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절을 많이 다니던 시절이었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사 은행나무다. 늦가을 오래된 고목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이 마르기 전에 패트롤(Petrol)을 뿌려 서로 섞여가며 자연스럽게 생기는 묘한 분위기에 빠져 있었다. 그런 작업을 즐겨하던 때이기도 했다.
강원도 정선군 백석봉에 있는 백석폭포인데 그 앞에 서너 시간은 족히 앉아있었던 것 같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저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물의 힘에 전율했다.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엄청 컸다. 불현 듯, 사람들은 들어야 할 것은 진짜 듣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 폭포를 그려놓고 명제를 ‘적막’이라 지었다. 살면서 우리들은 참 놓치는 것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담은 제목이었다.
알리움, 바이올렛 등 저마다 자신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꽃을 살려주는 그들의 매력에 이끌려 그린 그림이다. 또 그땐 맨드라미 꽃 색에 미쳐있었다라고 할 만큼 매료되었었는데 그 색깔에 중독되어 아마도 맨드라미라는 종류는 다 보았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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