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SM6의 흥행 성공으로 ‘파죽지세(破竹之勢)를 보이던 르노삼성자동차에 비상등이 켜졌다.

검찰이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게 배출가스 조작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폭스바겐 조작 사태의 ‘불똥’이 튄 셈이다.

박 사장은 지난 2013년부터 르노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영업본부장(부사장)에 이어 올해 4월부터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았다. 특유의 영업력을 바탕으로 QM3·SM6 등의 성공 신화를 써낸 인물이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던 르노삼성은 난데없이 ‘박동훈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까지 염두에 둬야하는 상황이다.

‘배출가스 조작’ 불똥 튀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지난 7월27일 박동훈 사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사장이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몸담았던 당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위반한 유로5 디젤차 등 각종 미인증 차량을 대량 수입하고 연비시험 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고진모터임포트 부사장을 역임하며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량을 수입해 판매했다. 이후 2005년 폭스바겐코리아 출범과 함께 초대 사장 자리를 역임했다. 2013년까지 이 곳에서 몸담으며 수입차 대중화 시대를 이끌었다.

검찰은 앞서 폭스바겐이 지난 2013년 7월부터 현재까지 배출가스 변경인증을 받지 않은 5만9000대의 차량을 국내로 들여온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전면에서 회사를 이끌어온 만큼 이번 파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검찰은 7월 5일과 8일 박 사장을 상대로 고강도 수사를 벌였다. 그 역시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동훈 르노삼성 사장 /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폭스바겐 파문과 관련해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며 그 불똥이 르노삼성으로 튄 모양새다. 검찰은 앞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인증담당 윤모 이사를 6월24일 구속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차량을 국내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배출가스·소음 시험성적서 40여건과 연비시험성적서 90여건을 조작한 뒤 제출해 인증서를 발급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사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29일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르노삼성 ‘비상등’

르노삼성은 당장 흔들리고 있다. 난데없는 리스크 발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분위기가 자칫 꺾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박동훈’이라는 이름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는 폭스바겐코리아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리더였다. 2005년 한 해 1635대에 그쳤던 회사의 판매량은 2015년 4만대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2013년 르노삼성 영업본부장(부사장)으로 둥지를 옮기며 특유의 감각을 바탕으로 주도면밀하게 시장을 리드해나갔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캡처(QM3)를 수입·판매하는 ‘묘수’를 통해 한국 시장에 소형 SUV 열풍을 일으켰다. SM7이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생각에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 판매를 크게 끌어올렸다.

2015년부터 전국 전시장에 새로운 SI(Shop Identity)를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노란색을 콘셉트로 이미지 개선을 이뤄냈다. 르노삼성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다.

2016년 4월 한국인 최초로 르노삼성 사장 자리에 앉았다. 유럽에서 ‘탈리스만’으로 유명한 SM6를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이 차는 올해 3월 정식 출시 이후 내수에서만 2만7211대가 팔려나갔다. 회사 전체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력 모델로 급부상했다. ‘국민차’인 현대차 쏘나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대박’난 상품이다.

SM6의 성공으로 르노삼성은 ‘파죽지세(破竹之勢)’를 이어갔다. 올해 상반기 내수 판매(4만6916대)가 전년 동기(3만7260대) 대비 25.9% 뛰었다.

남은 과제는 올 9월 출시를 앞둔 QM6. QM5의 후속 모델로 SM6와 같은 패밀리룩을 지닌 차량이다. 국내 시장에서 캠핑·레저 열풍에 따라 SUV 수요가 급증하고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르노삼성의 또 다른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차다. 박 사장 역시 QM6의 완벽한 론칭을 위해 ‘물밑작업’을 한창 벌이던 상황이었다.

▲ 르노삼성 SM6 출처 = 르노삼성자동차

분수령은 박 사장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구속’이라는 최악의사태가 발생할 경우 사장이 교체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르노삼성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사장 리스크’에 크게 휘둘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사기가 꺾이는 것이 염려되는 형국이다. 일부 고객들이 르노삼성 모델들을 배출가스가 조작된 폭스바겐차와 혼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시작된 2016년 임·단협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폭스바겐 ‘불똥’에 르노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구속 기소할 필요까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가장 큰 걱정은 박 사장이 폭스바겐과 관련된 수많은 꼼수·조작들의 주요 가해자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경우다. 르노삼성은 난데없이 ‘오너 리스크’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