은 시스템 구성설비들을 각기 다른 곳에서 소싱하므로 피칭기계와 센스 프로그램을 하나로 연동시켜 자유롭게 조작하기 어렵다. 반면 ‘스크린야구왕’은 선발 주자들의 그런 문제를 개선해 전체적인 스크린야구 시스템의 운영을 일체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공을 다양하게 통제할 수 있는 스마트콘트롤 시스템을 선보였다.

야구공의 속도를 손쉽게 조정하는 것은 물론 상탄 중탄 하탄, 좌탄 우탄, 직구 커피 체인지업 등 9가지를 3가지씩 단계별로 조합할 수 있게 해 남녀노소 누구나 실력에 맞춰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프리미엄 김밥도 후발주자들이 선발 주자들의 문제점을 개선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분식 프랜차이즈인 ‘얌샘’의 경우 분식업 경력은 15년이지만 프리미엄 김밥은 한 발 늦게 진입했다. 대신 기존 프리미엄 김밥이 높은 원재료비율로 수익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착안, 얌샘김밥은 메뉴를 다양화해서 원가율을 낮춰 기존의 낡은 김밥전문점들의 리뉴얼 브랜드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연관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영업 시장에서 선발주자들이 가진 노하우를 따라잡고 미투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은 시대가 됐다. 문제는 누가 언제까지 살아남고, 제대로 기업을 키울 것인가이다. 미투전략은 사업을 시작하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베끼기’를 뛰어넘는 창업전략을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