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O2O 전략이 불을 뿜어내고 있다. 택시에서 시작된 오프라인과 오프라인 연결은 이제 교통 영역 전반으로 번지는 한편 뷰티, 택배, 홈클리닝까지 전방위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삶의 영역에 파고들며 해당 시장의 발전과 비전을 꾀한다는 대의명분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영악함도 보여주고 있다. 그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

▲ 출처=카카오

카카오 젠트리피케이션...O2O의 '명암'
부동산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R. Glass)가 처음 사용했으며 원래는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이사를 가며 기존의 저소득층 주민을 대체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며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젊은 예술가들이 일군 동네가 유명해지며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대규모 프랜차이즈가 입점해 임대료가 치솟고, 결국 문화를 창조한 예술가들이 동네를 떠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카카오의 O2O 전략을 다소 부정적으로 표현하자면 젠트리피케이션에 비유할 수 있다. 모바일 혁명이 시작되며 O2O의 방향성을 가진 플랫폼 사업자들이 대거 등장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라는 거대 권력이 막강한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무기로 삼아 시장 공략을 펼치는 장면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골목상권 논란이 벌어진다. 택시의 경우 리모택시, 홈클링의 경우 와홈이 젊은 예술가라면 카카오는 엄청난 자본력으로 '뜨는 동네'를 저격하는 대형 프랜차이즈인 셈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O2O 전략을 펼치며 기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모방한다는 소문까지 무성한 상태다. 분위기가 나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여기에서 '묘하게' 분위기가 갈린다. 카카오의 O2O 전략이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영역이 겹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일부는 '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우려다. 스타트업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이 O2O의 방향성을 잡아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카카오의 전격적인 투자는 커다란 위협"이라며 "카카오 공습이 예상되는 영역의 스타트업은 이미 자금줄이 끊겼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국민 모바일 메신저를 바탕으로 진격하는 카카오의 공세에 기존 스타트업이 속절없이 당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진출하면 시장이 재조명되고 외연적 확장을 노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를들어 카카오가 택배의 영역으로 치고 들어 온다면, 이는 마냥 경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시장의 가능성을 대중에 알리는 '훌륭한 홍보수단'이 된다는 논리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O2O 전략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생태계의 대형 객체, 즉 거대 조직을 끌어들여 플랫폼 사업을 자임하는 구조"라며 "카카오가 O2O 공략을 시작해도 니치마켓을 중심으로 '숨어있는 니즈'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은 상대적으로 카카오의 진출을 반기는 분위기"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결국 대단위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카카오의 특정 영역 진출에 있어 '니치마켓'을 노리거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카카오의 진출을 반긴다는 뜻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O2O 스타트업은 이러한 정교한 방법론을 가지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모든 영역이 O2O를 내세운 카카오의 진격에 노출될 경우 태생부터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차차 이를 확보할 여지가 있는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앞으로 '니치마켓'이나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가진 스타트업이 100% 자신들의 영역을 지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교통 영역의 경우 카카오는 택시를 시작으로 고급택시, 대리운전 등 카테고리의 세분화를 바탕으로 솔루션 고도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향성이 해당 영역의 파생 서비스를 발굴하는 방식으로 가닥이 잡히면 막강한 플랫폼과 자금력을 가진, 심지어 대중적 인지도까지 높은 카카오의 공세에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스타트업의 패기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일각에서 이를 '만용'으로 보는 이유다.

경쟁은 체급이 비슷할 경우, 혹은 기반이 다를 경우에 성사되는 법이다.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에 대항해 한국의 왓챠 플레이는 철저한 맞춤형 로컬 전략으로 대항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뷰티 O2O의 경우 거대 '국내' 기업인 카카오가 강렬한 존재감을 바탕으로 솔루션 고도화까지 추구한다면 아무리 특별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이라고 해도 고난의 연속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ICT적 관점에서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승자독식'이라는 키워드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야후는 구글에 밀리고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넓거나 인구가 많은 것이 아닌, 국내의 한정된 시장을 바탕으로 경쟁을 벌인다면 이러한 승자독식 구도는 더욱 굳어질 전망이다. 심지어 카카오는 '내수용'이라는 비야냥을 받을 정도로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O2O 전략의 기반인 앱 생태계의 대두도 의미심장한 현상이다. 기본적으로 앱은 웹보다 폐쇄형 생태계를 지향하며, 이는 한정된 생태계의 구축을 지향하는 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앱 플랫폼을 가장 확실하게 노릴 수 있는 방법론은 결국 하나의 강력한 앱 플랫폼에 다수의 앱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모든 것이 열린 웹이 아닌, 폐쇄형 앱의 부상은 결국 이용자를 보수적 사용자 경험에 묶어두게 되고, 거칠게 말하면 감옥에 가두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결된 앱이 일종의 포털이 되는 웹 포털화 현상. 그리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앱은 O2O 생태계의 필수요소며 카카오는 이 분야의 최강자다.

고민한다...카카오는 악(惡)인가?
카카오 O2O 전략은 매우 영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경우 우버와 달리 택시회사와 협력해 잡음을 줄이고 협력을 끌어냈으며, 카카오 드라이버는 이견의 여지가 있으나 업계에 만연한 부조리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백기사'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추후 벌어지는 카카오 O2O 전반의 핵심은 결국 '착한 카카오'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일에는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카카오 홍은택 수석부사장과 국토교통부 박선호 주택토지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간정보산업 진흥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솔루션 구축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눈길을 끈다.

▲ 출처=카카오

하지만 카카오가 O2O 방향성을 강조할수록 기존 스타트업의 피해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카카오는 '악'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일단 카카오는 O2O 방법론을 추구하며 다소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당연하지만 공익법인이 아니다. 수익을 거둬야 하며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O2O 모델 전반에 이를 염두에 둔 노골적인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택시 블랙으로 카카오페이의 존재감도 살리며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를 벌이기도 했으며 카카오 드라이버의 가격을 시장가보다 낮게 책정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도 이러한 행보 자체를 규탄할 수 없다. 이는 카카오라는 기업의 발전 로드맵이다.

그렇다면 카카오의 존재 자체가 '악'인가? 그렇게 규정할 수 없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재앙이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편리한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재래시장과 대형마트의 상관관계를 연상하면 편하다.

대형마트의 입점은 재래시장 입장에서 악몽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우리 동네에 좋은 주차장과 쾌적한 쇼핑을 즐기게 만드는, 심지어 신용카드를 내밀어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포인트까지 채워주는 고마운 친구가 나타난 셈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누구 편을 들어야 할까? 아니, 선악을 따질 여지가 있을까?

다만 단서는 있다. 부동산의 젠트리피케이션을 유심히 살펴보자. 애초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되는 배경은 결국 기존 대중적 문화에 지친 사람들의 열망이 다양성을 바탕으로 만개했을 때 시작된다. 그리고 이를 획일적 패러다임에 몰아 넣어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대기업의 욕심이 일종의 트리거로 작동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고 다양성의 거리가 색을 잃으면 남는 것은 도시 공동화와 쓸데없이 높아진 임대료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성의 동네가 발굴될수록 되풀이되고 있으며 그와 비례해 안타까운 비극도 연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생활 곳곳에서 사용자 경험이 보장된다면 그 자체로 긍정적인 효과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프랜차이즈처럼 카카오의 전략을 법적으로 구속할 이유도, 방법도 없지만 분명히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규제'가 아닌, 말 그대로 새로운 방법론이다. 카카오가 기존 스타트업이 진출하지 못한 영역을 먼저 장악하거나, 혹은 기존 스타트업이 존재할 경우 다양성을 바탕으로 협업 시너지를 창출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혜택을 보장하는 것도 다소 이상적이지만 나름 의미있는 해결책으로 여겨진다.

제도적 관점을 넘어 카카오가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의미있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카카오에 강제할 것이 아니라 온전히 스타트업의 몫이다. 니치마켓을 발굴해 사용자 경험의 노하우를 고도화시킨다면,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카카오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독자적인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에 가깝고, 하려면 카카오가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존재감을 확보해야 한다.

종합하자면 카카오의 O2O 진출은 기존 스타트업에 재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위협을 시장의 활성화로 미화하기에는 현재의 상황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카카오 젠트리피케이션을 제어할 이유도, 방법도 없는 상태에서 그 끝은 '황폐함'에 가깝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카카오가 넘보지 못할 엄청난 존재감을 쌓거나, 혹은 카카오가 협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멀리 달아나기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