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 스마트폰뱅킹 화면(왼쪽부터). 예금상품 페이지에 최고 금리만 표기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으로 대표되는 시중은행의 최고금리를 앞세운 예금상품 홍보문에 금융소비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예금상품 전용페이지 초기 화면에 3%에 가까운 최고금리만 명시,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어 사실상 1%대 금리를 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과 일부 은행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9% 적금상품 알고 보니 1.9%

사회초년생 최모씨는 취직 후 첫 월급을 최근 받았다. 하루 빨리 적금통장을 개설해 목돈을 만들기 시작하라는 주변의 권고에 최씨는 은행사들의 스마트폰 앱을 내려 받았다. 각사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보다 앱을 활용하는 방법이 빠를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뱅킹에 접속해 금리순으로 예금상품을 검색했다. ‘KB사랑나눔적금’이 눈에 띄었다. 가입 가능한 적금 상품 중 최고 금리로 표기됐다. ‘최고 연 2.9%’.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그의 손은 바빠졌다. 개인용컴퓨터(PC)를 이용해 KB국민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회원가입 절차를 마치고 타 금융기관 공인인증서를 등록했다.

예금상품 페이지에 다시 접속한 그는 기운이 빠졌다. 2.9%의 금리 혜택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계약기간 중 기부 또는 후원 내역 증빙서류 제출 ▲계약기간 중 봉사활동 실시 내역 증빙서류 제출 ▲적금 만기 해지 시점, 저축금액이 1004만원 이상인 경우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했다. 최씨가 보장받을 수 있는 금리는 1.9%였다.

그는 “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며 “다른 상품과 다른 은행을 검색해봤지만 (예금상품 전용) 페이지에 게시된 최고금리를 보장 받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7월 현재 시중은행들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예금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구글스토어에서 시중은행의 앱 누적다운로드 수는 KB국민은행 스타뱅킹 1000만, 신한은행 신한S뱅킹 500만, 우리은행 원터치개인뱅킹 500만, KEB하나은행 하나1Q뱅크 100만, 농협 NH 스마트뱅킹 1000만을 돌파했다.

문제는 최고 금리를 앞세워 정기적금, 정기예금 등 예금상품을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의 예금상품 페이지를 살펴봤다. 금리순으로 검색하자 ‘최고 연 2%대’를 강조한 예금상품들이 3~4페이지에 걸쳐 나열됐다. 최고금리만 명시돼 있는 까닭에 상품목록만으로는 최저금리를 알 수 없었다. 우대이율 충족조건은 해당 상품을 클릭한 뒤에 알 수 있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에 창조아이디어를 등록하고 우수사례로 채택되기, KB국민카드 월 결제실적 50만원 이상(3회 이상) 등 만족시키기 쉽지않은 조건들이었다. 3~4개 요건에 모두 부합해야만 최고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대부분 금융소비자들에게는 최고 금리가 그림의 떡인 셈이다. 신한S뱅킹, 원터치개인뱅킹, 농협NH 스마트뱅킹의 NH스마트금융센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금융업, 고객과의 신용 중시해야 돼”

자정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금융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KB국민은행(좌)과 KEB하나은행 스마트폰 뱅킹 화면. 5대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만 앱 첫 페이지에 예금상품의 최저 금리도 표기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강형구 금융국장은 “다른 업종에 비해 금융업계는 특히 고객과의 신용을 중시해야 된다”며 “과장된 금리를 제시해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현행법상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최저금리와 최고 금리를 함께 제시하는 방향으로 표기법이 수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5대 시중은행 중 KEB하나은행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앱 시작 화면부터 새로 출시한 정기예금상품의 최저금리와 최고 금리를 표기하고 있었다. 금융상품몰 예/적금상품 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면 ‘최저 1.80%~최대 2.90%’ 같은 방식으로 금리와 간단한 상품설명을 게시해 뒀다.

이 같은 금리 표기법에 대해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적금상품 계약 시) 최고 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다양한 요건들을 만족시켜야 된다”며 “최고 금리만 표기하면 오인할 수 있어 금융소비자보호차원에서 금리를 명확하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의무 사안은 아니지만 현재 금융당국에서도 이 같은 표기법을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